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비드 디옵 (David Diop)이 2018년 출간한 〈영혼의 형제 Fr?re d"?me〉 (Seuil 출판사)는
프랑스 공쿠르 고교생 상과 유라시아의 각종 국제 공쿠르 상을 휩쓸었으며,
미국의 시인 안나 모스코바키스의 번역으로 ‘2021 부커 인터내셔날’상을 수상
* * *가슴을 찢는 위력을 지닌 글 - 리베라시옹(Lib?ration)
* * *상징과 우화로 가득한 강박적이며 음악적 언어 - 롭스(L’Obs)
* * *전쟁과 사랑, 광기에 대한 이 이야기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 -부커상 재단
과거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세네갈의 젊은이들이 프-독 전쟁에서 다수가 희생되었던 바, 작가는 세네갈의 슬픈 역사의 한 장을 빌려와 소설로 썼다. 실제로 이 전쟁에 출전했었지만 이에 대해 침묵했던 작가의 증조부가 남긴 몇 줄의 편지에서 글의 소재를 얻었다고 한다.
프랑스 군대에서 ‘초콜릿 군인들’이란 별명으로 불리던 아프리카의 군인들. 제국주의 프랑스는 적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려고, 그들(초콜릿 군인들)에게 더욱 야만적으로(?) 싸우기를 주문하였다. 백인들의 전쟁에서 똑같이 피를 흘리며 죽어갔던 ‘초콜릿 군인들’은 정작 심한 냉대와 차별에 시달렸다.
서로를 영혼의 형제처럼 여기는 두 친구, 알파와 마뎀바가 프랑스 군대에 ‘초콜릿 군인’으로 오게 된 것도 돈을 벌어 출세하고 싶어서였다, 실종된 알파의 어머니를 찾고, 늙은 부모님을 편히 모실 수 있는 연금을 받기 위해서였다. 알파와 마뎀바, 두 영혼의 형제는 매일 죽음과의 사투를 벌이면서 오직 서로를 바라보며 지옥을 견뎌낼 수 있었다. 그런 알파에게 어느 날 닥친 마뎀바의 죽음은 모든 것을 앗아간 것과 마찬가지였다. 알파에게 남은 건 친구를 죽음에 이르게 한 푸른 눈의 적에 대한 복수심 그리고 친구를 비인간적인 고통 속에 죽게 놔둔 바로 그, 자기 자신에 대한 회한이었다.
푸른 눈의 적을 친구가 겪었던 똑같은 고통 속에 빠뜨려 죽게 만들면서, 알파는 친구에게 사죄하고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다고 여겼다. 적들에게 행하는 죽음의 과정 그리고 적의 손과 총을 회수해오고 그 손들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알파의 집착은 가히 악마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군이 그를 후방으로 전출시킬 때까지,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듯 묵묵히 푸른 눈의 적을 베는 알파와 그가 숨겨둔 일곱 개의 손들을 통해서, 작가는 전쟁이라는 괴물이 만들어낸 극한의 광기를 보여주고 있다.
문장의 어두에 시종일관 이어지는 “신의 진실로 말하노니...” 혹은 “나는 안다. 나는 알고 있다...”로 시작되는 독백들은, 평범한 청년이 어떻게 악마 군인으로 혹은 영혼의 주술사로 변모해가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무심코 지나친 이 어투에 큰 반전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의 문체는 시적이고 고전적이면서 동시에 날것 그대로의 문장들로, 읽는 이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런 면에서 혹자는 다비드 디옵에게서 까뮈의 향기가 느껴진다고 평하기도 한다.
다비드 디옵은 프랑스계 세네갈인이면서 프랑스 소르본느에서 18세기 문학을 전공했지만, 또 당연히 아프리카 문학의 영향도 받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마치 노래의 후렴구처럼 반복되는 어휘들, 뾜족 유목민들과 유목하는 삶의 방식이라든가, 까탈스러운 공주와 왕자에 대한 잔혹 동화가 스토리 복선으로 차용된 점 등등 소설 곳곳에서 아프리카적 문학의 요소들을 엿볼 수 있어 한층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