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과 교수인 타라 아브라함(Tara H. Abraham)은 이러한 폴리매스 형 인물 중 하나를 근대 역사에서 발굴하여 자신의 저서 〈반골 천재(Rebel Genius)〉를 통해 소개한다. 1898년 미국 뉴저지 주에서 출생하여 뉴욕에서 성장한 워런 맥컬럭(Warren Sturgis McCulloch)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탄생을 이끈 신경과학자로 과학계에 기억되고 있다. 수학적 영재로 기억되는 파트너 월터 피츠(Walter Pitts)와 함께 그가 설계하여 1943년 발표한 맥컬럭-피츠 모델(McCulloch-Pitts Model)은 수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인공 신경망 모델로, 뇌의 뉴런이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고 전달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시도였다. 이 모델은 동료 과학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어 후속 관련 연구를 유발하였고, 그 결과 1950년대 ‘컴퓨터과학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앨런 튜링(Alan Turing)이 컴퓨터의 지능 보유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개발한 ‘튜링 테스트(Turing Test)’부터 시작하여 21세기에 바둑계를 초월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알파고(AlphaGo)’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의 발전에 관한 모든 부분에 궁극적으로 기여하게 되었다.
하지만 맥컬럭의 자아는 신경과학자로만 머물기에는 그 그릇이 너무 컸으며, 아브라함은 이 책을 통해 그가 추구한 다양한 정체성에 초점을 맞춘 색다른 종류의 과학 전기 형식과 접목시켜 독자에게 소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맥컬럭은 경력 내내 하나의 주제를 연구할 때 서로 다른 학문의 다양한 개념과 접근방식을 사용하였고 그 과정에서 학문 간의 경계선, 즉 학문적 관례를 훨씬 더 넘어서는 ‘초학문적 연구’ 방식을 추구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사회가 휘청거리던 1920년대 미국은 한때 불변의 전통이라고 여겨지던 것들이 허물어지고 새로운 가치관들이 정당성을 주장하며 난립하던 격동의 시대였다. 이런 시기에 대학에 진학하고 성인이 된 맥컬럭은 자연스럽게 허물어진 학문 간의 경계선을 쉽게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에서 수월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그는 철학적 문제에 이끌려 신경과학자이자 정신의학자임에도 불구하고 과학의 학문적 관습을 거부하는 지성인으로 성장하였고, 생물과 기계의 조화로운 상호 호환을 목표로 하는 인공두뇌학의 제창자로 거듭나게 되었다.

우리는 〈반골 천재〉를 통해 우리가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폴리매스 형 인물을 더욱 상세하게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