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민속학계의 대부 야나기타 구니오를 사사하고 미국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한 지은이가 민속학과 인류학(민족학)이 밟아온 길을 되돌아보고 일본 자문화 연구의 틀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한 책. 지은이는 일본인의 문화적 정체성(자문화 인식)이 일본 내 일본문화론에 어떻게 표상되고 있는가를 민족학ethnology과 민속학folklore으로 불리는 두 학문 분야에서 발견되는 인류학적 담론들을 통해 검토한다. 일본어로 똑같은 발음으로 읽히는 두 학문은 한 뿌리에서 시작했으나 193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 시작에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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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민속학계의 대부 야나기타 구니오를 사사하고 미국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한 지은이가 민속학과 인류학(민족학)이 밟아온 길을 되돌아보고 일본 자문화 연구의 틀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한 책. 지은이는 일본인의 문화적 정체성(자문화 인식)이 일본 내 일본문화론에 어떻게 표상되고 있는가를 민족학ethnology과 민속학folklore으로 불리는 두 학문 분야에서 발견되는 인류학적 담론들을 통해 검토한다. 일본어로 똑같은 발음으로 읽히는 두 학문은 한 뿌리에서 시작했으나 193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 시작에 일본민속학의 대부 야나기타 구니오가 있다. 지은이는 야나기타 구니오 이래 민속학의 전개과정과 민족학(문화인류학)의 다양한 인류학적 담론과 개념을 검토하고, 홉스봄의 ‘만들어진 전통’론을 실마리로 삼아 현재 일본사회에서 민속문화와 공통문화, 글로벌 문화가 뒤얽히는 현상을 살펴본다. 그리하여 앞으로 자문화(일본문화)를 연구하려는 인류학은 민속문화뿐만 아니라 공통문화와 글로벌 문화까지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역설한다.
출판사 책 소개
『일본인의 인류학적 자화상』은 일본 인류학계의 석학 이토 미키하루 교수가 쓴 『日本人の人類學的自畵像』을 번역한 책이다. 일본민속학계의 대부 야나기타 구니오를 사사하고 하버드대와 캘리포니아대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한 지은이는 민속학과 인류학을 넘나들며 두 학문에 대해 깊은 지식을 쌓아 왔다. 수십 년에 걸친 학문의 길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토 교수는 민속학과 인류학이 밟아온 길을 되돌아보고 일본 자문화 연구의 틀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자 이 책을 집필하였다.
일본어로 민족과 민속은 둘 다 ‘민조쿠’라고 발음된다. 민족학과 민속학은 글자는 다르지만 똑같이 ‘민조쿠가쿠’라고 불리는 것이다. 타문화를 연구하는 민족학ethnology(문화인류학)과 자문화를 연구하는 민속학folklore, 이 두 학문은 같은 뿌리에서 시작했으나 1930년대에 일본민족학회(2004년 일본문화인류학회로 개칭)와 민간전승회(1947년 일본민속학회로 개칭)로 나뉘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둘 간의 괴리가 더욱더 심해지고 있다. 지은이는 이 두 ‘민조쿠가쿠’가 서로를 바라보고 교류함으로써 일본인의 문화적 정체성(자문화 인식)을 연구하는 데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먼저 일본민속학의 대부이자 자신의 스승인 야나기타 구니오 이래 민속학의 전개과정과 민족학(문화인류학)의 다양한 인류학적 담론과 개념을 검토하고, 홉스봄의 ‘만들어진 전통’론을 실마리로 삼아 현재 일본사회에서 민속문화와 공통문화, 글로벌 문화가 뒤얽히는 현상을 살펴본다. 그리하여 앞으로 자문화(일본문화)를 연구하려는 인류학은 민속문화뿐만 아니라 공통문화와 글로벌 문화까지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한 일본사회가 그려온 자화상은 민족적 정체성을 표상하려 한 야나기타의 일국민속학과 지역적 정체성을 재현하려고 한 기층문화론의 다양한 일본사회론을 축으로 형성되어 왔다고 정리하면서, 두 ‘민조쿠가쿠’가 일본연구를 매개로 하여 상호교류를 촉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지은이는 일본 민족학과 민속학의 역사와 이론적 흐름을 살펴보고, 민족학과 민속학의 중요한 이론적 개념들(에트노스, 네이션, 포클로리즘, 페이클로어 등)을 검토한다. 따라서 일본문화론의 흐름과 주요 이론들의 개요, 민속학의 주요 개념들을 짚어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내용
서장에서는 일본문화를 인식하는 방법과 틀에 대해 서술한다. 방법으로서의 민족학(문화인류학)과 민속학이라는 두 ‘민조쿠’학의 역사적 관계에 대해 기술하고, 민속문화라는 개념이 민족문화 안의 부분문화라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민족과 역사의 척도라는 두 개의 틀을 설정한 후 민족을 근대 이전에 형성된 에트노스ethnos와 근대 이후에 형성된 네이션nation으로 나누고, 역사의 척도를 장기 지속/중단기 지속으로 파악하고 각각을 개략적으로 설명한다.
