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콤플렉스, 근대의 정신병리, 전통과 현대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
이 책은 크게 세 갈래로 나누었다.
첫째, 현재 우리 사회에서 쉽게 마주치는 심신미약자들, 불안·우울과 같은 정동장애에 시달리는 사람들, 갖가지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사례들을 살펴보는 한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가진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해 본다. 그리고 프로이트나 융과 같은 유럽의 정신분석학자들이 파악하기 힘든 한국인 특유의 콤플렉스와 그 뿌리를 파헤친다.
둘째, 일제의 강점과 한국전쟁, 그리고 외환위기가 한국인 특유의 콤플렉스와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를 분석해 본다. 특히 일본의 근대화 과정과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비교해 보면서 일제의 한반도 강점에 따른 부정적 영향, 즉 일제 잔재가 아직까지 한국인의 정신세계에 얼마나 깊은 생채기를 남겨 놓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지금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이유 중의 하나는 서양 문명·서양철학과 한국 사람일 수밖에 없는 ‘나’의 정체성 사이에 생긴 깊고도 넓은 ‘분열’ 때문이다. 그 처방으로 19세기의 동도서기(東道西器)론을 이 시대의 감각에 맞게 재생시켜 봄이 어떨까 싶다. 그 가능성을 타진하는 글을 세 번째 큰 갈래로 묶었다.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에게, 실직자들에게 “철학을 하라!” 권하는 것은 땀으로 밥을 먹지 않는 책상물림들의 현실성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다만 지쳐서 누더기가 되어 버린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추스르고,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줄 수는 있으리라 믿는다. 그런 여유가 시대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힐링’의 본질일 것이며, 요즘처럼 수상한 한 시절을 무탈하게 건너갈 수 있도록 하는 마음의 힘을 기르는 한 방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상처받고 병든 마음을 다스리는 처방은
우리의 고전, 우리의 문학, 우리 인문학의 말과 글에 숨어 있다
이 책의 글들은 사람의 마음에 대한 글이다. 마음 중에서도 상처받고 병든 마음에 관한 글들이다. 마음이나 정신은 나와 너의 관계, 나와 세상과의 관계에 대한 내면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고, 내면의 반응이 몸을 통해 몸짓이나 태도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나 정신이 저장된 곳은 어디일까?
저자는 문학이 시대에 반응하는 인간의 마음, 시대의 정신을 담아 놓은 기록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속절없이 흘러가 버리고 마는 인간의 마음과 지나간 시대의 정신을 이해하고 분석하기에는 소설 이상의 교재는 없는 것 같다. 이 책에 인용된 자료 중에 국내외 소설이 많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 시대의 지친 몸과 피폐해진 마음을 다스리는 처방은 서양 사람들의 말과 글이 아니라 우리의 고전, 우리의 문학, 우리의 인문학의 말과 글에 숨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찾아 상처 난 몸과 마음을 쓰다듬는 것이 바로 ‘철학 치료’의 과정이 아닐까 싶다. 이 작업은 내 개인의 ‘힐링’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구속하는 정치, 나아가 정치가 만들어 놓은 세계를 바꾸는 힘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