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렇게 재미있는 전문 서적을 보았는가.
이 책은 664쪽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과 다양한 지식이 총집합된 한국미술 전시기획에 대한 일종의 교과서이다. ‘미술현장과 전시’라는 제목이 주는 흥미를 압도하는 분량에 독자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첫 장을 펴는 순간 독자는 책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한국 미술계에서 벌어지는 전시, 순수한 작가들의 예술세계에 탄복하다가 그 뒷면의 파행을 보며 기막힘을 느끼면서 소설처럼 전개되는 문체에 어느새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이 책에 빠져있는 자신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2부 위작과 관련된 저자의 단상은 가장 흥미진진하다. 어느 가짜그림 전문가의 고백 형식을 빌려 정리한 ‘미술품은 비싸게 팔릴수록 가짜는 난무한다’는 ‘나는 짝퉁 화가다’로 시작한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을 방불케 하는 이 글의 주인공 짝퉁 화가의 고백을 읽다보면 내가 읽고 있는 책은 소설인지 미술 전문 서적인지 착각하게 한다. 이것이 저자가 가진 위력이다. 한국 최고의 미술 평론가이자 현대미술관장까지 지낸 전시기획자이며 시인이기도 한 저자의 전집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의 책에는 다양한 전문지식과 경험과 교양, 그리고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2. 한국 근현대 미술의 작가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백미는 마지막 3부인 작가론이다. 가장 학술적이면서도 대중적어야 하는 이 파트는 한국 대표작가들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말그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로서 우리가 모두 알아야 할 인물들인 것이다. 작품들과 함께 소개되는 이 작가들의 이야기는 한국 작가들에 대한 자부심과 더불어 우리의 교양을 풍부하게 해준다. 이 책에서는 최욱경, 하인두, 이종상, 조평휘, 박대성, 오승윤, 강연균, 손장섭, 황재형, 임채욱, 정현 작가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전집 3권 〈미술의 전통과 시대정신〉에서 작가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 책은 전문지식과 재미를 한번에 갖춘 교양의 대향연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미술의세계, 전시의 세계에 빠져들 것이다. 시인이자 미술평론가인 윤범모 전 관장의 전집 두번째 책,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