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믿는 기쁨의 순간들
행복이나 기쁨은 믿을수록 가까워진다. 그래서 행복은 말없이 다가와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알아차려야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이러한 감정들에는 개인이 지나온 시간이나 경험, 좋아하는 문장, 취향 같은 것이 스며있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아침, 기쁨이 나를 깨웠어〉는 읽는 이들이 행복의 순간에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그것들을 더 잘 알아차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책이다. 행복을 믿고 알아차릴 수 있는 눈과 귀, 그 위에 기쁨으로 가득한 문장을 얹어 우리가 느끼는 일상을 달리 보게 만든다.
바람에는 바람이 있고 비에도 리듬이 있다. 그러나 햇살은 굴곡 없이 모든 것을 비춘다. 그것도 아주 공평하게. 그러나 중요한 건 햇살의 따스함을 어떻게 느끼냐는 거다. 그리고 그건 곧 우리가 행복과 기쁨을 느끼는 단 하나의 방식이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누구도 만들어 줄 수 없고,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고, 누구도 선물할 수 없는 것이 감정이니까.
이 책은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고 싶을 때, 삶이 어려울 때, 마음의 벽을 허물고 싶을 때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중요한 건 나를 계속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거창하고 커다란 걸 생각하자는 게 아니라는 거다. 작고 소소한 일상의 기쁨, 그걸 잘 알아차릴 수 있도록 어깨에 힘을 푸는 방법을 알아가야 한다. 우리 모두에게 기쁨은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가 기쁘거나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책을 통해 주위를 둘러보면서 스스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조금 더 믿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 삶을 가득 채운 용기
낯선 강아지와 마주한 오후의 나를 상상한다. 다가가서 인사를 건네고 싶은데, 혹시 나를 보고 큰 소리로 짖지는 않을까, 나에게 이빨을 드러내지는 않을까, 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조심스럽게 한 발짝씩 거리를 좁혀 보는 것이다. 그런 나의 망설임, 그리고 용기. 그렇게 조금씩 거리를 좁혀 끝내 강아지의 머리맡에 닿은 내 손끝이 얼마나 대단해 보이는지 모른다. 아주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것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도,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든 내 생각을 분명히 할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을 이 책의 저자인 레나 라우바움은 ‘용기’라고 말한다.
거짓말하지 않는 진실
강아지의 털을 어루만지는 손
망설임과 진심의 끝에서 던진 질문
(중략)
우리 삶을 가득 채운 용기
-6쪽
한편, 슬픔을 잘 받아들이고 잘 보내는 방법에 관해서도 말한다. 우리는 대부분 슬픔을 떠나보내는 데 서툴다. 하지만 그는 슬픔에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또 어떻게 떠나보낼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그래도 슬픔은 떠나지 않더라
그냥 거기 있었어
(중략)
아무 말도 없이
그리고 케이크만 덩그러니
-37쪽
어느 날 슬픔이 나를 불쑥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외면하더라도, 불쾌함을 드러내더라도 슬픔은 그 자리에서 떠나지 않고 나를 기다린다. 그러나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레나 라우바움은 슬픔을 타자의 것이 아닌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모든 걸 잘 대접하고 보내주는 순간을 그린다. 아무 말도 없이, 함께 먹던 케이크만 남겨 두고 떠난 슬픔을 생각하면서 작가는 우리가 더 잘 살아갈 방법에 관해 고민하게 한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감정에 관해 정의하면서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내가 느꼈던 슬픔을 잘 보내줄 수도 있고, 다시 기쁨을 맞이하고, 또 용기 낼 수 있도록 한다. 이 진실한 목소리들은 우리 삶을 가장 순수하고 명료한 언어로 끌어안는다. 우리가 했던 말과 느꼈던 기쁨, 내야 할 용기, 목소리 같은 것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긴 여운을 남긴다.
봄의 햇살처럼 우리를 비춰 주는 책
이 책은 2022년 오스트리아 어린이 도서상, 2022년 오스트리아 가톨릭 아동 청소년 우수 도서 선정, 2021년 오스트리아 어린이 청소년 베스트 100에 선정되며 유명세를 탔다. 더불어 2024년에는 독일 시 아카데미 추천 도서에 선정되어 많은 독자와 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수상 내역만 봐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어린이 청소년이 읽기에도 좋으며, 시를 어렵다고 생각했던 어른들이 읽는다면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글과 함께 어우러지는 카티아 자이페르트의 아름다운 일러스트 역시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시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그의 일러스트는 시를 읽으며 느꼈던 기쁨의 감정을 더 크게 확장한다.
이 책의 문장들은 우리 삶 어느 곳에 두어도 반짝이며 빛이 난다. 햇살에도, 그냥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도,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에도 고맙다고 말하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의 감수성 역시 아주 사소한 기쁨에 반응할 수 있도록 섬세해질 것이다.
그 무엇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내 삶에 내가 너무 덤덤해졌다고 느낄 때, 누군가의 인기척이 그립거나, 봄의 햇살을 마주하고 싶을 때. 그럴 때 이 책과 함께 쉬며 기쁨을 느껴 보기를 바란다. 분명 우리 모두의 하루에도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들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을 것이다. 그냥 알아봐 주기만 하면 된다. 그거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