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의 노동은 무엇인가
협동조합은 1인 1표의 조합원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통제하며,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 주변은 협동조합의 성과나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들로 넘쳐나고, 우리 사회에서 협동조합은 노동에 우호적이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긍정적 사업체로 인식된다. 그런데 문제는 협동조합의 이런 노동 친화적인 이미지로 인해 협동조합에서 발생하는 노동문제는 쉽게 덮어지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다.
저자는 협동조합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에 비해 협동조합의 노동실태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협동조합의 노동문제가 제대로 분석되지 않으면서 협동조합의 노동에 대한 이상적 이미지가 편향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본다. 이에 저자는 “협동조합의 노동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며, 구체적 사례를 통해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주제라고 강조한다.
왜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분쟁을 주목하는가
이 책은 그러한 문제의식 속에 협동조합과 노동조합 영역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던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분쟁에 주목하고, ‘협동조합의 노동’을 탐색하는 적합한 사례로써 실증 분석을 시도한다. 협동조합은 자본이 지배하는 사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이윤을 두고 노동과 대립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에서 협동조합의 노동분쟁을 특수한 상황으로 보는 시각이 상당히 퍼져있던 차에 ‘윤리적 소비’와 사람중심경제‘로 유명한 아이쿱생협 관련 기업에서 노사분쟁이 발생하고, 점점 심화하는 상황은 협동조합과 노동을 우호적 관계로 상정했던 기존의 관념에 의구심과 균열을 불러왔다. 저자는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분쟁을 개별 협동조합의 문제로만 치부하지 않는다면, 협동조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되짚고 노동문제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말한다.
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은 함께 갈 수 있을까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분쟁은 파크 내 시설을 관리 운영하는 구례클러스터에서 발생한 노사 간 분쟁과 아이쿱생협연합회와 노동조합과의 분쟁을 포함한다. 협동조합이 민주주의·평등·공정·연대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지향은 노동조합과 협력할 수 있는 좋은 토대이지만, 두 조직이 갖는 서로 다른 속성으로 인해 대립적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결사체이자 사업체라는 이중 정체성을 가지고 자본주의 시장에서 일반기업처럼 생존을 위해 경쟁하고 이윤을 내야 한다. 결국 ’조직을 얼마나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할 것인가‘라는 문제 앞에 일반기업과 유사한 형태의 노사갈등을 얼마든지 겪을 수 있고, 특히 조합원이 아닌 피고용인과의 이해 충돌이 발생할 경우와 같이 노동 존중의 가치를 의식적으로 지향하지 않으면 협동조합에서도 언제든 반노동 정서가 퍼질 수 있다. 이에 저자는 아이쿱생협 관련 기업에서 발생한 노사분쟁, 노동조합과의 갈등 상황에서 드러나는 협동조합기업의 노동관, 노동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살피고, 그러한 분쟁 상황을 추동하는 지배구조까지 비판적으로 조망하며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성찰한다.
자본과 노동의 균형, 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의 상호 견제와 협력이 필요하다
협동조합이 대형화되면서 자본주의적 기업과의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조합원의 참여도 점차로 약화하면서 협동조합은 소위 조합원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저자는 협동조합에서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통제‘는 운영 원리상 존재하는 것이지 현실에서 일관되게 구현되는 특징은 아니라고 말한다. 협동조합의 조합원 통제는 1인 1표의 의결권뿐 아니라 임원 선출, 예산 및 사업계획에 관한 결정, 일상적 운영에 대한 논의 및 감시 등 협동조합 운영 전체에 대한 조합원의 참여를 핵심으로 하지만, 규모가 커지고 조합원의 관심이 줄어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소수의 민주주의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협동조합은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라 민주적 제도를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일갈하며, 사람과 자본의 속성 간에 균형을 잃으면 협동조합도 언제든지 노동이 자본에 종속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저자는 협동조합은 실험적 조직이라 말한다. 사람과 자본 중 어느 것에 중점을 두고 운영할 것인가라는 실험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조합원 참여, 곧 협동조합 조직 운영 전반 대한 조합원들의 치열한 논의와 감시가 작동되는 조합원 통제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 더불어 협동조합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선 협동조합기업에 고용된 노등자들의 조직화도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이 사회구성원들의 민주적 참여를 확장하는 공간으로서 상호 견제하고 협력할 때 두 조직의 연대의 토대는 더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협동조합인들이 자신의 협동조합을 점검하고 사회적경제 영역의 노동문제를 재인식하는 계기로써 노동분쟁 사례를 관찰하길 희망한다.
책의 구성
이 책은 협동조합의 노동이 표방하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 속에서 사회적경제 영역의 노동문제를 재인식하고 자본과 노동의 조화로운 균형을 찾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우리나라의 대표적 협동조합인 아이쿱생협과 아이쿱생협 관련 기업에서 일어난 노동분쟁 사례를 분석하고, 협동조합의 본원적 의미를 탐색한다.
먼저 1장에서는 우리가 왜 협동조합의 노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협동조합의 노동이 어떻게 노동 친화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게 되었는지 살핀다. 2장에서는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분쟁의 한 축인 구례클러스터의 노사분쟁을 다룬다. 구례클러스터에서 있었던 점간이동 정책, 비어락하우스 비위사건 등 분쟁 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사안을 중심으로 협동조합기업의 노동에 대한 태도 전반을 보여준다. 3장은 아이쿱생협과 노동조합의 분쟁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아이쿱생협의 지배구조를 다루고 있다. 이 역시 노동에 대한 협동조합의 태도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4장은 아이쿱생협기업의 노동 단면을 살펴본다. 아이쿱생협연합회와 지역 아이쿱생협이 출자하여 설립한 ㈜쿱스토어경남에서 2017년 6월 노조가 설립됐고, 다음 해에 단체협약이 체결됐다. 아이쿱생협에서 노조가 설립된 배경, 노조 설립 이후 단체협약이 체결되기까지 과정, 그리고 단체협약의 내용에선 아이쿱생협의 노동관과 노동실태를 엿볼 수 있다. 끝으로 5장에서는 아이쿱생협 및 관련 기업에서 분쟁, 관계, 노동 상황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협동조합에서 재논의되어야 하는 부분을 정리하고, 변화를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