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 언론인상 수상!
15년 차 기자의 대한민국 환경 시스템 취재기
대한민국을 제외한 전 세계는 순환경제로 이동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환경보호는 나라가 아니라 시민, 곧 개인의 일처럼 보인다. 개인이 분리수거를 하고, 개인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며, 개인이 환경보호 운동에 나선다. 개인이 노력하는 것에 비해 바뀌는 것은 없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날씨를 보며 심각성을 체감한다. ‘나 하나 변한다고 이제 와서 환경을 지킬 수 있겠어?’ 결국 환경과 관련하여 기후 우울증과 무기력증까지 겪게 된다. 대한민국은 여러 나라 중 분리수거가 가장 잘 되는 나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의 기업이 내놓는 환경과 관련된 정책과 통계에는 언제나 오류가 숨어 있다. 체계화되어 있는 시스템이 부재하기에 확실하다고 볼 수 없는 통계들인 것이다.
만약 애초부터 개인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었다면 어떠하겠는가? 사실은 개인이 분리수거를 아무리 해봤자 한국에는 시스템과 기술력이 갖춰져 있지 않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어떠하겠는가? 그동안 당신이 배달 음식을 시킬 때, 택배를 주문할 때 나오던 무수한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을 보며 느꼈던 죄책감이, 사실은 느끼지 않아도 되었을 감정일 수도 있다면 어떠하겠는가? 《소비하는 인간, 요구하는 인간》은 바로 그 지점에 대해 짚는다.
순환경제 시대,
소비자가 알아야 하는 환경 시스템의 모든 것
기업과 산업은
소비자의 ‘가치 있는 소비’를 따라 움직인다
역사적으로 경제 발전과 성장만을 위해 달려온 대한민국은 순환경제 시대에도 여전히 자본주의 욕망에 충실하다. 환경을 뒤로한 채 홀로 내달리는 폭주 기관차와 다름이 없다. 김경은 기자는 《소비하는 인간, 요구하는 인간》을 통해 순환경제 시대를 가장 잘 맞이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를 취재하고 한국과 비교·분석하며, 환경보호는 개인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과 기업의 노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점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에서 순환경제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욕망’을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 결국 환경산업과 기업을 움직이고 바뀌게 하는 유일한 열쇠는 ‘소비자’라는 것을 주장한다. 생산자들이 제공하는 포장재가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서라면, 소비자에게 이를 거부할 권리도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가치 있는 소비를 하기 위해 어떤 제품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 선별할 수 있는 변별력을 갖추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소비자는 환경보호에 발맞춰 어떻게 돈을 소비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모르고 있다. 소비자가 조금이라도 환경 오염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선택하기 시작한다면, 기업과 산업은 돈을 따라 이동할 것이다. 순환경제는 탄소 넷제로를 실현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 경로이므로, 소비자는 우리가 살고 싶은 환경을 요구해야 한다. 요구하라는 것은 대단한 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플라스틱 포장재가 과한 기업에 문의 글을 하나 남기는 것, 이러한 사소한 요구 하나만으로도 소비자는 힘을 가진다.
당신이 ‘살고 싶은 환경’을 요구하라
이 책은 생태론적 관점에 완벽히 초점을 맞춘, 환경 운동에 관한 이야기는 아닐 수 있다. 그렇다고 환경과 기후를 위한 행동은 소용이 없으며, 자본주의적 욕망에만 충실하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이 책은 선형 경제 체제만을 추구해 온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후위기를 맞닥뜨린 ‘사람’에 관한 책이다. 이율배반적인 이 두 가지 논점이 함께 놓인 이 상황에서, 인간은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자본주의적 욕망을 제거하는 해결책이 아니면서도 자연과 함께 살아갈 방법은 없는 걸까? 이 책은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태도에 관해 얘기한다. 즉 기후(자연)와 경제, 사회 시스템 등 인간이 살아갈 때 이루는 환경을 전반적으로 훑으며 문제를 제기한다. 그 모든 것이 균형을 유지해야만 우리는 미래를 맞이할 수 있으며,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 환경을 위한 가치 있는 소비를 실천하고, ‘살고 싶은 환경’을 요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