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성스럽고 평화로운 곳, 수도원에서 움트는
인간의 탐욕과 야망, 그리고
성녀의 유골을 둘러싼 피의 비극과 진정한 기적
12세기 영국 슈롭셔주 슈루즈베리의 한 수도원.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한쪽 구석에는 사시사철 허브향이 풍기는 허브밭과 이 허브들로 약제를 만드는 약제실이 있다. 이 허브밭과 약제실을 책임지는 노수사 캐드펠은 십자군 전쟁에 참전했던 전직 군인이라는 과거를 뒤로한 채 은둔하는 삶을 선택한 후 수사로서의 임무에 충실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앙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보이던 콜룸바누스 수사는 귀더린의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져오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수도원의 명성을 드높이려면 성인의 유골을 안치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로버트 부수도원장과 콜룸바누스 수사, 캐드펠 수사, 존 수사 등 네 명의 수사들은 성녀의 유골을 가지러 귀더린으로 떠나게 되는데…….
성녀의 유골을 가져가려는 수도사들과 함께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 불어오는 불길한 바람
평화로운 시골 마을 귀더린은 자신의 지역에서 일생을 바친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져가겠다며 찾아온 수사들로 혼란에 휩싸인다. 수사들은 생각보다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당황하고, 그 와중에 이 반대파를 대표하던 영주 리샤르트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평화롭게 일상을 영위하던 시골 마을에도 갈등의 불씨는 잠자고 있었고, 성녀의 유골을 둘러싸고 이 불씨가 활활 불타오르게 된 것이다.
리샤르트의 외동딸이자 상속녀 쇼네드, 쇼네드의 연인이자 마을의 이방인 엥겔라드, 쇼네드를 짝사랑하는 페레디르 간의 갈등이 폭발한 것일까? 엥겔라드가 쇼네드와의 결혼을 반대하는 리샤르트를 살해한 것일까? 아니면 진정으로 마을에 성녀의 분노가 내린 것일까? 콜룸바누스 수사의 발작은 정녕 위니프리스 성녀의 계시를 전하기 위한 신의 안배인가?
캐드펠 수사의 인간적 매력과
다채로운 인간군상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돋보이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포문을 연 첫 번째 작품!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원제: A morbid taste for bones)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포문을 연 첫 번째 작품으로, 중세 영국을 통째로 옮겨다 놓은 듯한 치밀한 묘사, 화려하면서도 쉽게 읽히는 문장, 빠르고 다채롭게 전개되는 스토리, 탄탄한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사건을 풀어가는 ‘탐정’ 캐드펠 수사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성스러운 장소 ‘수도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드라마틱한 대파노라마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작품 전반에 흐르는 인간군상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다. 심상치 않은 과거를 지닌 채 수도원에 귀의한 캐드펠은 인간사와 인간 감정에 대한 깊은 통찰을 지니고 있으며, 논리적이고 지적인 추리력과 함께 따스하고 유연한 태도로 ‘모두에게 아름다운’ 결말을 만들어낸다. 따스한 마음을 지닌 탐정이 풀어가는 살인사건을 담은 이 추리소설이 독자에게 깊은 여운과 감동을 선사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