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은 단절된 과거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
직접 방문 후 현장감 전달, 사료에 근거한 서술, 의병 후손과의 인터뷰
시·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의병 정신을 되살린다
임진왜란 초기, 충주에서 신립의 조선군을 격파한 왜군은 거침없이 진격하여 평양성까지 도달한다. 임금은 의주까지 도망가고, 조선은 백척간두에 몰렸을 때 전국 각지에서 2만여 명의 의병이 충의(忠義)의 깃발을 높이 들고 일어난다. 바다에서는 이순신 장군, 육지에서는 의병이 왜군을 격퇴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당시 의병과 수군 간, 의병과 관군 간의 활약을 그물의 씨줄과 날줄처럼 유기적으로 구성하여 공간적 접점을 찾는다. 한편으로는 의병과 그들의 후손 간의 시간적 접점을 찾아내 연결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추모식에 참석해 행사를 스케치하고, 후손이나 관련 인사를 만나는 등 책을 ‘2D’가 아닌 ‘3D’로 입체화하는 데 힘썼다. 그러다 보니 후손들이 진행하는 전적지 성역화나 선양 사업 등의 향후 계획도 알게 되어 책에서 소개한다. 이는 모두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곳곳을 누빈 땀의 결과이다. 게다가 DSLR 카메라 2대와 드론까지 동원해 ‘현장’을 생생하게 사진으로 담았다.
예시로 이 책의 4부 1장 ‘안의·손홍록 『수직상체일기』’ 편을 보자. 두 선비 안의와 손홍록은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게서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냈다. 저자는 두 사람의 무덤을 시작으로 사당, 전주 경기전과 실록각, 실록 이안처인 내장산까지 관련 유적지를 샅샅이 훑는다. 나아가 오늘날 ‘문화재지킴이의 날’이 어떻게 제정됐고, ‘안의·손홍록 선생 선양 모임’이 왜 만들어졌는지 언급한다. 또 서울대 규장각에 있던 『조선왕조실록』 태백산본을 1985년 왜 부산역사기록관으로 이관시켰는지도 설명한다. 두 선비 덕에 임진왜란 이전 실록이 몽땅 사라지는 위기에서 벗어나 오늘날 온전한 형태의 500년 실록을 접할 수 있게 되었으며, UNESCO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에 이른 의의를 적었다. 게다가 실록 이안 과정에 대한 논란을 정리하기 위해 관련 학자를 만나 인터뷰도 실었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이 “과거와 현재를 잇고 있는 끈을 찾아내 ‘입체적인 책’을 쓰려는 의도”라고 설명한다.
왜군의 잔혹과 일제의 만행을 일깨우면서
통쾌한 감동과 흥미롭고 긴장감 넘치는 읽을거리가 가득!
책은 왜군의 참혹한 만행에 맞서 싸운 영웅들의 흥미진진하면서 긴장감 넘치는 일화를 소개한다. 이치대첩의 영웅 황진 편에서는 일제강점기 때 파괴된 여러 항일 관련 비석을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권율장군비, 조헌순의비, 고경명순절비, 사명대사비 등 일제가 고의로 부수고 훼손한 비석들을 보노라면 절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저자는 우리가 잘 모르는 사연도 소개한다. ‘칠백의총’에는 당시 영규대사가 이끈 승병 800명의 순국은 제외돼 있으며, 이들에 대한 현양사업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불교계 입장을 실었다. 그래서 ‘천오백의총’으로 고쳐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러서는 사실관계를 규명해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임진왜란 최대의 비극인 제2차 진주성전투와 남원성전투, ‘국민 연인’ 논개 담론의 확대재생산 과정, 정반대의 운명으로 갈라진 두 사내 김덕령과 홍가신, 일본에 포로로 끌려갔다가 비밀리에 탈출해 명나라를 거쳐 2년여 만에 귀국한 선비 등 책 곳곳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전쟁 한복판에 뛰어든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AI(인공지능)가 그럴싸하게 가공한 것부터 온갖 정보가 흘러 다니는 시대지만, 이 책에는 앉아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정보와 통찰이 담겨 있다고 믿어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전국 곳곳의 흔적을 직접 찾아다니며 보고 듣고 느끼고, 사료를 뒤져 얻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저자 임도혁은 “의병의 숭고한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어떤 깨달음이 함께할 것이라고 믿는다”라며 “그렇기에 우리는 이들의 행적을 더 찾아내고 기리고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