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발명해낸 가장 멋진 발명품
‘제2의 몸’에 대한 놀랍고도 흥미로운 이야기
본명 이은희보다 ‘하리하라’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한 저자는 신화에서 발견한 36가지 코드를 생물학적 시각으로 풀어낸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를 첫 책으로, 다수의 과학 교양서를 활발하게 펴내며 과학 도서의 대중화를 이끈 선두 주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해왔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과학 지식을 콕콕 짚어내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흥미롭게 풀어내는 저자는, 이 책 『조금씩 몸을 바꾸며 살아갑니다』에서도 ‘우리 몸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이라는 최첨단 이슈를 청소년과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고 재미있게 소개한다.
먼저 인간 감각 인식의 80~85퍼센트를 차지하는 시각(눈)에서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심장과 혈액, 손과 다리, 청각(귀)과 후각(코), 폐와 신장, 자궁과 피부, 마지막으로 털에 이르기까지 인체를 구성하는 주요 기관의 특징과 역할을 개괄한 다음, 질병이나 사고, 노화 등 여러 이유로 그 기관들이 손상되거나 기능을 잃었을 때 과연 인류가 어떻게 대처하고 대안을 마련해왔는지를 재미난 의학의 역사와 함께 큰 틀에서 조망한다. 예를 들어 현대인이 가장 많이 받는 수술 1위에 꼽히는 백내장의 경우, 고대로부터 가장 많은 실명의 원인이었으며 고대 이집트 벽화에도 백내장 시술이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를 끈다. 그 밖에도 새로운 다리의 실마리를 돼지에게서 얻었다거나, 한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는 시력이나 청력과는 달리 냄새를 지속적으로 맡았을 때 후각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 등 생물학에 기반한 유용하면서도 쓸모 있는 과학 지식이 책에 가득하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과학기술의 놀라운 최신 성과들을 짚어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잃어버린 청력을 되살려주는 인공 와우의 개발이라든가 인간의 다리나 손 못지않은 기능을 장착한 스마트 의족과 의수, 원래는 화상을 비롯한 피부 손상 환자들의 치료용으로 개발되었지만 동물실험에 희생되는 동물들의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게 된 인공 피부의 개발 등이 그러하다. 뿐만 아니라 아직은 연구 단계에 있지만 약 25만 명에 달하는 난임 부부를 위한 인공 자궁, 해마다 국내에서만 1만 5,000명 넘게 발병하는 만성 신부전 환자를 위한 인공신장의 개발도 머지않았음을 독자들은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딩동♫~
“주문하신 몸이 배달 완료되었습니다”
우리 몸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넘어 보다 인간다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인류의 발걸음을 일목요연하게 써 내려간 이 책은, 과학기술에 대한 희망찬 전망과 더불어 그 이면에 숨겨진 부작용과 문제점 또한 놓치지 않고 성찰한다. 몸을 보완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는 의학과 과학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고, 법적 문제를 포함해 사회적·윤리적·문화적 측면까지 아우르며 우리 삶 전반에 크나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시선은 아직까지도 차별과 구분 짓기를 동반하기 일쑤다. 저자는 책의 「들어가며」에서 “이러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 행동이 상처 입고 손상된 몸을 가진 이들을 열등하거나 모자라는 듯 바라보는 시선과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힌다. “진짜 인간다움이란 인간이 스스로의 두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실현하도록 노력하는 것이지, 그렇게 찾아낸 결과로 서로를 차별하고 가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과학기술의 발전 외에도 다양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함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다리가 불편한 이들에게 스마트 의족이나 착용 로봇을 장착해줄 수도 있지만, 휠체어가 다니기 쉽도록 길가의 턱을 없애고 여닫이문을 미닫이 자동문으로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고가의 신약이나 보장구를 누구나 돈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보조금 지원이나 무상 대여 시스템과 같은 정책도 마련되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발명 촉진을 위한 지원 정책도 필수적이다. 이 책은 더 나은 과학기술의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다 같이 공존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모색하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새삼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