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과 친일, 전통과 근대가 뒤섞인 ‘일제 강점기’의 민낯을 보다!
아슬아슬한 발판이 걸려 있는 청계천의 간이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고, 창경원에 핀 벚꽃을 구경하러 온 꽃놀이 인파에 치여 일행을 놓치고, 좌측통행하는 자동차를 보면서 흠칫 놀라는 등, 우리가 정말 1934년 경성에 떨어진 것마냥 당시의 생활 모습을 생생하게 만난다! 이는 1920~1930년대 사진과 그림 자료를 모아 나열하고, 그 순서에 맞춰 여행의 일정을 짜고 내용을 구성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마치 정말 여행하며 사진을 찍은 듯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여행을 통해 독자들은 일제 강점기의 다양한 경성 사람들의 생활을 엿보면서,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생각해 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부족함 없이 풍요로움을 누리던 친일파는 조선이 식민지가 된 사실이 전혀 아쉽지 않다. 그저 지금의 호황이 계속되길 바라며, 자신이 일본인인 양 여긴다. 반면에 독립운동가의 가족은 먹고살기도 바쁜데, 옥바라지까지 해야 하는 처지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난 어린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학생들은 일제의 지배를 당연하게 여기는 반면, 어떤 학생들은 동맹 휴학을 통해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에 나선다. 또 어떤 사람은 서양인처럼 백색 피부와 금발을 갖기를 꿈꾸고, 다른 누군가는 신여성이 되어 남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
《경성에서 보낸 하루》 이처럼 저항과 친일, 전통과 근대, 문명과 야만이 뒤섞인 각양각색의 모습을 통해 ‘나’라면 어떤 선택과 행동을 했을지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청소년 독자들은 일제 강점기의 역사에 대해 알아 가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과거를 통해 현재의 ‘나’를 생각해 보는 ‘색다른 시각’까지 갖추게 될 것이다!
경성 사람들의 생활에서 발견하는 일제 강점기 정치·경제·문화
여행의 첫 행선지는 북촌에 자리 잡은 한 친일파의 대저택이다. 유명 은행의 두취(은행장)와 안방마님, 도쿄에 유학 중인 장남과 며느리, 고보생(고등학생)인 둘째와 고녀생(여자고등학생)인 막내딸, 행랑채에서 사는 일꾼들을 따라다니며 일제 강점기 사람들의 생활과 경성 구석구석을 속속들이 살펴본다.
‘퓨전’ 스타일을 한 경성 사람들의 패션, 위압적인 르네상스풍의 건축물들이 늘어선 광장, 백화점과 상점들이 즐비한 번화한 본정 거리,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이 복작이는 카페 등 화려한 볼거리들을 경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다고 화려한 구경거리만 따라가는 건 아니다. 그 뒤에 숨은 모습도 전부 까발린다! 끔찍한 규율과 폭력이 지배하는 식민지의 학교생활, 일반인들을 옥죄는 일제 순사들의 감시와 단속, 부유함이 넘치는 친일파와 처절하게 생활하는 독립운동가의 가족들…….
이렇게 일상생활 속에서 분명하게 대비되는 장면을 살피다 보면, 일제의 치밀한 식민지 지배 방식을 알아차리게 된다. 광화문을 찾아볼 수 없는 경복궁에서 폭력적인 식민 지배 방식을, 중국과 러시아를 넘어 유럽과 연결된 경성역에서 대륙 진출의 야욕을, 일본어를 배우는 국어 수업과 천왕에 대한 맹세문을 외우는 수신 수업에서 철저한 문화 말살 정책을 발견하는 식이다.
또한 각 장의 끝에 정보면을 구성해 조선 총독부의 무단 통치와 문화 통치, 일제의 식민지 미화 정책, 그리고 여성의 사회 진출 등 일제 강점기의 정치사와 문화사까지 훑어볼 수 있도록 정리해 준다. 교과서 순서에 따라 배치해, 청소년 독자들이 근대 역사의 흐름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렇게 생생한 장면들을 엮어 하나로 종합하면, 정치과 경제, 문화와 예술을 망라한 우리나라 근대의 지도를 머릿속에 그려 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