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몸을 가지게 된 잊힌 전설, 혹은 우리의 이야기
『하바 이야기』는 하바들의 모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잊은 몸에 관한 오래된 전설이기도 하다. 원래는 하나였던 하바들이 각자 다른 몸을 가지게 되면서 앎에 대한 서로 다른 믿음이 생겨나고, 그로 인해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형성해 나간다. 우리가 개별적인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 다르게 세계에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바벨탑 신화가 소통 불가능해진 언어에 관한 비극을 표현하고 우리가 잊은 공통의 언어를 대신 기억하고 있다면, 『하바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다른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몸에 관한 그와 엇비슷한 슬픈 전설이다. 무엇보다도 이 이야기가 보여주는 것은 서로 다른 몸들이 만들어 낸 믿음 속에서 타자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하나의 몸을 향한 여정은 역설적으로 희망적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타자의 몸을 향해 서로가 힘써 이동하는 모습을 상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바들은 결국 서로를 잊고 살아가게 되었지만,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비로소 긴 모험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야기와 그림의 아름다운 협연
무용수, 안무가, 배우로 활동하는 최승윤이 『하바 이야기』의 이야기를 지었다. 몸을 탐구하고 다룸으로써 예술 활동을 해온 그녀가 오랜 시간에 걸쳐 이해한 몸에 대한 생각을 하바들을 빌어 독자들에게 전한다. 미술작가 강예빈이 그린 그림은 때론 선명함을 향해 나아가기도 하고 때론 형태가 무너진 풍경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렇게 끊임없이 요동하게 된 그림들은 그 자체로 책의 주제를 구성한다. 이야기와 그림은 때때로 마주쳐 어울리기도 하지만, 반드시 서로에게 결속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와 그림의 관계는 두 하바들을 그대로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