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알수록 놀랍고 신비한 동물의 소통”
미어캣은 포식자가 공중에 있는지 아니면 땅에 있는지, 심지어 그들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까지도 동료에게 알릴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조류인 검은두견이는 미어캣의 경고 소리를 똑같이 따라 내어 미어캣이 놀라 도망친 사이에 먹잇감을 낚아챕니다.
개는 “멍멍”, 고양이는 “야옹” 하고 웁니다. 아무리 똑똑한 강아지라도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배워서 낼 수는 없죠. 하지만 다른 동물의 울음소리나 새로운 종류의 소리를 배우는 능력이 뛰어난 동물들도 있습니다. 앵무새, 찌르레기, 어치, 박새, 돌고래, 물개 등은 인간의 말은 물론 다양한 소리를 배워서 낼 수 있답니다.
인간 사회에 다양한 사투리가 있듯이, 동물들도 사투리를 써서 소통합니다. 범고래가 다양한 사투리를 쓴다는 사실이 발견되기도 했고, 쥐 연구자들이 쥐의 사투리를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철마다 서식지를 옮겨 동료를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철새들에게 사투리는 아주 유용한 소통 수단입니다. 박쥐의 경우 수백만 마리가 동굴에 떼를 지어 살지만 사투리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인식할 수 있지요.
왜 우리는 어떤 동물은 먹고 어떤 동물은 먹지 않을까요? 무슬림은 돼지를 먹지 않고 힌두교도는 소를 먹지 않지요. 이것은 종교와 문화의 영향입니다. 동물에게도 문화가 있습니다. 물개 같은 포유류만 잡아먹는 범고래가 있는가 하면 오직 물고기만 먹는 범고래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범고래 무리는 자신들만의 식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죠. 범고래의 습성은 평생 변하지 않지만 우리 인간들은 소고기비빔밥과 산채비빔밥 중에서 뭘 먹을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취향이 동물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기도 하는 것이지요.
우리의 언어는 문화와 취향의 영향을 받고, 이에 따라 동물을 대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나타납니다. 농장의 동물을 ‘가축’으로 보면 고기를 얻을 목적으로 키우는 것이라서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반려동물’은 함부로 대하거나 죽일 수 없죠.
동물이 느끼고 생각할 줄 알고, 그들만의 언어가 있으며, 소통하는 즐거움을 아는 귀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이전과 다르게 동물을 대할 수 있습니다. 동물을 훈련할 때도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방식보다는 끈끈한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겠지요.
《생각하고 느끼는 동물들》로 우리가 잘 몰랐던 동물의 비밀을 재미있게 소개한 카르스텐 브렌징이 새로운 책, 《말하고 소통하는 동물들》을 통해 인간의 정신이 진화를 거치며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우리의 언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려 줍니다. 인간은 누적된 문화를 전수한다는 점에서 동물보다 나은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완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 안에서 다양한 생명들과 공생해야 합니다. 수많은 동물과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는 것은 모든 생명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지름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