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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하차

도중하차

  • 기타무라 모리
  • |
  • 새로운현재
  • |
  • 2013-06-03 출간
  • |
  • 298페이지
  • |
  • ISBN 9788964653722
★★★★★ 평점(10/10) |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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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1 그게 시작이었다
편집장님, 편찮아 보이세요
내일 사표를 내자

2 갑자기 망가져 버린 나
차 안에 아들을 내버려 두다
사표가 수리되다
아버지인 당신에게 투자한다

3 아들과 처음 떠나는 긴 여행
압박이 서서히 시작되다
아이와 놀아두지 않으면 후회할 거야
0
4 퇴직
그 남자의 연봉은 얼마인가
아빠는 귀찮은 존재일 뿐

5 아빠는 무직이니까
아들의 작은 손을 오랜만에 잡고
도대체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

6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왜 계속 나빠지기만 하는 걸까
처음 가 본 병원
도심 한복판의 심리 상담소
아빠는 나를 제일 좋아해

7 도로 아미타불
집에는 돈이 없다
무직이니까 일은 안 합니다

8 1년 만에 타는 지하철
스위치를 찾아라
아내는 내 손을 잡았다

9 직장인의 유통기한
무직이었던 부부의 비밀 이야기
아들은 다 알고 있었다

10 스위치를 끄다
알아차림
그리고 새로운 결심

11 다시 비행기에 오르다
마지막 도전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시간

12 가족의 인연
아내가 쓰러졌다
아빠는 여기 있어

도서소개

기타무라 모리의 마흔 한 살에 떠나는 아들과의 여행 기록 『동중하차』. 30대에 잡지 편집장을 취임하고 회사는 물론 집에서도 열심히 일했던 저자는 현재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가족을 되찾고, 자신을 되찾기 위해 아들과의 여행을 떠났다. 자신의 힘들었던 순간부터 여행을 떠나 얻어낸 값진 순간까지 오롯이 담아냈다.
1. 서른아홉까지는 순조로웠다

나는 30대에 잡지 편집장으로 취임했다. 유명한 잡지였고 내가 맡고 나서 잡지의 판매 부수가 쭉쭉 늘기 시작했다. 기쁘다기보다 긴장감이 앞섰다. 내가 마음을 내려놓으면 성적이 금방 추락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휩싸였다. 일하는 시간은 더욱더 길어졌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컴퓨터를 켜고 일에 힘썼다.
어느 날 갑자기 더 이상 일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나는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나의 정신 상태가 이상해졌다는 사실은 회사의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일자리는 잃어도 자존심만은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나를 가족이라면 따뜻하게 맞아 주리라고 기대했는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아내와 대화하는 시간은 하루에 몇 분 되지 않았고,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은 나를 상대조차 하지 않았다. 자존심을 위로해 주는 것은 가족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착각이었다.
잘못이 나에게 있는 것은 분명했다. 나는 최근 몇 년 동안이나 집에 붙어 있지를 않았으니까. 퇴직 후의 일은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다. 전직이고 창업이고 생각할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나의 처지는 순식간에 달라졌다. 직업 없음, 수입 없음, 게다가 정신 상태도 이상해졌음. 그뿐인가, 가족마저 등을 돌렸다.

2. 내일 사표 내러 갑니다

“저 내일 사표 내러 가요.”
나이가 지긋한 주인은 웃는 표정을 한 채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곧 얼굴에 웃음을 띠고 내가 있는 쪽으로 몸을 돌리며 물었다.
“이제 뭐 할 건데?”
나는 짧게 대답했다.
“백수.”
주인은 느닷없이 질문을 던졌다.
“아들은 어떻게 할 건가? 아직 유치원생이잖아?”
너무 진지해서 조금 슬퍼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의 얼굴을 보고서야 내가 얼마나 무모한 결심을 했는지 깨달았다. 그러나 가방 안의 사표를 내지 않고 끝낼 생각은 없었다. 평소보다 술을 두 잔 더 부탁했다. 주인은 눈꼬리가 처진 온 화한 표정으로 돌아가 말없이 술을 술잔 가득 따라 주었다.
“전어로 만들어줄까? 아직 안 먹었지?”
“네.”
희미한 은빛의 전어초밥이 나무판에 놓였다.
“전어라는 건 손질하고 소금을 뿌릴 때가 가장 중요해. 그때가 포인트지.”
주인이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전어를 소쿠리에 놓은 다음, 밤에 서리가 내리는 것처럼 소금을 뿌리면 돼.”
순간 푸른 밤, 달빛을 머금은 서리가 흩날리는 광경을 상상했다. 그러자 사표를 가지고 흥분했던 기분이 꽤 진정되기 시작했다.

3. 아빠랑 나만 가는 거야? 그럼 나 그냥 엄마랑 집에 있을게

사표를 제출하고 처음 맞는 주말 아침, 나는 아들에게 당일치기로 여행을 가자고 했다.
아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나는 말하기 전부터 설?다. 또박 또박 말대꾸도 잘하고 키도 훌쩍 컸지만, 그래 봐야 유치원생이다. 아빠가 어디 가자고 하면 엄청 흥분하면서 따라나설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들의 반응은 정말 뜻밖이었다.
“아빠랑 나만 가는 거야? 그럼 나 그냥 엄마랑 집에 있을게. 엄마랑 놀고 싶어.”
나는 당황했다.
“왜? 왜? 네가 좋아하는 곳에 데려갈게. 아마 재미있을 거야.”
“아마, 재미있을 거라고? 그럼 재미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잖아.”
“뭔 소리야? 억지 부리지 마.”
“억지 부리는 게 뭐야?”
“어쨌든 암말 말고 그냥 따라와!”
“아빠랑 둘이서만 간다고? 어쩌지….”
회사를 떠날 결심을 하면서 제일 먼저 해보고 싶었던 것이 아들과의 여행이었는데 초장부터 벽에 부딪히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너 말이야. 할아버지나 엄마랑 놀러 갈 때는 즐거워하잖아. 근데 왜 아빠가 가자고 하니까 그렇게 시큰둥해?”

4. 남자는 계속 달려야 한다

사표가 수리됐다. 그 주에 나는 교토에 갔다. 편집장이 되기 전부터 오랫동안 도움을 받았던 작가에게 퇴직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놓고 두 시간 동안 쓴소리를 들었다.
“잘 생각해 봐. 지금 나이에 회사를 1년이나 쉬면 다음에 복귀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 다시 편집장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것 같나? 이 일을 다시 안 할 게 아니라면 버텨야 해.”
여기서도 나는 진짜 퇴직 사유를 말하지 않았다. 사표가 수리된 이상, 처음 계획했던 대로 가족과의 시간을 핑계로 내세울 작정이었다.
“남자는 계속 달리는 게 중요해. 중간에 멈추면 상품 가치가 떨어져.”
백번 동의한다.
“달릴 수 없을 때도 있어요.”
속 모르는 얘기라고, 목구멍에 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만두었다.
아끼는 인생 후배에게 열정적으로 이야기해주는 작가를 말리고 싶지 않았다. 고마운 일이었다.
“여태껏 다 포기하면서 달려왔는데 고작 여기서 그만두나. 너무 아까워.”
“그렇게 아까운 걸까요?”
취기가 올라오는 데다 날카로운 질책을 잇달아 받은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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