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탐구를 통해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로 가는 여정을 설계하다
1000년 전의 냄새는 지금과 같았을까? 자동차 배기가스나 하·폐수 처리시설의 악취 등이 없었으니 당연히 같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누군가는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음직한 냄새에 대한 질문들이 던져진다. 물론 단순히 냄새가 달라졌다라는 사실의 나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무를 베고, 곡식을 심고, 동·식물을 멸종시키고, 세상을 산업화하는 등의 인간 활동으로 극적으로 바뀐 냄새 지형과 그로 인해 야기된 결과를 짚어본다. 인간 활동으로 이산화탄소의 양이 증가하고, 온난화가 진행된다. 이러한 변동은 필연적으로 냄새의 변화를 유발한다. 냄새가 급작스럽게 변하게 되면 냄새에 의존하여 생존전략을 구성하고 있는 곤충이나 동물이 그 전략을 사용할 수 없다. 이것은 단순히 그 곤충이나 동물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결국 생태계의 문제로 확장된다. 일례로, 바다에 부유하는 미세 플라스틱이 동물들이 즐겨 먹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배출하는 화학 물질의 냄새를 흡수하면서 동물들은 그것을 식물성 플랑크톤으로 착각한다. 그리고 그 미세 플라스틱이 자기가 좋아하는 먹이인 줄 알고 계속해서 먹게 된다. 그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모기가 혈액보다 좋아하는 것과 코가 4개 달린 쥐
이 책에는 후각이 매우 발달한 것으로 알려진 동물들이 등장한다. 개, 독수리, 앨버트로스, 상어, 초파리, 쥐, 모기... 이 목록에는 통념상,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 의외의 동물들도 있다.
동물이 후각을 발달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생존과 번식이다. 예를 들어, 피 냄새를 좋아하는 것은 암컷 모기다. 피 냄새를 좋아하는 시기도 정해져 있다. 알을 품었을 때다. 이때는 양질의 단백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암컷 모기도 꽃가루, 식물즙 등을 즐겨 먹는다.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코는 한 개여야 하고 두개골의 중앙에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동물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 적어도 쥐는 그렇지 않다. 쥐는 코가 4개이기 때문이다. 우선 인간의 코처럼 두개골의 중앙에 위치한 것이 있다. 겉보기엔 작지만 후각 수용기 단백질은 인간의 3배로, 단순 계산으로도 인간의 3배 이상 냄새를 잘 맡는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두 번째 코인 서골비기관은 페로몬 냄새와 함께 다른 쥐가 병에 걸렸다거나 하는 (쥐의) 사회에서 중요한 냄새를 인지한다. 세 번째 코는 그뤼네버그 신경절이라 불리는 곳으로, 이곳은 동료 쥐가 고통스럽게 죽어갈 때 나오는 화학 물질인 공포물질에 반응한다. 즉, 어떤 쥐가 고양이에게 잡아 먹힐 때, 다른 쥐는 이 세 번째 코로 그 냄새를 인지하고 그 장소에서 멀리 도망칠 수 있다. 네 번째 코는 비중격기관이라 불리는데, 아직 명확한 역할은 베일에 가려 있다. 단지 첫 번째 코를 보완하거나, 첫 번째 코가 냄새를 더 잘 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추측하는 정도다.
모기와 쥐처럼 매우 작은 동물들은 몸집이 큰 포식자에게 직접 맞서기가 어렵다. 따라서 후각 기능을 최대로 증폭 활용하여 저마다의 생존법을 터득해서 생명을 하루라도 연장한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작은 동물들의 후각 생존기가 끈질기게 등장한다.
식물이 냄새를 맡을 수 없다고?
의외의 후각 고수, 식물
동물에서 발견되는 ‘코’에 해당하는 기관이 아무리 살펴도 식물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너무 안이하게 식물은 냄새를 맡을 수 없다고 단정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이런 통념을 부순다. 식물이 냄새를 맡을 수 없다고? 오히려 식물은 냄새를 이용한 ‘화학전’까지 펼치는 후각의 고수다.
