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제왕 스티븐 킹의 전설은 여기서 시작됐다!
***출간 50주년 기념 『캐리』 신장판***
장르의 궤도를 완전히 바꿔 놓은 20세기 공포 소설의 걸작 『캐리』가 출간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장정으로 출간되었다. 오늘날 공포 소설의 대가를 넘어 이야기의 제왕이란 수식어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세계 최고의 스토리텔러 스티븐 킹을 있게 한 기념비적인 데뷔작이다. 가정에서는 광신자 어머니의 통제를 받고 학교에서는 따돌림당하던 소녀 캐리 화이트가 잠재되어 있던 염력으로 피의 복수를 펼친다는 내용의 이 소설은 교사였던 스티븐 킹으로 하여금 전업 작가가 되기에 충분한 수익을 안겨 주었고, 1976년 개봉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영화의 성공에 탄력을 받아 당시 400만 부 가까이 판매되며 공포라는 장르를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분야에서 보다 앞서 성공을 거둔 아이라 레빈의 『로즈메리의 아기』나 윌리엄 피터 블래티의 『엑소시스트』와 비교하면, 악마나 유령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 대신 초능력을 지닌 10대 여자 주인공을 내세우며 당대 미국 소도시의 사회상을 세밀하게 그려 낸 『캐리』의 등장이 얼마나 혁명적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쓰레기통에서 부활한 걸작,
미국의 진정한 공포를 담다
스티븐 킹의 첫 출간작인 『캐리』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묻혀 버릴 뻔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킹은 (후에 ‘리처드 바크만’ 필명으로 출간된) 세 편의 장편을 완성했지만 출판사와 계약을 하지 못했고 생계와 창작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데 지쳐 있었다. 그러다 잡지에 기고하려 단편으로 쓰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쓰레기통에 던진 『캐리』의 원고를, 아내 태비사가 꺼내 읽고는 다음에 어떻게 이어질지 알고 싶다며 포기하지 말도록 설득했다. 그렇게 킹은 자신에게도 낯설었던 10대 소녀 캐리를 중심으로 계속 집필을 이어 나가 강압적인 어머니와 또래 고등학생들, 이웃 주민 등 챔벌레인에 사는 구성원의 목소리를 담고 기사, 논문, 회고록 등의 다양한 형식을 빌려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피에서 시작해 피로 끝나는 이야기이지만 진정한 공포는 유혈 장면이 아니라 디테일하게 그려지는 사회상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잔인함에 있다. 평범하게 취급받으며 주류에 포함되기를 원했던 소녀가 종교적 맹신, 가학적인 또래 문화, 커뮤니티의 방관 속에서 희생당하고 파괴적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다룬 『캐리』는 출간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퇴색되지 않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걸작이다.
■줄거리
광신자인 어머니의 통제를 받고 자라며 학교에서는 늘 겉도는 존재였던 캐리 화이트. 어느 날 학교에서 또래 여자애들이 초경을 경험하고 충격에 빠진 캐리를 괴롭히는 사건이 벌어지고, 요동치는 캐리의 감정과 함께 잠재된 힘이 깨어난다. 죄책감을 느끼던 동급생 덕에 캐리는 고대하던 학교 무도회에 참석하게 되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건 피로 얼룩진 아수라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