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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멤버들에게 무시당하고 인기도 없지만 세계 최고의 밴드에서 활동하는 삶 vs 종군 사진기자로 세계적 명성을 얻지만 자신의 진짜 이름을 잃어버린 삶.’
서로 상반된 내용의 선택지 두 개 중 하나를 고르는 놀이 ‘인생 밸런스 게임’의 질문이라고 한다면 어떤 쪽의 삶이 더 흥미롭게 느껴질까? 전자는 밴드 비틀스의 멤버 링고 스타이고, 후자는 종군 사진기자의 전설 로버트 카파다.
다방면에서 다수의 책을 써온 곽한영 부산대학교 교수는 《성공의 조건 실패의 쓸모》에서 과거와 현재의 인물이 보여준 삶의 행적을 들여다본다. 성공과 실패, 갈등과 극복을 담은 28편의 인생 스토리를 통해 ‘인생의 성공과 실패’가 과연 어떤 의미인지 질문을 던진다.
링고 스타와 로버트 카파의 인생 이야기를 먼저 짚고 가자. 링고 스타의 인생에서 저자는 ‘천재들 사이에 끼었을 때의 삶의 자세’라는 의미를 찾아낸다. 또한 특유의 천하태평한 성격 때문인지 나이가 들어서도 투어 공연이라는 명목 하에 전 세계를 여행하며 즐겁게 지내는 모습에서 오히려 비틀스 멤버들 사이에서 가장 성공한 이는 링고 스타인지도 모른다는 질문을 던진다.
로버트 카파의 진짜 이름은 앙드레 프리드먼이다. 헝가리 출신의 유대계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유명한 미국인 사진가 로버트 카파’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냈다. 또한 그를 논란의 중심에 서게 만든 사진 ‘어느 공화군 병사의 죽음’도 그가 아닌 게르다 타로가 찍은 것으로 밝혀졌다.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앙드레 프리드먼은 로버트 카파의 이름을 전설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끝내 ‘나’로 살아가는 일에는 실패한 게 아닐까요?”
아멜리아 에어하트를 위대한 인물로 만든 것은…
우연한 성공을 필연의 성취로 바꾸는 태도의 힘
여성 최초로 대서양 비행을 성공한 인물 아멜리아 에어하트. 국내에도 그의 일생을 다룬 위인전이 여럿 나와 있다. 하지만 에어하트를 진정으로 위대한 인물로 만든 것은 ‘대서양 횡단 성공’ 그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의 첫 번째 대서양 횡단 당시 비행기 조종사는 다른 사람이었던 데다, 비행 여정 자체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원래 계획했던 곳이 아니라 도중의 문제로 웨일스에 착륙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에어하트는 당시 ‘여성 최초의 대서양 횡단 성공’이라는 타이틀로 세계적 유명인사가 된다. 이후 그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비행에 관한 사실에 대해 적당히 시치미를 떼고 인기에 편승해서 남은 인생을 편하게 살아도 됐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이다. 자서전 《펀 오브 잇》을 통해 사실을 고백한다. 위의 내용도 그가 책에서 언급한 것이다.
그의 솔직함은 새로운 시작점이 되었다. 이후 비행술을 연마해 4년이 지난 1932년 5월 20일에 마침내 13시간 30분의 단독비행 끝에 대서양 횡단에 성공했으며, 1935년에는 하와이에서 캘리포니아에 이르는 태평양 상공 비행과 로스앤젤레스에서 멕시코시티에 이르는 미대륙 종단 단독비행에도 성공했다. 그리고 세계 일주 비행을 계획하고, 실제 비행에 나섰다가 태평양 상공에서 실종되었다.
저자는 에어하트의 일생을 통해,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의 중요성을 돌아본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사건을 만나게 됩니다. 어떤 것들은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를 비껴가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우리의 삶을 크게 바꿔놓기도 하죠. 그 물결에 부딪혀 우리는 아주 엉뚱하거나 잘못된 곳으로 휩쓸려가기도 하고 상상하지 못한 멋진 곳에 도달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흔히 그 차이가 물결의 방향이나 세기 또는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운명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그 물결을 어떤 자세로 받아들일 것인지 스스로 결정한 나 자신의 태도가 더 큰 이유가 아닐까요. 당대에는 초신성처럼 빛났던 다게르와 벨의 이름이 시간이 갈수록 퇴색하고, 오히려 갸우뚱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던 에어하트의 성취가 오래도록 많은 사람에게 이정표가 되는 밤하늘의 별이 된 것도 모두 그들의 선택과 태도가 낳은 결과입니다.”
이처럼 살면서 한 번쯤 들어봤을 과거와 현재의 유명 인사의 인생이 곽한영 교수의 손을 거치면서 새 옷을 입게 된다. 그저 타고난 재능과 운 덕분에 성공을 얻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한 사람으로 다시 보일 것이다. 그리고 한 명 한 명이 걸어온 삶의 궤적을 통해 성공과 실패의 의미, 삶에서 중요한 가치와 태도, 진정한 성공으로 이르는 방법을 전한다.
앞서 다룬 인물들의 이야기처럼, 테니스 스타 조 윌프리드 송가의 인생에서는 불운과 운에 대한 생각을, 현존하는 영국 최고의 뮤지션 필 콜린스의 음악 인생에서는 ‘버티는 삶’의 모습을, 삼국지의 유비·관우·장비에 얽힌 일화에서는 기다림의 중요성을, 세기의 배우 오드리 헵번의 삶에서는 ‘인간에 대한 예의’와 헌신의 태도를, 〈최강야구〉와 함께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을 다룬다.
제임스 캐머런부터 전 축구선수 임민혁까지,
다른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시간
1장에서는 링고 스타를 비롯해 제임스 캐머런 등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들의 삶에 집중에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삶의 태도와 가치를 전한다. 2장에서는 영화 〈대부〉의 성공 뒤에 있었던 절박한 사연의 주인공들, 세 명의 탐험가 로버트 스콧과 어니스트 섀클턴과 빌햐울뮈르 스테파운손에 얽힌 이야기 등 성공한 인생과 실패한 인생을 함께 다루며 성공과 실패의 의미에 대해서 본다. 3장에서는 도쿄 올림픽에서 우승한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의 비결, 중용의 기술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성공을 이끌어낸 인물의 에피소드를 다룬다. 마지막 4장에서는 성공과 실패를 넘어 보다 넓고 깊은 차원에서 인생의 의미와 삶의 태도를 다룬다. 나폴레옹과 벤투 감독의 리더십, 최근 은퇴 선언 글로 SNS에 화제가 된 임민혁 선수의 ‘포기하는 용기’가 주요 꼭지다.
현재 부산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자신의 전공 분야인 법과 관련한 교양서와 학술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재로 책을 써왔다. 대표적으로 고서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피터와 앨리스와 푸의 여행》, ‘배구덕후’로서 배구의 재미를 다룬 《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 홍콩의 마굴이라 불리던 구룡채성의 역사를 설명한 《구룡채성의 삶과 죽음》이 있다.
이번 책 《성공의 조건 실패의 쓸모》에서는 과거와 현재 속 인물의 뒷이야기를 다룬다. 저자가 솜씨 좋게 풀어낸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인생에서의 성공이 어떤 의미일까?’라는 물음에 도달하게 된다. 하나하나 쌓아 올리는 행복이 무가치해 보이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만이 넘쳐나는 요즘 같은 때에, 숱한 갈등과 실패의 순간에도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한 인물들의 모습은 큰 울림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