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란 현실에서 비롯되어 현실을 바꾼다
철학 최전선에 선 74인의 철학자가 펼치는 향연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지닌 철학자들이 각기 자신의 주제에 관해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집필했지만,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시리즈의 글들은 일관된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다. 제목에서 보이듯 이 책들은 ‘철학과 현실’의 관계에 주목한다. 철학과 현실이 불가분의 관계임을 끊임없이 일깨운다.
현실과 유리된 철학은 존재하기 어렵다. 철학은 철학자의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비롯되며 그의 현실 체험이 철학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은 한 철학자나 특정 학파의 사상이 어떤 생활 세계와 현실 인식에서 비롯되었는지를 탐구하고 성찰한다. 이 작업은 철학의 과거를 정리하고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조망하는 큰 의미를 갖는다.
한국 철학계의 거목, 철학자들이 존경하는 철학자
이명현 서울대 명예교수를 기리는 철학적 헌정
‘철학과 현실’은 현우(玄愚) 이명현(李明賢, 1939~) 교수가 오래도록 천착해온 주제이다.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시리즈는 이명현 교수의 85세수(八十五歲壽)를 맞아, 그가 오늘날의 한국 철학계를 형성하는 데, 특히 한국 철학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 빛나는 공적을 후학들이 오래오래 기억하고, 학계를 더욱더 발전시키고자 다짐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74인의 철학자가 뜻을 함께한 대형 기획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명현 교수는 평안북도 신의주 출신으로 월남하여 제주도에서 성장했으며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하여 졸업한다. 이후 미국의 브라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3년에 귀국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교수 활동을 시작하였고 1977년에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전임하여, 2007년에 정년 퇴임했다.
한국 철학계는 일제강점기의 여파로 초기 1950~1970년대는 독일 철학적 주제들이, 이어지는 1980~1990년대는 사회철학이 학계의 주류를 이루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이명현 교수는 이른바 영미 철학의 분위기를 일이 교수님은 비트겐슈타인을 천착하였고, 이로써 한국 철학계에 새로운 학풍을 조성하였다. 영미 철학 분야가 한국 철학계의 큰 줄기로 발전하고 2000년 이후 학계의 대세가 되는 데 초석을 놓았다.
이명현 교수는 1980년 신군부 치하에서 4년여 강제 퇴직을 당하기도 했고, 복직 후 1994~1996년 간에는 대통령 자문 교육개혁위원회 상임위원을 맡아 이른바 ‘5·31 교육개혁안’(1995)을 마련, 현행 교육 3법의 제정을 주도하였다. 1997년 8월부터 1998년 3월까지는 교육부 장관직을 맡아 교육 3법에 부수하는 제도 정비 작업을 수행하였다.
『인간 문명의 진보와 혼란』,
인간과 인류 발전에 대한 철학적 해석
두 번째 책 『인간 문명의 진보와 혼란』은 인간은 어떻게 발전하고 성장했는지, 그 과정에서의 혼란과 어려움, 갈등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철학의 대답을 내놓는 책이다.
인간성의 핵심 요소는 감성과 이성이다. 감성과 이성의 갈등과 조화 속에서 인간의 사고와 문명이 꽃피고 성장의 열매를 맺었다. 그렇기에 이성과 감성은 철학자들의 중심 주제가 되어왔다. 이성과 감성의 입체적 고찰은 데카르트의 실천학, 홉스의 사회계약론적 윤리학, 지식과 신앙의 경계에 관한 로크와 스틸링플릿의 공방, 루소의 공화주의적 자유론, 흄의 현실 인식과 인간학, 바움가르텐의 미학 등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또한, 철학은 인류 문명의 진보를 지향하는 이상주의적 정신을 통해 ‘근대성’을 제기한다. 특히 칸트와 헤겔은 계몽과 합리성의 문제에 집중했다. 칸트는 현실 인식과 도덕, 종교, 미학 등을 다루며 철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리고 헤겔은 철학에서 자유로운 주체의 개념을 제시하였다.
한편, 인간 행동의 배후를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철학자들이 있었다. 합리적인 듯 보이는 인간 행동이 실제로는 ‘생의 의지’에 따른 것임을 주창한다. 마키아벨리의 권력론,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 쇼펜하우어의 염세적 인생론, 니체의 의지 철학 등은 인간과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가 어떤 동기에 따라 작동하는지를 규명하고자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