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왜란이 끝났다고 말하는가.
언제나 국제대전의 배경이었던 조선, 대한민국에서
왜란은 멈춘 적이 없었다.
침략하고, 짓밟고, 약탈하고, 찬탈하고
교묘한 말과 행동으로 얼굴을 바꾸는 일본.
그들이 우리를 존중한 적이 있는가. 언제 한 번
우리를 진심으로 대한 적이 있는가. 우리를 이웃으로 여겼는가.
작가는 분명하게 말한다.
왜란은 절대로 멈춘 적이 없다고.
중앙 권력에 환멸을 느낀 함평 이씨가 부안에 터를 잡은 뒤, 가문 누구도 이렇다 할 벼슬에 나서지 않았다. 모두 실력은 출중했으나 권력을 멀리하는 가문의 심성 때문이었다. 이유(李瑜)도 그러기는 마찬가지였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왜란이 발발했다. 비록 권력을 멀리한다 해도 나라를 위해서는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유는 의병을 모으는 데 힘을 보태면서 조운선을 마련해 임금이 파천한 의주로 향한다. 이유의 그런 정성은 이후 세자를 만나는 데 좋은 평판으로 작용한다.
의주에서 이유는 여진족이자 조선인을 만나는데 그때 전쟁의 본질, 조선은 언제나 국제적으로 싸움터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을 받는다. 지금까지의 왜란 배경 작품들은 명나라의 지원에 대해서만, 그들의 태만하고 불충한 모습만 그려내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왜란에서 명나라와 일본, 그리고 여진까지 드러낸다. 특히, 누르하치의 파병관련 특사파견 내용은 놀라운 시각의 것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왜 지금 다시 왜란을 말하는가. 작가의 시선은 분명하다. 3개국 이상의 전쟁이 멈추지 않았던 이 땅. 그때와 형태는 다르지만 여전히 전쟁 중이라는 것이 답이다. 국제전쟁에서 항상 앞장 선 것은 일본이지 않던가. 임진년, 정유년의 전쟁을 넘어 합방에서 해방에 이르기까지, 양국 관계의 역사를 통틀어 일본은 단 한번도 우리를 존중한 적이 없었다. 반성과 사과를 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이 땅에선 친일행각의 인사들이 오히려 활개를 치고 있으니 일본은 내심 기뻐하며 그들의 야욕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래서 왜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우리는 이 작품에서 당당하고 강건한 문체를 통해 이유 장군을 비롯한 함평 이씨들의 성품을 마주하게 된다. 무뚝뚝하게 보이면서도 노비문서를 태우게 하는 뜨거운 배려심과, 권력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 기꺼이 죽음과 맞서는 시대정신도 만나게 된다. 작가가 말하듯이 전쟁이 벌어지면 비로소 백성이 나타난다는 사실. 그 절절함이 가득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