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정국의 한국 현대사를 담은 영상들
1945년 8월 15일, 해방 직후의 환희와 혼돈에 휩싸인 사회와 정치, 경제, 문화, 국방 상황의 격변을 겪는 우리네 모습을 담은 다양한 영상이 존재한다. 국내외 언론인, 영화인, 세계 각국 국가기관 등에서 제작한 이 영상들은 ‘자연스럽고 풍부한 한국 현대사’를 그대로 담고 있어 사료적 가치가 있음과 동시에 역사 속 한 페이지로 자연스럽게 우리를 안내한다. KBS 현대사 영상 프로젝트팀이 2020년부터 지속하여 발굴, 수집해 온 영상들은 약 1,400개, 11,000분 분량에 달한다.
해방뉴스 … 해방 후 조선 영화인이 직접 제작한 기록영화. 편집에 따라 국내판, 일본판, 영미판, 해방조선을 가다, 서울영화주식회사 기록영화 등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시보 … 미군정청 공보부에서 1947년 말까지 자체적으로 제작한 뉴스영화.
전진보 … 미군정청 공보부에서 1948년 1월 19일부터 격주로 제작한 전진조선보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대한민국 공보처가 제작한 전진대한보가 있다.
이 외에도 텔레뉴스, 유니버설 뉴스, 기록영화 〈고 백범 김구 선생 국민장의식〉, 〈건국투쟁사〉, 〈남북연석회의〉, 소련 기록영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보관 뉴스영화와 미군 영상 등에 다양한 한국 현대사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한반도와 우리 모습을 기록한 이 방대한 기록들을 분류해 정리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 가까운 과거 시기 우리 경험을 담고 있는 영상에 정확한 정보가 더해진다면, 우리가 어떻게 한 시대를 살아왔는지, 우리가 누구인지를 더 잘 알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1945년부터 1950년까지, 우리에게는 매일 어떤 일이 있었을까
《해방 한국 1945~1950》에서는 1945년 8월부터 1950년 10월까지의 영상을 소개한다. 책에 실린 자료는 총 322개 에피소드에 달하는데, 저자들은 특정한 기준에 따라 수록할 사건을 고르기보다는, 최대한 많은 영상을 지면에 담고자 했다.
이에 광복 직후부터 거의 매일의 날짜를 살피고, 수집한 많은 양의 영상을 하나하나 꼼꼼히 보고, 잘 들리지 않는 오디오를 들으며 영상의 내레이션에 집중했다. 생산자와 생산 일자, 영상 정보를 정리하면서, 지명과 인명 등의 고유명사를 최대한 확인하고, 당시 발간된 신문 기사를 참조해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치적, 사회적, 국제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과 일상적이고 재미있는 모습까지 두루 수록할 수 있었다.
이 책의 모든 에피소드는 일자별로 수록돼 있다. 하나의 사건과 연계성 있는 자료를 최대한 접할 수 있도록 정리했고, 이에 더해 관련 기사를 통해 지면에 담지 못한 영상의 맥락까지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영상에 담긴 원문을 최대한 그대로 수록했다는 점이다. 영상에는 지금 사용하지 않는 단어나 현재의 맞춤법과 다른 부분이 종종 존재하는데, 시대성을 살리기 위해 될 수 있는 한 그대로 사용했다. 오디오가 없는 영상은 이미지와 간단한 설명, 관련 기사를 첨부하여 이해를 돕는다.
이 책으로 만나는 스틸 이미지들은 2024년 8월 광복절에 방영된 KBS 〈다큐 인사이트-현대사 아카이브 ‘광복절 기획-세계 그리고 해방 한국’〉(2024년 8월)에서 생생하게 움직이는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생동감 넘치는 영상과 함께 관련한 자료들을 모아놓은 이 책을 보는 것은, 우리에게 광복절의 의미와 해방 당시 분위기 그리고 한국전쟁 전까지 치열하게 변화를 거듭하는 당시 대한민국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