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글자도서 소개
리더스원의 큰글자도서는 글자가 작아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편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글자 크기’와 ‘줄 간격’을 일반 단행본보다 ‘120%~150%’ 확대한 책입니다.
시력이 좋지 않거나 글자가 작아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자 합니다.
수수께끼 같은 문화유산!
보존과학의 눈으로 역사의 한 조각을 찾다
박물관 전시실의 청동거울 앞,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게 거울이라고?!’ 푸르스름해서 얼굴을 비춰볼 수도 없는데 왜 ‘거울’을 이라고 하는 걸까. 눈이 휘둥그레지는 금귀걸이, 금관 등 금으로 만든 유물들, 고대 사람들은 금을 어떻게 모아서 저리도 정교한 금귀걸이를 만들었을까. 수수께끼 같은 문화재 앞에서 궁금한 적이 한두 번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발견된 유물이 박물관의 전시실 또는 제자리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거치는 보존처리실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유물에 숨겨진 역사이기도 하다. 저자는 오랜 시간 박물관 보존 처리 업무를 담당하며 문화재에 담긴 삶의 흔적을 관찰하고 분석하여 ‘역사’의 한 조각을 찾아내는 일을 해왔다. 또 과학은 역사를 보는 또 다른 시선이며 이를 통해 유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고 한다. ‘보존과학’이란 발굴된 유물의 보존과 복원을 위해 과학지식과 기술을 응용하여 유물의 제작 기술과 그 역사 등을 알아내는 작업이며 그 원형을 보존함과 동시에 문화재의 보존을 위한 방법을 찾아가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병원에서 사용하는 것과 똑같이 문화재도 X-선, CT 촬영을 통해 구조를 알아내고 현미경을 통해 성분을 분석한다. 지하 투하 레이더를 이용하여 발굴 조사를 하며 3D 스캐닝 기술을 도입해 원형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한다.
오늘날의 우리가 기술 발전으로 플라스틱을 이용하여 도구를 만들고 반도체를 개발하여 스마트폰을 만들었듯이, 선조들도 흙, 돌, 구리, 주석, 철을 이용하여 토기, 주먹도끼, 상감청자, 철제 마구, 비격진천뢰를 만들었다.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충실하게 이용하면서 생활에 도구를 만들어 썼던 그들의 면면히 이어져 오늘날의 기술 발전 또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재료별로 알아보는 문화유산
금속 / 토기·도자기 / 석조 / 목재 / 지류·회화 / 직물
이 책은 도구의 재료를 기준으로 총 6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 금속. 권력의 상징이면서 영향력을 보여주는 금제품과 청동기,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철기 기술을 이야기한다. 신라의 눈부신 금세공 기술이 담긴 〈경주 보문동합장분 출토 금귀걸이〉, 어린아이를 넣어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는 〈성덕대왕신종〉의 과학적 분석으로 금속을 다루는 정교한 기술, 눈부신 철기 기술은 있었지만 연맹국가에 머물렀던 가야의 철기 제작과 유통, 조선의 시한폭탄 〈비격진천뢰〉의 구조를 분석한 이야기를 담았다.
2부 토기, 도자기, 유리. 쓸모를 위해 탄생한 토기가 천하 비색 〈상감 청자〉와 숨 쉬는 그릇 ‘옹기’에 이르기까지, 흙을 다루고 가마에 굽는 과정에서 기술을 발전시키고 아름다움까지 놓치지 않은 그 비밀을 파헤쳐본다. 산산이 부서진 채 발견된 경주 황남대총 〈봉수형 유리병〉은 그 원형을 찾아 고민하며 보존 처리에 재보존 처리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3부 목재. 살아서는 천년을 살 수 있다지만 베어져 도구로 쓰인 후에도 어떻게 지금껏 남아있을 수 있는지 목재의 비밀을 알아본다. 종이가 없던 때에 기록의 수단으로 쓰인 〈쌍북리 출토 구구표 목간〉으로 구구단의 전래 과정을 증명하고,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만든 〈팔만대장경〉, 그리고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78년 앞선 자랑스러운 〈직지〉까지, 썩지 않고 살아남은 목재 문화재를 알아보자.
4부 지류, 직물, 회화, 벽화, 보존환경. 적외선 촬영으로 지류, 직물, 회화를 살펴보면 보이지 않는 밑그림과 지워진 묵서의 기록을 찾아낼 수 있다. 신라인의 기상을 담았던 〈천마도〉와 종이를 발명한 중국으로 수출까지 이루었던 우리 전통 종이 ‘한지의 제작과정’을 알아봄으로써 전통 재료와 방법에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다. 〈부석사 조사당 벽화〉를 통해서는 보존 처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또 다른 훼손을 방지하는 것 또한 보존과학의 역할임을 알 수 있다.
5부 석조. 질 좋은 암석이 많은 우리나라에는 석조 문화재가 많다. 1,300년 넘게 제자리를 지켜온 〈첨성대〉가 지진을 버텨낼 수 있었던 비결을 과학적 분석으로 풀어내고 훼손지도와 풍화 단계를 확인하고 긴급보존처리에 들어간 〈삼전도비〉의 인위적인 훼손 지우기 과정을 함께한다. 세계적 문화유산에 버금가는 〈반구대 암각화〉를 관리하고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보존에 머무르지 않고 차후를 약속하는 일 또한 보존과학의 일임을 알 수 있다.
6부 미래에 남겨줄 우리의 유산. 우리가 일상을 SNS에 남기는 것은 〈조선왕조실록〉을 남긴 선조들의 DNA에서 왔을지 모르겠다. 이런 풍요로운 문화유산을 토대로 우리 또한 현실에서의 위기를 극복해왔다. 문화재의 훼손과 파손을 예방하는 시스템 구축에서부터 전통 재료와 방법을 연구하여 문화재를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일, 3D 스캐닝과 3D 프린트 기술 등 과학기술을 도입하여 문화유산을 더 깊게 볼 수 있게 하는 실감콘텐츠의 개발 등 보존과학의 할 일을 이야기하며, 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한 어떤 문화유산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마무리한다.
역사의 퍼즐을 맞춰가는 보존과학
우리는 어떤 문화유산을 남길 것인가
문화유산이란, 미래의 문화적 발전을 위하여 다음 세대에게 이어질 만한 가치를 지닌 과학, 기술, 관습, 규범 등이며 정신적ㆍ물질적 문화재를 포함한 인류 사회의 문화적 소산이다. ‘보존과학’은 이런 문화유산을 보존·복원·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수수께끼처럼 보이는 문화유산들. 보존과학은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을 달라지게 할 것이다. 역사의 빈 페이지를 채우기도 하고 다시 쓰게 만들기도 하는 보존과학과 문화유산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문화유산과 역사를 보는 눈을 넓히고 시선을 새롭게 하는 〈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을 통해 역사의 한 조각을 찾아가는 보존처리실의 존재는 물론, 앞으로 우리는 미래에 어떤 문화유산을 후손에 남겨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