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서 나와 정원에 사는 코끼리가 있다!?
2023년 3월 23일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사육하는 사나바얼룩말 세로가 사육장을 탈출해 서울 시내 일대를 활보한 사건을 기억하나요? 세로는 대공원 내 나무 울타리를 부수고 밖으로 탈출해 3시간가량 서울 일대의 주택가와 도로를 활보하여 많은 사람에게 포착되었어요. 각종 SNS, 포털사이트 커뮤니티는 물론 경찰서, 소방서, 동물 단체를 향한 신고와 민원이 쏟아졌어요. 서울어린이대공원 측은 사육사와 경찰, 소방 당국과 힘을 합쳐 포획 작업을 시작했고, 생포 작업을 진행하여 진정제를 7차례나 투여한 끝에 얼룩말 세로를 포획하는 데 성공했어요. 다행히 생포된 얼룩말 세로는 무사히 대공원으로 돌아갔어요. 사건의 주인공인 얼룩말 세로는 양친이 모두 죽고 나서 반항기를 지냈다고 해요.(서울시설공단 공식 유튜브 채널 中) 낯선 환경에서 태어난 데다 의지하던 부모가 사망하는 바람에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탈출을 감행했다 짐작했지요. 이처럼 혼란스러움과 우울감은 인간만이 가지는 감정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요. 동물들도 인간들처럼 섬세한 감정을 지니고 있답니다.
책 속 주인공 코끼리는 동물원에 있는 유일한 아기 코끼리예요. 부모도, 친구도 없어서 의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사육사 언니뿐이죠. 그런데 아기 코끼리는 외롭지 않았어요. 사육사 언니와 점심도 같이 먹고, 같이 씻고, 같이 청소하고…… 모든 걸 함께했기 때문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큰 전쟁이 벌어진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동물원에 나타나지 않았고, 그만두는 사육사들도 생겨났어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한 정부 측은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을 죽이라고 명령했지요. 도시에 폭탄이 떨어지는 밤,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는 아기 코끼리 앞에 사육사 언니가 나타났어요. 사육사 언니는 사람들 몰래 코끼리와 동물원을 빠져나와 자기 집으로 갔어요. 그러고는 아침이 되면 사람들 몰래 아기 코끼리를 데리고 동물원에 갔어요. 아기 코끼리를 지키고, 전쟁 동안 무사히 살아남기 위해 사육사 언니가 큰 용기를 낸 것이지요. 사육사 언니 덕분에 아기 코끼리는 조금은 안전해졌어요. 이들은 비밀스러운 숨바꼭질 놀이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요?
인간의 욕심이 낳은 비극적인 전쟁 속
생명을 존중받지 못한 존재들의 가슴 뭉클한 숨바꼭질
동물원 밖에서는 무서운 전쟁이 벌어져 매일 같이 폭탄이 떨어집니다. 아기 코끼리는 사육사 언니의 따뜻한 보살핌 덕에 밤마다 안전하게 지내며 무럭무럭 자라지요. 사육사 언니는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과 깊은 신뢰를 쌓아가며, 코끼리의 행동과 감정에 공감합니다. 아기 코끼리와 사육사의 유대감은 단순히 동물과의 관계를 넘어섭니다. 인간과 자연 사이의 복잡한 조화의 과정을 감동적인 이야기와 서정적인 그림으로 보여 주지요. 전쟁이 발발해 자신도 지키기 힘든 상황이지만, 사육사 언니는 아기 코끼리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코끼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무서움을 혼자 극복해 내야만 했을까요? 독자들은 사육사 언니를 보며 눈에는 보이지 않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인간의 욕심이 낳은 비극적인 전쟁 속, 생명을 존중받지 못한 존재들은 사람들뿐만이 아닙니다. 거대한 폭탄과 총격, 공습 등으로 많은 동물이 상처를 입거나 사망합니다. 전쟁은 산림, 초원, 습지 등 다양한 서식지를 훼손하고 파괴하여 동물들의 생존을 위협하지요. 주인과 떨어진 가축들은 유기되거나 방치되어 도시를 떠돌게 됩니다.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생명의 존중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인 제도와 정책을 강화하고 구호 활동과 지원을 통해 생명을 보호하고 있어요. 《우리는 언제나 함께일 거야》는 시대적 상황을 뛰어넘는 생명력, 동물과 인간의 깊은 교감과 뜨거운 우정, 모든 생명에 대한 애정이 가득 차 있습니다.
연약한 존재를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낸 사육사의 위대한 초상화
이 책에 글을 짓고 그림을 그린 엘란 랭킨은 한 장의 사진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2009년에 개원 75주년을 맞이한 벨파스트 동물원 보관 자료에서 발견된 그 사진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에 찍은 것으로, 사진 속에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가정집 뒤뜰에서 아기 코끼리를 데리고 있는 여성이 있었습니다. 여성의 이름은 ‘데니즈 웨스턴 오스틴Denise Weston Austin’으로 벨파스트 동물원에 있는 유일한 아기 코끼리 실라를 돌보는 최초의 여성 사육사였지요. ‘코끼리의 수호천사’였던 데니즈는 벨파스트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동물들을 죽이라는 정부의 명령으로부터 실라를 보호하기로 마음먹었지요. 실제로 전쟁 중에 아기 코끼리를 구해 내 자기 집에서 길렀다고 해요.
사육사 데니즈와 코끼리 실라의 우정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큰 영감을 줍니다. 실화가 주는 감동과 더불어 작은 존재들이 연대하는 힘,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용기,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추구하도록 격려하지요. 또한, 시대적 분위기와 문제를 짚어 보고 중요한 삶의 교훈을 배울 수 있습니다. 실화에 담긴 진솔한 감정과 상황을 통해 더 깊은 공감과 연민을 느끼고 풍부한 독서 경험을 얻게 됩니다. 전쟁의 잔혹함과 그 속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과 감동을 조명하는 그림책 《우리는 언제나 함께일 거야》를 만나 보아요.
■■ 줄거리
갑자기 벌어진 전쟁으로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어요. 두려움에 떠는 건 사람들뿐만이 아니었어요. 도시에 폭탄이 떨어지자, 거대한 폭발이 동물원 주변에 메아리치기 시작했어요. 혼자 있는 아기 코끼리가 가여웠던 사육사는 아기 코끼리를 데리고 동물원에서 빠져나와 자기 집으로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둘은 함께 길고 무서운 밤을 견뎌냅니다. 그런데 코끼리가 점점 자라면서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가 어려워졌어요. 이러다 사람들에게 들킨다면, 아기 코끼리는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