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風流)란 풍치 있고, 멋스럽게 노는 일을 말한다.
“놀아도 허망히 놀면, 아니 노는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노는 것도 신분에 따라 차이가 있었던 옛 사람들의 흥(興) 돋는 문화를 엿보아 본다.
정가(正歌)란 조선시대에 정악의 기풍으로 노래하는 성악곡으로서 가곡, 가사, 시조창을 말한다. 사대부 선비계층에서 많이 불렀으며, 단조롭게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가곡(歌曲)은 정가 중에서도 뛰어난 예술성을 갖추고 있다. 흔히 일청이조(一淸二調)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즉 첫째는 맑아야 하고, 둘째는 가락이라는 뜻이다. 가곡은 박자가 얼마나 느린지 서양악기에 사용되는 메트로놈조차도 박자를 측정하기 어렵다. 이 느린 음악이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올랐다. 정가 가운데 오래되고 예술적 완성도가 가장 높은 것은 가곡(歌曲)이다. 곡조에 따라 평조와 계면조로 나뉘고, 빠르기에 따라 삭대엽, 우락, 언락, 평롱, 우롱, 편수대엽 등 여러 곡이 있다. 장단은 기본 장단인 10점 16박 장단과 10점 10박 장단 두 가지가 있다. 창법에 따라 남창과 여창이 있는데 지금까지 전승되는 가곡은 남창 26곡 여창 15곡이 전해지고 있다. 연주는 창자(唱者) 이외에 반주악기로는 거문고, 가야금, 대금, 세피리, 단소, 해금, 현금, 양금, 장구 등 여러 악기가 사용되고 있다. 대여음은 전주곡에 해당하고, 중여음은 간주곡에 해당되어 완벽한 형식미를 갖추고 있다.
왜? 해금 악보인가…
현악기와 관악기의 쓰임새에 차이가 있다. 현악기는 주로 노래의 골격선율을 연주한다. 반면 관악기는 골격 선율을 여러 가락으로 장식하여, 조화롭고 멋스러운 음악을 만들어 낸다. 가곡을 노래하려면 골격선율을 연주하는 해금보(奚䔷譜)를 보고 익히는 것이 주요(主要)하다. 해금보에 정가의 가사를 달아 놓았다.
서양에 온음계 ‘도 레 미 파 솔 라 시’와 반음계 12개의 음이 있다면, 우리에겐 12율명이 있다.
양성: 황종 태주 고선 유빈 이칙 무역
음성: 대려 협종 중려 임종 남려 응종
우리의 선인들은 음악을 통해 음양(陰陽)의 균형을 추구하였다.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는 중(中)의 상태를 드러낸 음악이라는 뜻으로 ‘정악(正樂)’이라 불렀다. 정악과 친해지려면 얼마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번 친해지면, 오랜 역사를 거쳐 이어 온 풍류음악의 다양한 멋과 깊이에 빠지게 된다. 아는 만큼 들리는 것이 ‘음악’이라 했던가. 복색(服色)이 신분을 가르던 시대에 음악 또한 창작자와 향유자에 따라 정악과 민속악으로 구분하였다. 궁중에서 연주되던 ‘궁중음악’과 지식층이 즐기던 ‘풍류방 음악’이 정악으로 분류된다. 참고로 민속악은 판소리, 민요, 시나위, 산조, 풍물놀이, 농악 등을 말하며 민간에서 창작되고 전해 내려오는 음악이다.
전통음악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계기성(繼起性)과 연속성을 들 수 있다. 정악의 대명사격인 영산회상은 9곡이 끊어짐 없이 계속 연주된다. 하지만 요즘은 가운데 한두 곡을 별도로 연주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계기성 때문인지 거의 모든 악보들이 중간부분이 잘려 다음 페이지로 넘겨야 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기존 악보의 형태가 문헌적 외형적 정리는 잘되어 있지만, 연주자가 쉽게 이용하고 연주하기에는 부적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 악보집은 양식을 변경하여 실용을 택했다. 악보의 학문적, 문헌적 가치도 필요로 하겠지만, 연주자에게 실용 가치가 높고, 악곡을 연습하고 연주하기에 적합하도록 제작하였다. 많은 연주자에게 꼭 필요한 악보집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출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