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지구를 그리워하는 아이
《우리들의 우주열차》의 주인공 영은 지구와 달 사이에 떠 있는 우주 도시 ‘반지’에서 사는 열네 살 소녀다. 반지의 보육원이자 학교인 칠색원에 들어온 것이 네 살 때의 일인 터라, 영은 지구에서 보낸 나날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칠색원 창밖으로 보이는 지구는 매번 영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구슬 같은 그 행성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수업 시작 시간이 되었다는 사실쯤은 쉽사리 무시하게 될 정도다. 영은 기숙사 방에 지구 시절 영화 포스터들을 붙여 놓고, 인터넷에 접속하면 주로 지구 시절의 교통수단을 다루는 박물관 채널의 영상을 본다.
영에게 지구가 특별한 곳이 된 이유는 엄마가 사는 별이기 때문이다. 영은 자신을 반지로 올려보내고 황폐해진 지구에 남은 엄마를 기다리며 10년을 보냈다. 그렇기에 원장 선생님이 전해 온 입양 소식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입양되고 싶지 않다고, 곧 엄마가 자신을 데리러 올 거라고 말하는 영에게 선생님은 한마디로 답한다. “안 그럴걸.”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연락하지 않은 엄마를 언제까지나 기다릴 순 없다는 말이 뒤따른다. 영은 그날로 칠색원을 탈출해 엄마를 직접 찾아 나서기로 한다.
엄마의 연락처를 모르는 영이 선택한 방법은 우주선 레이스 ‘가가린컵’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영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 경기에 나가 인터뷰 기회를 얻어, 그 자리에서 엄마를 부르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우주선을 조종할 줄 아는 선배만 믿고 이토록 무모한 일을 벌일 만큼 영에게는 엄마가 중요했다. 하지만 가가린컵 청소년부 대회를 주최하는 기업, 프레임코리아의 대표 한무를 만난 시점부터 영의 우선순위는 본격적으로 달라진다.
앞 세대의 중력을 떨치고 하늘 위로
한무는 인공 중력에 관한 국민 투표를 주도하고 있다. 과반수가 찬성표를 던진다면 무중력 공간인 반지 전역에 인공 중력을 적용해 모두가 땅 위에서 걸을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을 지구에서 보냈거나, 반지보다 지구에서 더 오래 생활한 대부분의 반지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제안이다. 하지만 영과 같이 지구 시절을 떠올리지 못하는 아이들과 아예 반지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사정이 다르다. 한무는 ‘아이들을 위해 반지에 중력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무중력을 친숙하게 느끼는 영이 듣기에는 미심쩍은 말이다.
영은 ‘지구 세대’가 아니다. 지구에 대한 정보를 아무리 많이 알고 있어도, 지구에 사는 엄마를 아무리 그리워해도 지구에서 살아 본 경험을 갖추지는 못한다. 반지 생활이 사실상 인생의 전부인 영과 같은 사람들은 반지에서 소수이며 그렇기에 약자다. 영은 또래 친구들이 대기업의 음모에 휘말렸음을 눈치챘을 때 어느 쪽을 택할지 결정하게 되는데, 대기업을 따르면 엄마와 연락할 수단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선뜻 그 길로 나서지 않는다.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는 엄마보다는 같은 세대로서 같은 약점을 안고 있는 친구들에게 마음이 갈 수밖에 없다.
엄마에게서, 지구에게서 멀어져 자신의 세계로 향하는 영의 이야기는 곧 모든 아이의 성장담이다. 기성세대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은 으레 어른들의 질서를 따르라는 교육을 받지만, 아이들은 언젠가 자신이 앞 세대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음을 깨닫고야 만다. 기존 사회의 중력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것이 아이들의 일이다. 이들은 옛 시절에 마음을 기댔던 존재를 하나둘씩 떠나보내면서 자라난다. 영은 우주열차를 타고 이 과정을 차근차근 거쳐 왔으니, 무엇을 쫓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문득 혼란스러워지는 날에는 영의 궤적 속에서 힌트를 찾아보아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