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인 조 가넷의 작품으로, 인간 내면의 심리와 잠재된 무의식을 드러낸다. 본질과 자아 정체성, 어둠을 배경으로 인식하는 이들에 대한 사유가 끝없는 질문들로 계속된다. 이는 곧 우리에게 사색과 자성의 과정을 안겨 줄 것이며 내면과의 교통을 통해 각자의 상처와 꿈과 욕망에 대한 다양한 시적 상상력을 느껴 볼 수 있다.
의식과 무의식을 반영하는 창구
시는 시인의 내면과 시인이 의사소통을 하며 살아가는 바깥세상을 연결해 주는 문이다. 우리 시대의 미국 시인 조 가넷은 시 쓰기의 행위를 통해 자신에 내재하는 어떤 실재를 스스로에게 그리고 세상에 드러내고자 한다. 글을 통한 교통이야말로 시인으로서 마음의 문을 열고, 시의 문을 열어 자신의 내면에 간직한 상처와 꿈과 욕망을 털어 버리는 가장 정당한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끝없는 질문
가넷의 시에서는 그의 질문과 짙은 사색의 모습이 잦게 비친다. 그는 의심과 회의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자신에게 끝없이 일어나는 질문들이 계속 그의 주변에서 “뱅글뱅글 원을 그리며 항해”를 하고 있다.
그가 시 쓰기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그 속에 들어 있는 꿈과 욕망을 비상하게 함으로써 그 “상처의 딱지”마저 끌어안으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오랫동안 자신의 무의식과 의식의 너른 평원과 바다를 헤매며 끊임없이 의구심을 가진 채 밖으로 조금씩 문을 열려고 예비하는 마음의 진화를 위한 훈련 과정을 되풀이한다.
그리고 이러한 의구심의 질문들은 곧 자기 내면의 현재 상황을 조명하게 하고, 그와 동시에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상처를 치유하는 상상력
그는 꿈의 비상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위해, 상상력을 원하게 된다. 명예와 사랑과 부와 여행을 저당 잡히고도 바꿀 수 있는, 현대의 우리 그리고 시인에게 꼭 필요한 풍성한 상상력을 갈구하게 된다. 이제 그는 꿈의 실현을 꿈꾸게 되는 것이다.
그는 좀 더 활기찬 상상력의 힘으로 그의 꿈은 이곳에서 저곳, 지상에서 천상으로의 전도를 실행한다. 이제, 지구는 달이 되고 달은 지구가 되기도 하고, 나는 말하는 침묵이 되기도 하고, 시간은 무시간(無時間)이 되기도 한다. 현재는 영원이 되기도 하고, 시는 말이 되기도 한다. 육체는 영혼이 되기도 하고, 늙음은 젊음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왕래는 시인이 마음의 문을, 시의 문을 열어 놓음으로써 상상력이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게 되고, 그로 인한 공감과 상응으로 인해 가능한 것으로, 상상력에서 나온 공감의 에너지가 교환과 교통의 능력을 발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상상력과 꿈과 사랑, 그리고 창조력, 이들은 한 시인의 영혼의 건강에 꼭 필요한 것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