이 책에는 봉이 김선달보다 더 교활한 식물들이 등장한다. 눈 감으면 코를 베어간다고 하는데, 눈을 뜬 채 눈도 코도 없는 식물에게 당하는 곤충 이야기가 나온다. 가령, 많은 난초 종은 이상적인 암컷의 냄새를 풍긴다. 그런 꽃들을 조사해보았더니 꽃의 향기가 안드레나 속 벌의 성페로몬을 똑같이 흉내 내었다. 벌이 생산하는 페로몬에는 여러 가지 성분이 들어 있다. 꽃은 정확한 비율로 똑같은 화합물을 복제한다. 속임수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겉모습 역시 벌의 암컷을 닮도록 진화하였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유사성을 더 높였다. 어찌나 똑같은지 수컷 벌이 홀딱 넘어가서 꽃과 짝짓기를 하려고 용을 쓴다. 벌이 짝짓기 체위를 잡으려 애쓰는 사이 녀석의 몸에 꽃가루가 달라붙고, 결국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수컷은 그 꽃가루를 다른 꽃에게 옮긴다. 벌은 정말 똑똑한 곤충이다. 그러니 난초는 더 똑똑해야 한다.
인간의 코와 다른 생물들의 코가 벌이는 합작 사업, 최고의 후각 시스템
이 책의 가장 창의적인 부분은 인간의 코와 다른 동물, 식물의 후각을 아우르는 전지구적인 후각 시스템을 개발해낼 수 있다는 주장일 것이다.
냄새의 성질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는 인간의 코다. 코는 세상 제일의 데이터 처리 센터, 즉 인간의 두뇌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코를 믿으면 온갖 위험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진정한 만족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의 친구인 개의 코를 이용하면 예민도를 껑충 올릴 수 있지만 그러자면 개와 밀접하게 협력해야 한다. 앞으로도 우리는 인간과 개, 그 모두의 인지 시스템을 무한히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냄새를 이용하는 동물의 소통을 더 많이 알게 된다면 아마 우리는 살충제와 제초제, 온갖 독극물을 쓰지 않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우리는 새로운 냄새, 새로운 사용 가능성, 새로운 기술 방법에 눈을-코를-활짝 열어야 한다. 우리와 지구상의 우리 이웃이 냄새를 어떻게 인지하고 분비하는지 더 많이 알게 된다면, 작은 초파리건 거대한 멧돼지건, 그것들을 조작할 새롭고 간편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나뿐인 지구를 인간과 공유하고 있는 동물과 식물, 그리고 모두의 삶의 터전인 생태계를 구하고 우리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나서야 할 때다.
인간 행동에 의한 냄새 지형 변화는 이미 많은 동식물의 멸종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어떤 생명체의 멸종은 단순히 인간이 바나나를 먹지 못하거나, 커피를 마시지 못한다는(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끔찍하지만) 불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생태계에 차례차례 연쇄 반응이 일어나 결국 인간의 멸종으로 귀결될 것이다.
냄새 지형의 변화를 지금이라도 막으려면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결국 지구상 모든 동물과 식물, 그리고 인간은 평등하며 밀접하게 연결된 동반자라는 점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동식물(그리고 균류까지)과 공생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이제 인간이 나설 차례다.
“이 책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아주 의식적으로 냄새를 맡으며 그 냄새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흥미롭게 관찰하게 될 것 같다. 냄새는 기분 좋은 삶의 느낌일 수도 있고 위협일 수도 있고 유혹일 수도 있고, 단순히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욕구일 수도 있다.” 〈독일 아마존 독자 서평〉
“빌 한손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변화하는 방식에 따라 향기와 냄새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명확하고 흥미롭게 설명해주고 있다.” 〈독일 아마존 독자 서평〉
“이 책은 자연의 진면목에 관한 것이다. 자연에는 냄새를 통한 여러 가지 형태의 의사소통이 존재한다. 동물의 세계와 식물의 세계가 얼마나 놀라운지 알기 위해 읽어야 할 매우 중요한 책이다.” 〈스페인 아마존 독자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