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은 경기도에 속한 중소규모의 ‘시’로서 최근 해외 미군기지 중 세계 최대 단일기지인 평택 미군기지(USAG 험프리스)가 들어서면서 전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가장 높은 산은 해발 208m의 무봉산일 만큼, 평택은 대표적인 평야 지대다. ‘平澤(평택)’도 “평평한 땅에 연못밖에 없어서” 생긴 이름이다. 전통적으로 농업과 일부 어업을 하는 농어촌 지역이었고, 일제강점기에 철도가 새롭게 지나가면서 1차 도회지(都會地)가 이루어졌으나 그 정도가 미미하였다. 역사적 유적이나 명승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대신 1970년대 이후 경부선, 호남선을 비롯한 수많은 고속도로가 지나고 철도까지 통과하면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교통 허브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또 최근에 광활한 평야 지대에 미군기지 외에 LG, 삼성 같은 기업의 대규모 공장이 들어서면서 점점 도시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고덕국제신도시나 포승국가산업단지, 평택항을 중심으로 산업적인 면에서 전국 어느 지역 못지않은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서울에 비교적 가까운 전형적인 농촌 지역인 만큼 역사적으로 평택(송탄, 안중)은 큰 사건 없이 지내온 편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인들의 ‘이주-정주’가 시작되면서 일본인 농장이 대규모로 형성되고 그만큼 수탈이 강화되었으며, 그들의 필요에 따라 도시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해방 이후에도 미군 주둔을 비롯한 비(非) 생산적인 시설이 일부 들어섰으나 오랫동안 ‘농촌 지역’을 가장 뚜렷한 정체성으로 유지해 왔다. 그런 점에서 최근 평택의 변화는 농촌 중심 사회에서 도시 중심 사회로 변화한 한국 근현대사에서 식민지 내의 식민지였던 농촌이며, 대도시(서울, 인천)의 주변부였던 지역이 어떻게 ‘도시’로 성장하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어떠한 변화와 질곡을 경험하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곳이 된다.
이 책은 이러한 평택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 그 속에서 ‘농촌’ 이상의 것들을 찾아내서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오랫동안 평택 지역학과 관련된 각종 발표회장에서 치열하게 논쟁하고 토론하면서 발표한 논문들을 새롭게 다듬고 영역별로 분류하여 책으로 엮어냈다. 단순한 논문 모음이 아니라, 평택이라는 지역사, 지역학을 조형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틀을 잘 구성하면서 만들어 간 연구논문들을 모아냈다. 저자가 10년에 걸친 논문 발표 기간 내내, ‘평택 지역학, 지역사’로서 체계를 갖춘 단행본 발간을 장기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잘 알 수 있다.
제1부는 “평택지역과 민족운동”이라는 주제로 평택 지역의 3·1운동 전개 양상을 재검토하고, 이를 지도한 대표적인 조직으로 천도교의 역할을 살펴보며, 이 지역의 대표적인 청년단체인 진위청년회의 조직과 활동을 살펴본다. 이러한 민족운동 전개 과정에서 ‘평택’이라는 지역이 어떻게 그 내부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지와 또한 이러한 공통의 역사적 경험이 ‘평택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지를 고찰한다.
제2부에서는 이 지역 민족운동에서 두드러진 지도자 및 활동가로서 이택화, 이병헌, 이석영, 안재홍과 아나키스트 원심창의 생애를 조명한다. 이들의 활동이 평택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어떻게 관계 맺는지, 그리고 그런 점에서 다른 지역의 민족운동 및 활동가들과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제3부에서는 “근대전환기 평택지역의 사회동향”을 주제로 근대 평택의 행적 구역 변화 과정과 그 속에서 평택의 정체성을 형성하고자 하는 노력의 양상, 그리고 평택의 대표적인 하천인 ‘안성천’의 이름과 그 변천 과정을 통해 평택의 지리적 특성을 고찰한다. 또 평택 지역 사회 문화 방면의 두드러진 특성 중 하나로서 체육회 활동에서 활약한 인물과 그 내용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평택을 이해하는 새롭고 신선한 관점을 제시한다.
제4부 “근대전환기 평택지역 일본인 사회와 그들의 삶”에서는 평택이라는 지역의 근대적 형성기에 ‘우리’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던 일본인 사회의 형성 과정, 그들의 삶의 모습과 그 잔재가 어떻게 현재에까지 잔존하고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근대 이후의 평택의 형성 과정을 엿본다.
보론에서는 “평택지역 근현대사 연구 현황과 과제”를 제시함으로써 향후 평택학, 평택사 연구의 심화 확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또 저자가 최초로 발굴하여 소개한 원심창의 해방 이후 활동에 대한 글을 수록하여 평택의 근대인물사가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