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의 맛과 멋, 섬과 바다의 역사적·문화적 의미
바다로 둘러싸인 섬은 소통과 고립의 양면이 있다. 바다를 건너는 통로가 되기도 하고, 바다에 갇힌 단절이자 고립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안은 섬의 길 프로젝트를 기획해 섬들을 연결하고 있다. 섬들의 고유한 특성은 그대로 두되 육지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다. 천사대교를 지나 자은, 장산, 신의, 하의, 도초, 비금도를 잇는 다이아몬드 제도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신안의 주요 섬들을 자동차로 다닐 수 있다. 바닷물에 잠겼다 드러나는 노두 길이나 섬티아고 순례 길은 이 길을 지나는 모든 이들에게 신비로운 경험을 안겨준다. 신안은 철새들이 이동하는 길목이자 휴식처, 보금자리이며, 아름다운 꽃과 염전이 있다. 황석어, 거북손, 칠게, 갈파래, 간재미 등 신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산해진미가 있다.
신안에는 신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았고, 그들이 일궈낸 신안만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가 있다. 바다의 생명력을 노래한 시인 최하림의 고향이기도 한 팔금도에선 아들 잃은 충무공 이순신의 아픔을 느낄 수 있고, 흑산도와 우이도에선 동생 정약용을 향한 유배객 정약전의 그리움을 만날 수 있다. 임자도에는 조선 시대 화가 조희룡의 멋스런 자취가 있고 흑산도에는 항일 민족지사 최익현의 꼿꼿한 절개가 있다. 어디 이뿐인가. 우이도의 홍어 장수 문순득, 암태도에서 소작 쟁의 횃불을 든 서태석, 비금도의 염부 박삼만과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 안좌도의 화가 김환기, 하의도의 김대중 전 대통령, 선도의 수선화 할머니 현복순……. 조선 시대에는 프랑스 난파선이 비금도에 표착해 프랑스 선원들이 비금도 주민들과 교류하기도 했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신안의 섬을 오갔고 그 흔적들이 신안 곳곳에 남아 신안의 역사와 문화가 되었다.
2024년 신안 여행 최고의 필독서
《서해의 에메랄드, 신안 천사섬》은 신안의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깊이 있게 알려줄 뿐만 아니라, 가슴 뭉클한 신안을 보여 준다. 저자들은 신안의 대표적인 섬들을 속속들이 찾아다니고 그 지역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관련 자료를 확인하였다. 그 섬들의 다채로운 내력과 면모, 아름다운 장소와 여러 뒷얘기 등 유익하고 흥미로운 정보를 풍성하게 담고 있으며,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신안의 맛과 멋에 매료될 뿐만 아니라 섬과 바다의 역사적·문화적 존재 의미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서해의 에메랄드, 신안 천사섬》은 신안의 역사와 문화와 생태와 관광을 가장 충실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풍성하고 흥미롭게 소개한 책이라고 자부할 만하다. 신안의 역사와 문화예술과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신안의 섬을 찾아 훌쩍 떠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지금 꼭 읽어 보아야 할 매력적인 ‘신안 가이드북’이다.
“신안의 무수한 섬들이 김환기 추상화의 점이 되어
인간과 별과 우주로 나아갔듯,
신안의 섬들은 멋진 길이 되어 의미 있는
삶의 무늬(인물)를 만들어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