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모 신학대학교에서 어느 교수가 소위 “유신 진화”를 신봉한다는 사유로 해직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다른 신학대학교의 아무개 교수가 운영하는 과학과 신앙에 관한 유투브에 게시한 내용에 그를 “마귀의 바지사장”이라고 비난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개신 교단에는 하나님이 6,000년 전에 특별하고 기적적인 방법으로 우주와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를 엿새 동안 만들었다는 소위 “젊은 지구 창조론”을 신봉하면서 이 견해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에게 매우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신자가 많이 있다. 여기에는 현대 과하학의 발견과 성과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사실 과학에 대한 어떤 적대적인 태도는 교회 안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과학은 과연 신앙, 특히 기독교 신앙에 적대적이며 따라서 신실한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런 과학에 대항하여 신앙을 지키기 위해 과학을 거부하거나 무시하거나 과학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는가?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대상에 대한 분노의 근저에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는데, 우리는 신앙과 과학 사이의 갈등을 발견할 때 근저의 두려움이 있는지 살펴보고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에게 특정한 과학적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면 신앙이 약해지거나 신앙에서 완전히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는가? 그리스도인들이 그런 두려움에 근거하여 과학에 부정적으로 반응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그 두려움을 진정시키거나 좀 더 생산적인 습관으로 대체할 수 있는가?
저자는 사회학자로서 그리스도인들과 과학자들의 관행 및 습관들을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인터뷰하면서 그들이 같은 미덕을 많이 공유하는 한편 몇 가지 중요한 차이들도 있음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그녀는 기독교 신앙과 과학 사이의 미덕과 가치들이 어느 지점에서 만나거나 분기되는지를 인식함으로써 그리스도인들이 과학 및 과학자들과 좀 더 효과적이고 의미 있는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공통 미덕으로서 호기심, 의심, 겸손, 창의성, 치유, 경외심, 샬롬, 감사라는 여덟 가지 미덕을 열거하고 자신의 경험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이러한 미덕들이 신앙과 과학 각각의 영역에서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하며 또한 상호 이해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차분하게 풀어간다.
저자는 교회 공동체가 이러한 미덕을 함양하고 과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장이 됨으로써 우리의 신앙 역시 좀 더 깊어지게 하는 건전한 대화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를 위해서 각 장의 끝에 이 주제를 갖고 토론할 수 있는 문제의 예를 제시함으로써 교회 안에 이러한 모임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염원을 드러낸다. 자신이 이 문제로 고통당해 본 사람으로서, 주위에서 이 문제로 고통당하는 사람을 보면서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기를 원하는 사회학자로서 이 문제에 접근하는 저자의 시선이 매우 따뜻하다.
과학과 신앙 사이의 관계로 고민해 본 적이 있는 사람,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 이런 문제 때문에 신앙의 길에서 떠났거나 떠날 것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과학과 기독교가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훨씬 더 많은 실체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