제1장에서는 두 ‘민조쿠’학의 ‘자문화’ 연구 동향에 대해 서술한다. ‘현지인류학자’라 불리는 민족학자의 자문화 연구가 최근 들어 서서히 감소하고 있으며, 민속학계 일부에서 민족국가(국민국가)의 존재를 전제로 한 일국민속학一國民俗學의 틀을 탈구축하여 지역사회의 민속문화 연구로 축을 옮긴 현대민속학을 제창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함으로써 현재 두 ‘민조쿠’학의 괴리가 두드러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제2장에서는 이른바 기층문화를 둘러싼 인류학적 담론을 검토한다. 역사민족학자 오카 마사오의 ‘일본민족문화형성론’과 역사민속학자 아카사카 노리오의 ‘여러 개의 일본’론을 다루어 그들의 담론이 ‘구조로서의 역사’를 중시하고 역사과정에서 구조의 안정성이라는 가정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제3장에서는 민속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인류학적 담론을 검토한다. 가미시마 지로의 ‘순성사회론馴成社會論’, 문화인류학자 요네야마 도시나오의 ‘소분지우주론小盆地宇宙論’, 역사민족학자 오바야시 다료의 ‘문화영역론文化領域論’ 등을 살펴보면서 지은이는 민속문화의 다양성론이 결국 ‘에트노스로서의 민족’이 가진 민속문화의 구조와 지속이라는 가정을 전제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야나기타 구니오가 설정한 민속문화의 역사과정이라는 틀과 ‘무의식의 전승’이라는 개념을 검토한다.
제4장에서는 만들어진 민속문화를 둘러싼 인류학적 담론을 검토한다. 유럽에서 이야기하는 전통의 개념과 야나기타 구니오가 말한 ‘전승’ 개념을 검토하며 전통의 연속과 비연속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본다. 또한 에릭 홉스봄의 ‘만들어진 전통’론을 실마리로 삼아 일본의 민족국가 형성과정에서 창출된 ‘네이션으로서의 민족’의 민속문화를 ‘공통문화’라 규정하고, 공통문화라 할 수 있는 국민축제일이나 일요휴일제, 신전결혼神前結婚이 창출된 과정을 살펴본다.
제5장에서는 대중소비사회의 민속문화를 검토한다. 먼저 포클로리즘folklorism과 페이클로어fakelore라는 개념을 검토하고 민속문화의 변용과정을 분석하는 틀(에트노스-민속문화/네이션-공통문화)을 설정한 후 ‘글로벌 문화’의 요소를 엮어 넣은 민속문화와 공통문화의 뒤얽힘 현상에 주목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자문화 인식’으로서의 집합적 정체성이라는 맥락에서 인류학적 담론을 재검토한다. 지은이는 역사적 상황에서 정체성이 끊임없이 흔들리듯이 일본의 인류학적 담론도 내셔널 아이덴티티에서 로컬 아이덴티티를 향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다민족공생사회’로 향해 가는 현재 시점에서 앞으로 자문화를 연구하는 인류학은 에트노스로서의 민족의 민속문화 외에 공통문화나 글로벌 문화 쪽으로도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