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엄청나게 많은 돈을 다루는 은행원이 갖추고 있어야 할 마음 자세는 정직이에요. 고객의 요구에 최선을 다해 감동을 주려는 친절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죠. 그리고 고객이 최선의 금융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전문적인 지식도 갖추어야 해요. 아직은 어려워 보인다고요? 30년 경력의 신만균 은행원이 여러분이 금융 주치의가 되는 방법을 알려드려요.
은행원은 무슨 일을 하나요?
은행은 경제의 흐름에 산소를 공급해 건전한 사회를 유지하는 역할이고, 은행원은 이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신속하고 정확한 업무 처리를 하는 거죠. 은행에는 본점이 있고 지점이 있어요. 본점에서는 상품개발, 자금 운용 및 경영관리 업무 등을 수행하고, 지점에서는 마케팅, 상품 판매 및 고객관리 업무 등을 해요.
지점 순환 근무를 해요
은행은 일정한 기간마다 직원들이 지점을 옮겨 일하도록 해요. 한곳에 오래 근무할 경우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예방하는 차원도 있고, 더 중요하게는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예요. 지점 순환 근무를 통해 다양한 업무를 습득하고 전문성과 혁신성을 키워가도록 하는 거죠. 지점은 보통 2~3년마다 옮기게 되어 있어요. 그렇다 보니 오히려 고객들이 섭섭해하더라고요. 좀 친해질 만하면 다른 지점으로 가니까요. 요즘은 본인이 원하면 3~4년 정도 있을 수 있고 기업 대출 담당이나 PB는 최대 7년까지 있을 수도 있어요.
정직하고 긍정적인 성격이면 좋겠어요
돈을 관리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정직함은 필수죠. 그리고 세심하고 꼼꼼하고 정확해야 해요. 돈은 숫자로 기록되는데 하나라도 틀리면 큰일이거든요. 덤벙대고 숫자를 설렁설렁 본다면 아무래도 어렵겠죠.
적극적이고 활달하고 친화력이 있어야 해요. 은행에 오는 고객들은 예금이든 대출이든 뭔가 금융 상담을 받기를 원하거든요. 은행원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잘 듣고, 고객이 감동할 수 있도록 예의 바른 태도로 정성을 다해야 해요. 고객의 마음을 읽고 그것을 채워주려는 노력을 보일 때 고객은 감동하죠. 소극적이고 사무적인 태도보다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 밝은 미소와 쾌활한 성격은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매력이 있어요.
모든 고객을 평생 고객으로 만든다는 마음으로 일해요
한번 오고 마는 고객이 아닌 평생 고객을 만드는 것이 금융서비스 업종에서는 중요한 일이에요. 미국의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은 고객이 접속해서 흔적을 남기는 순간 아마존의 고객이 되도록 시스템이 설계되어 있다고 해요. 고객의 성향을 미리 분석해서 고객이 접속하면 좋아하는 상품들을 계속 노출하는 거죠. 유튜브도 좋아할 만한 영상이 반복해서 노출되잖아요. 그런 것처럼 저희도 평생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꼬리를 물어가며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꾸자꾸 알아내서 고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담도 하고 알맞은 상품도 제안하는 게 필요해요.
고객과 소통하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신입 행원일 때 일이에요. 카드 연체 고객에게 전화해서 미납한 돈을 입금하라고 독촉하는 업무를 맡았어요. 이런 내용으로 통화하면 전화를 거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기분이 좋지 않죠. 한번은 고객과 말싸움이 붙었어요. 고객이 전화를 받는 도중에 욕을 하니까 저도 모르게 욱하는 마음에 감정적으로 대응한 거죠. 그랬더니 고객이 지점으로 찾아와 한바탕 소란이 일었어요. 사태가 수습되고 지점장님과 면담을 하면서 은행원으로서 필요한 자질, 응대, 태도, 상황별 대응 요령 등을 코칭받고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죠. 그때 고객을 배려하고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후로는 다시는 어떤 일이 있어도 고객과 언쟁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죠.
은행원은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까요?
디지털 금융이 일상화된 요즘 고객이 굳이 은행에 오지 않아도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이용해 예금, 대출, 공과금 납부, 여러 가지 신고 업무를 손가락 클릭만으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어요. 그래서 은행에서 일상적으로 하는 업무가 점점 AI로 대체되어 가는 것이 현실이에요. 그렇다 보니 지점 수도 많이 줄고 일하는 사람도 많이 줄었어요. 하지만 AI가 수행하는 업무가 많아진다고 해도 사람의 영역은 여전히 남을 거라 생각해요. 이게 바로 유니버설 뱅커의 역할이에요.
- 『은행원은 어때?』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