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춘진인 구처기, 칭기즈칸의 살생을 막기 위해 서역으로 가다!
《장춘진인서유기(長春眞人西遊記)》는 도교 전진교의 큰 스승인 ‘장춘진인’ 구처기가 몽골제국의 초대 황제 칭기즈칸의 초청에 응해 서역을 여행해 칭기즈칸과 대화한 내용을 기록한 책이다.
장춘진인 구처기(丘處機)는 도교 종파인 전진교의 도사이다. 그는 전진교를 연 왕중양의 제자 북칠진(北七眞) 중 한 명이며, 왕중양, 마옥, 담처단, 유처현에 이어 전진교의 5대 장문이었다. 전진교 용문파(龍門派)의 개조이기도 하다. 원나라 때 전진교를 융성시킨 것은 구처기의 공적이 크다.
구처기 조사는 왕중양 조사에게 의발을 이어받았고 용문파를 창시했다. 그 후 조도견 조사는 구처기 조사의 의발을 이어받아 용문파의 첫 번째 전승자가 되었다. 이 책의 필자 왕역평 역시 전진교 용문파의 18대 전승자다.
전승 제자는 다른 제자와 같지 않다. 전승 제자는 반드시 ‘3령(三令)’을 장악해야 한다. 즉 전교령(傳敎令), 전대령(傳代令), 비법전결령(秘法傳訣令) 등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전승 제자는 다른 제자들과 사명이 다르며 도문(道門) 내부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진실한 공법과 역사를 전승받는다.
역사책의 기록과는 다른 칭기즈칸과 구처기 조사의 운명적인 만남!
팔백 년 전, 이지상 조사는 《장춘진인서유기》를 저술했고, 이 대작은 도교 경전인 《도장》(道藏)에 수록되었다. 이지상 조사는 구처기 조사의 서행에 동행한 21명의 제자 중 한 사람이지만 송도안 조사와 함께 진해성에 남았다. 그렇다면 이지상 조사는 그 이후 구처기 조사의 행적에 대해 어떻게 알았을까? 그런 내용은 도교의 방식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것이다.
이지상 조사의 저술 《장춘진인서유기》는 매우 모호한 부분이 많고, 그러므로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 역시 매우 적다. 애초에 구처기는 칭기즈칸을 죽이려고 했고, 칭기즈칸도 구처기 조사를 죽이려고 했으나 후에 이 두 사람은 좋은 친구가 되었다. 따라서 어떤 내용은 명확하게 글로 쓸 수 없었고, 구처기 조사도 이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따라서 이지상 조사의 기록만 가지고는 일대천교(一代天驕) 칭기즈칸이 구처기 조사의 간언에 따라 살생을 멈추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역사는 칭기즈칸이 확실히 구처기 조사의 간언에 따라 살생을 멈추고 자비를 베푼 사실을 우리에게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시중에는 구처기와 칭기즈칸에 관한 다양한 저서들이 많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은 구전되어 내려온 실제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런 책들과는 다르다. 칭기즈칸이 비길 데 없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것을 두고 사람들은 그를 살육의 대명사로 여겼으나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이 책을 읽고 칭기즈칸에 관해 새로운 사실을 알고 완전히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구처기 조사가 풍찬노숙을 하면서 불원만리 아프가니스탄 히말라야에 도착해 칭기즈칸에게 살육을 중단할 것을 설득한 사건은 수천만 명의 목숨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유럽의 르네상스를 구한 것이기도 하다. 그 역사적 공적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8백 년 전, 구처기 조사의 이념은 ‘하늘을 따르고 세상과 창생을 구제’하는 것이었다. 팔백 년 후 우리의 사명은 역사를 거울삼아 인류의 평화와 장생, 그리고 영생을 실현하는 것이다.
□ 편집자의 말
이 책의 주인공인 칭기즈칸을 “단지 활을 당겨 독수리를 쏘는 것밖에 모른다.”는 말로 평가하는 것은 그를 의도적으로 폄훼한 것이다. 그렇다면 칭기즈칸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영웅이란 한 가지 면모만 있는 것이 아닌 법이니 조급하게 단정 짓지 말고 천천히 평가해 보자.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은 구처기(丘處機)다. 구처기(1148~1227)의 도호는 장춘자(長春子)다. 도교 전진도(全眞道)의 장교(掌敎)이자 진인眞人, 사상가, 양생학자다. 구처기는 남송, 금나라, 몽골제국 등의 통치자와 백성들에게 모두 존경을 받았다. 74세 고령의 나이에 서역을 향해 3만 5천 리를 가서 칭기즈칸을 만나 살생을 멈추고 백성을 사랑하라고 설득한 사람이다.
칭기즈칸과 구처기의 비밀은 말로만 전해지고 기억되었다. 칭기즈칸은 믿을 만한 후손들에게만 내용을 전했다. 혹은 어떤 이야기들은 비밀로 남겨두었다. 구처기 역시 그의 후손들에게 말하기를 꺼렸다고 한다. 칭기즈칸과 구처기의 비밀은 8백 년이 넘도록 전승자들의 기억으로만 남았다. 이제부터 8백 년 전으로 돌아가서 역사책의 기록과는 다른 칭기즈칸과 구처기 조사를 만나보자.
□ 옮긴이의 말
왕역평 스승께서는 지난 세기 말부터 한국의 도반들에게 수련을 지도해 오셨고, 특히 2011년부터는 몸소 한국으로 오셔서 1년에 한두 차례씩 가르침을 전수해 주시고 있다. 이 책을 대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스승께 배운 공부들은 약 팔백여 년 전 도의 조상들이 당시 전쟁의 화마 속에서도 그 법맥을 지키고 발전시켜온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어느 하나도 소홀하게 익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특히 지난 십여 년 동안 스승께 배운 공법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조사께서 어떤 상황에서 이 공법들을 활용하셨는지를 알게 된 순간 벅차오르는 감동을 누를 수 없었다.
특히 본문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난세에 도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의 안위를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사실이다. 특정한 상황마다 불현듯 구처기 조사와 왕역평 스승의 모습이 겹쳐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에 스승께서 세상에 최초로 공개하신 역사의 비밀과 도존(道尊)들의 이야기를 통해 수련의 의미와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왕역평 스승께, 그리고 그동안 함께 공부할 수 있게 해준 한국의 도반들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