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세계, 삶에 대한 철학적 시점,
쇼펜하우어 철학의 핵심이자 정수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책
쇼펜하우어는 칸트 이후 또 다른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시도한 철학자로 떠오른다. 그런 그가 관념의 늪에 빠져 헤매고 있던 철학을 현실의 문제를 성찰하고 해결하는 방법으로 우리의 저잣거리에 데려왔다.
독서계의 흐름은 사회적 현상을 반영한다. 인문 교양서적에서 쇼펜하우어가 주목받고 있는 현상이 그렇다. 한 언론은 “대한민국은 왜 200년 전 꼰대 독일 철학자에 빠졌나”라는 기사에서 이런 현상의 원인에 대해 쇼펜하우어가 풍요 속의 빈곤, 군중 속의 고독을 겪는 MZ세대의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 말을 달리 해석하면, 소셜 미디어로 복잡하고 긴밀하게 연결된 관계망 속에서 인간의 삶은 풍요롭지 못해 척박해지기만 하고, 개인의 삶은 거꾸로 쓸쓸해지기 때문이다. “모든 불행은 혼자 있을 수 없는 데서 생긴다.”라는 쇼펜하우어 말처럼 지금의 우리는 혼자 있을 수 없게 만들어 놓은 사회구조 안에서 살고 있으며, 우리는 이제야 그것을 자각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매일 필요한 것은 남에게 좋은 날이 아니라 내가 즐거운 하루일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나 칸트처럼 우주의 질서와 세계의 본질 같은 거대 담론을 다루지 않았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철인이 통치하는 질서정연한 국가와 사회, 공동체가 아니라 개인의 행복이었다. 더이상 나눌 수 없는 존재인 개인의 행복은 국가나 사회에 의해 유지되고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어떻게 자기 삶을 바라보느냐에 달려있다고 본 것이다.
알다시피 쇼펜하우어의 사유의 삶은 서양 철학사의 위대한 철학자들과는 멀리 벗어나 있다. 그는 학계나 지식인층으로부터 주목받지 못하고 한 학기 정도 대학강단에 올랐다가 남은 인생을 서민들 가까이에서 살았다. 그러기 때문에 쇼펜하우어는 상류층의 행복한 고민보다는 일반 대중의 고단한 삶의 문제를 더 면밀히 고민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