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시기, 이념의 갈등 한복판에 선 김학철의 파란만장한 삶
일제의 식민 통치, 좌우 이념 대립과 한반도 분단, 중국 문화 대혁명 등 김학철은 격동의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그의 삶은 곧 20세기 동아시아 역사 자체였습니다. 때로는 시대의 변화에 휩쓸려 떠돌아야 했지만 그는 한 번도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떠난 뒤, 해방 후에는 사회주의 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로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월북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도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김일성 독재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다시 중국으로 망명해야 했습니다. 그의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문화 대혁명 시기 모택동의 우상주의를 비판하는 소설 《20세기의 신화》를 썼다는 이유로 반혁명분자로 몰려 10년 동안 옥고를 치른 것입니다.
그는 안온한 삶을 추구하며 조용히 살아가는 대신 끊임없이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가치에 대해 쓰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유와 평등이었습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글이 문제가 되어 도망치듯 망명을 해야 했고, 때로는 감옥에 갇히기도 했지만 결코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자유를 향한 여정은 부록 ‘김학철의 발자취’에서 지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록의 연대표를 통해서는 국내외 주요 사건과 김학철의 삶을 비교해 한눈에 볼 수 있으며, 본문에 등장한 김학철과 함께 활동했던 독립운동가에 대해서도 보다 자세히 배울 수 있도록 정리했습니다.
김학철의 발자취를 더듬어 간 후손들의 기록
이 책은 김학철의 아들인 김해양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기획되었습니다. 김해양 선생님은 어린 나이에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쳐 싸웠고, 평생을 불의와 맞선 아버지의 삶이 주는 울림을 우리 어린이들에게 전하고자 했습니다. 김해양 선생님은 현재 연변에 거주하며 김학철과 관련된 여러 단체와 기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버지의 기록을 모아 출판하는 일에도 애쓰고 있는데 2007년 출간된 《김학철 평전》을 김호웅 작가와 함께 쓰기도 했습니다.
손녀인 김서정은 2015년 방송된 삼일절 특집 SBS스페셜 〈나의 할아버지 김학철, 조선의용대 최후의 분대장〉 편에서 중국, 한국, 일본을 순례하며 할아버지의 여정을 되짚었습니다. 연변에서 김학철은 이름은 〈조선의용군 추도가〉의 작사가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태항산 자락 호가장 마을의 노인들은 당시 용감하게 싸웠던 조선의용대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이들에게 김학철이 남긴 유언은 여전히 마음속에 살아 있습니다.
이제 《최후의 분대장 김학철》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그의 이름과 뜻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편안하게 살려거든 불의에 외면을 하라. 그러나 사람답게 살려거든 그에 도전을 하라.“
내용요약
‘최후의 분대장’으로 알려진 김학철은 일제 강점기 중국으로 건너가 무장 투쟁을 한 독립운동가이다. 열아홉의 나이로 나라의 독립을 위해 무작정 중국으로 떠난 그는 황포 군관 학교를 졸업하고, 조선의용대 분대장이 되어 일본군과 싸우던 도중 다리에 총상을 입고 일본 나가사키 형무소에 수감된다. 해방 후 서울로 돌아왔으나 사회주의 이념을 가졌다는 이유로 월북을 해야 했고, 평양에서는 김일성 독재를 비난하는 글을 쓴 게 문제가 되어 다시 중국으로 망명길에 오른다. 책을 좋아했던 그는 중국 문학가들과 교류하며 여러 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하지만 문화 대혁명 시기 그의 소설이 모택동을 비판했다며 반혁명분자로 몰려 10년 형을 받는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웠지만 이념 갈등 속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야 했던, 그럼에도 평생 동안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의롭게 살고자 한 독립운동가 김학철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