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이 무너진 세상, 생존을 위한 치열한 드라마
데이비드 켑의 소설 『오로라』는 현대 사회가 얼마나 전기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오로라』는 초강력 태양 폭풍이 지구를 강타하며 전 세계적인 재난 사태를 초래하는 상황에서 인물들이 겪는 생존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재난은 그리스어로 ‘별(aster)’이 ‘없는(dis)’ 상태를 의미한다. 망망대해에서 별을 보고 방향을 읽어내던 사람들에게 별이 없는 밤하늘은 고립이나 죽음을 의미하는 말일 수도 있다.
『오로라』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리얼리티와 긴박한 서사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태양 폭풍의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며 이야기가 시작되고, 이로 인해 오로라 현상이 일어나고 전 세계적인 정전 사태가 발생합니다. 지구의 87%가 전기에 의존해 살아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정전은 인류 최악의 재난 시나리오 중 하나일 것이다.
소설에서 전기(power)는 단순한 동력의 의미를 넘어 권력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정전 사태는 전기(power)가 끊긴 상태를 말하지만, 혼돈의 시기에 리더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 등장하며 새로운 형태의 권력(power)을 형성한다. 이러한 설정은 성경에서 착안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로라』는 전기라는 도구가 인간에게 혜택이자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발명된 전기(power)가 인간을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경고는 우리가 오래 잊고 살았던 진실을 일깨워준다. 『오로라』는 분명 허구이지만, 과학적 근거가 단단한 소설이다.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 더욱 실감 나고, 인간에 대한 사랑, 용서, 그리고 연대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로 끝맺음으로써 소설적 미덕을 놓지 않는다.
작가 데이비드 켑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고립된 시간 속에서 이웃들과 교감한 경험을 통해 이 소설을 창작했다. 코로나(Corona)는 호흡기 감염질환 명칭이면서, 이 소설의 재난을 이해하는 중요한 천문학 용어이기도 하다. 작가는 글로벌 현상에 대한 탐구를 통해 작은 공동체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뭉치고 흩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오로라』는 독자들에게 재난 속에서의 인간 본성과 현대 사회의 취약성을 깊이 있게 탐구할 기회를 제공한다.
『오로라』를 번역한 임재희 작가는 “이 소설이 흥미롭고 생생하게 읽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작가인 데이비드 켑은 미국의 대표적인 각본가이면서 영화감독이라는 경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한국 영화 관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쥬라기 공원〉, 〈미션 임파스블〉, 〈스파이더 맨〉, 〈워 오브 더 월드〉 등을 집필한 할리우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 중 한 명이다. 『오로라』는 그의 두 번째 소설이다. 『오로라』도 처음부터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쓴 소설처럼 빠른 전개와 탄탄한 구성, 개성 있는 인물들이 펼치는 매력적인 에피소드를 담아 흥미와 감동을 선사한다.”고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