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넘어졌을 때 할 수 있는 최선은 다시 일어서는 것!
_두발자전거를 통해 한 뼘 더 자라는 어린이
처음 두발자전거를 타는 날, 아이는 중심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기만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페달을 밟고, 밟고, 또 밟고…… 마침내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자기가 결정한 대로 자유롭게 방향을 선택하고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달릴 수 있게 된다.
처음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마침내 성공했을 때, 그 성취감이 주는 기쁨을 우리는 안다. 그 짜릿한 기억이 온몸 구석구석에 새겨져 삶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어 준다는 사실도. 그러나 이 작품의 미덕은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비탈길을 내달리던 아이가 결국 휘청휘청하다 넘어진 뒤에야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실컷 울고, 속상해하고, 원망한 뒤 아이는 아빠의 따듯한 격려에 숨을 크게 고르고 다시금 용기를 낸다. 바닥에서 발을 들어 올리고, 페달을 밟는다. 그리고 외친다. ""난 내 자전거가 정말 좋아요!"" 자전거를 타면서 스스로 자유롭게 선택하고, 넘어져도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아이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
《내 자전거가 좋아!》는 두발자전거라는 일상의 소소하고 평범한 소재를 통해 우리가 넘어졌을 때 할 수 있는 최선은 다시 일어서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다정한 메시지가 어린이를 격려하고, 어린이를 한 뼘 더 자라게 한다.
⚫자전거 타기의 스릴과 감동을 완벽하게 포착한 샘 어셔의 일러스트
제2의 존 버닝햄, 퀸틴 블레이크라 불리며 영국 그림책의 전통을 잇고 있는 작가, 샘 어셔. 이 작품에서 작가는 두발자전거를 처음 타는 아이의 여정을 생동감 있게 담아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풍경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약간의 색상을 추가했을 뿐, 배경을 최대한 생략해 독자를 인물의 움직임에 집중하게 한다. 자전거를 타고 직선으로 내달리고,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자유롭게 커브를 돌고, 높은 언덕에서부터 비탈길을 빠르게 내려가는 아이의 움직임을 먼저 살펴보자. 화면을 분할하거나 펼침 페이지 전체를 활용하여 생생하고 역동적으로 신나는 장면들을 연출하고 있다. 동시에 아이가 자전거를 타면서 순간순간 느끼는 희열, 속도감, 스릴, 감동을 완벽하게 포착해 독자로 하여금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는 듯한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샘 어셔는 아빠의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는다. 긴장감, 흥분, 자부심, 기쁨, 걱정 등 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주는 동안 변화하는 아빠의 감정을 표정과 몸짓으로 세심하게 표현해 자전거 타는 것을 배웠거나, 도운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을 만들어 낸다.
⚫눈과 귀가 즐거워지는 리드미컬한 동시 그림책
사이먼 몰은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매해 열리는 ‘전국 시의 날’ 홍보 대사로, 유튜브 채널에서 교사와 어린이 들에게 시 쓰는 법을 재미있게 가르치며 시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는 동시인이다.
이 작품 역시 작가의 리드미컬하고 활기찬 동시로 쓰여 있어 소리 내어 읽을 때 그림책을 감상하는 재미가 훨씬 커진다. 특히 다채로운 의성어와 의태어, 반복되는 시구는 자전거의 속도감, 자전거에서 나는 소리, 아이의 몸짓을 경쾌한 운율로 표현하며 기쁨, 설렘, 긴장, 두려움과 같은 아이의 감정을 고조시킨다. 시인이자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상희 번역가가 옮긴 문장은 원문의 경쾌한 리듬과 표현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우리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운율과 말맛이 더해져 원문의 감동과 재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빠르게 달리는 빨간 자전거 / 씽씽 달리는 내 빨간 자전거
아랫배가 따끔따끔 / 손잡이 벨은 따릉 따르릉
바퀴가 구르면 윙윙 / 바큇살이 윙윙
두 팔이 허우적허우적 / 온몸이 휘청휘청
_본문 중에서
눈으로 시구를 읽어 내려가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아이와 자전거의 움직임을 따라 흐르고, 내달리고, 휘청거리는 듯 배치된 문장들 그리고 중간중간 크기가 달라지는 글자들에 이르기까지, 종이 위 텍스트가 일러스트와 함께 작동하여 리듬감과 역동성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눈으로 읽어 보고 소리 내어서도 읽어 보자. 잠자리에서 읽어 주기만 해도 좋다. 《내 자전거가 좋아!》와 함께라면 그림책을 감상하는 시간이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
⚫“아빠가 두 팔을 벌려요. 포근한 아빠 품.”
_세상 모든 아빠와 딸에게 보내는 찬가
《내 자전거가 좋아!》는 자전거를 매개로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가는 아빠와 딸의 사랑과 감동이 가득한 이야기인 동시에 세상 모든 아빠와 딸에게 보내는 찬가다.
아이가 처음 자전거에 앉는 순간, 페달에 발을 올리는 순간, 페달을 밟고 비틀비틀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순간, 비로소 쌩쌩 내달리고 커브를 돌 수 있게 된 순간. 모든 도전의 순간에 아빠는 아이 뒤에서 아이와 함께한다.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줄 뿐 아니라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속상해하는 아이를 두 팔 벌려 포근하게 안아 주는 다정한 존재, 자전거 타기에 자신이 없어져 쪼그라든 마음에 격려와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미더운 존재, 아빠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아이는 또 한 번 용기를 내어 달릴 수 있었던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