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즐거움이었던 물리학이 어떤 이에게는
막연히 두려운 대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물리학을 즐기는 사람이 나 혼자는 아니라는
무모한 자신감이 이 책을 쓰게 한 원동력이었다.
이 책을 읽고 물리학이 그저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
즐길 수도 있는 분야라고 느끼게 되는 분이 한 명이라도 나타난다면
이 책을 쓴 목적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부디 모두에게 ‘즐기는 물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__전기학과 자기학을 합친 전자기학 분야의 쓰임말로 만나는 물리
그렇다면, 왜 전기 현상과 자기 현상은 한데 묶어서 전자기 현상이라고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주에 전하가 딱 한 개 있다면, 그 전하가 일으키는 현상이 전기 현상이다. 그러나 전하가 두 개 이상만 되면 전기 현상과 자기 현상이 따로따로 일어나지 않고, 전자기 현상으로 한데 어울려 동시에 일어난다.
전기 현상과 자기 현상, 또는 묶어서 전자기 현상이 없다면 현재 우리가 누리는 전기·전자제품의 편리함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물질이 가지고 있는 기본 성질이 이런 전자기 현상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리학자들이 연구하는 물질은 당연히 우주에 있는 모든 물질이다. 그런데 이 물질을 한 사람이 모두 연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이 물질들을 다양한 기준을 가지고 분류하여 그중에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한 분야를 선택하여 연구한다.
‘전자기 현상’은 역학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만큼, 이 분야의 쓰임말은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된다. 그러나 그 뜻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혼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물리학 강의 시간에도 이러한 쓰임말을 엄밀하고 정확하게 구분해서 쓰는 것이 어려운데, 하물며 일상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혼란을 피하려면 반드시 물리학 쓰임말을 엄밀하고 정확하게 쓰는 것이 필요하다. 바로 그러한 엄밀함을 제대로 알고 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이 나왔다.
이 책에서는 전하, 전류, 전기에너지, 전자기파 등 대표적인 전자기학의 쓰임말들이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것과 물리학에서의 사용이 어떻게 비슷하고, 또 어떻게 다른지 다양한 예를 들어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이 책을 통해 전자기학 쓰임말의 개념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면서, 물리학에 대한 이해의 바탕을 보다 쉽고 재밌게 다질 수 있을 것이다. 물리학에 대한 두려움 없이, 어려움 없이, 다시 물리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__전기에너지? 전기퍼텐셜에너지?
우주에는 단 두 종류의 에너지만 있다고 말하면 어떤 분은 “무슨 소리야?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에너지가 있는데!”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여러 종류의 에너지 이름을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다. 전기에너지도 있고, 중력에너지도 있고, 화학에너지도 있고, 열에너지도 있다. 그러나 사실 세상에는 드러난 에너지와 드러나지 않은(숨겨진) 에너지만 있다.
어떤 물체가 움직인다면 우리는 그 물체가 운동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이내 알아챈다. 이같이 운동에너지는 드러나 있어서 바로 그 존재를 알아챈다. 운동에너지가 바로 드러난 에너지이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는 에너지, 바꾸어 말하면 숨겨진 에너지도 있는데, 이것을 퍼텐셜에너지라 한다. 흔히 ‘위치에너지’라고 잘못 알고 있는데, 퍼텐셜에너지는 그것을 만드는 힘에 따라 서로 다르게 부르다 보니 마치 여러 종류의 에너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 퍼텐셜에너지이다. 다만 그 퍼텐셜에너지를 내는 서로작용에 따라 다른 가면을 쓰고 있는 셈이다.
전하가 있어 전기마당을 만드는데, 이때의 퍼텐셜에너지를 전기퍼텐셜에너지, 줄여서 전기에너지라 한다. 지구 표면에서는 지구가 만드는 중력마당에 퍼텐셜에너지가 숨겨져 있는데, 이 에너지를 중력(퍼텐셜)에너지라 한다. 우주에 있는 별 사이의 중력에너지도 있다. 원자들이 모여 작은 분자를 만들고, 작은 분자들이 모여 고분자를 만드는데, 이때 원자들이 화학결합을 하면서 숨겨지는 퍼텐셜에너지를 화학에너지라 부르는데, 이는 엄밀하게 말하면 전기에너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