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건강에 관해 우리는 대개 수동적이다. 스스로 알아서 자신의 건강을 세심히 챙기기보다 의사나 약사, 헬스장 트레이너 같은 외부인의 판단과 의견에 압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임 목사가 힘주어 말하는 바는 이렇게 전문가들에게 기대는 정도를 좀 줄이자는 것이다. 자신의 몸, 생활 습관, 식습관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인데 외부 전문가의 일률적인 처방에 몸을 마냥 내맡겨두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그는 본다. 여기에는 또 서양 사람 체질에 맞추어 발달한 서양의학을 지나치게 믿는 버릇에 대한 경계심이 어려 있다. 그렇다고 예로부터 내려온 우리 전통 의학이 대안인 것도 아니다. 우리의 생활 자체가 이미 크게 서구화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외부인의 도움에 기대기에 앞서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음식과 약을 주의 깊게 찾고 살펴서 적절히 섭취하는 일이다. “내 병은 내가 알아서 내가 고쳐야 한다.”(50쪽)
음식, 병, 약, 이 세 가지가 서로 뗄 수 없이 얽혀 있는 이 책에서 그래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은 우리가 날마다 끼니마다 먹고 있는 음식이야말로 건강에 관건이 된다는 지은이의 믿음에 까닭을 두고 있다. 다종다양한 식재료와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가히 박물지博物誌에 가깝게 펼쳐지고 있는 이 책에서 임락경 목사가 제일 먼저 권장하는 것은 ‘좋은 음식’을 먹는 일이다. 좋은 음식이란 무엇인가? 유기농산물 생산자들의 전국 모임인 정농회 회장 출신답게, 임 목사가 추천하는 음식 또는 식재료는 다른 무엇보다 화학비료와 제초제, 성장촉진제를 쓰지 않고 키운 유기농산물이다. 유기농과 유기농산물에 대한 그의 신념은 가령 다음 구절에 또렷이 드러나 있다. “아무리 과학 문명이 발달된다 해도 곡식과 채소를 만들어 먹을 수는 없다. 만들어 먹고 산다 해도 건강한 삶을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있다 해도 인류가 그 길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인류의 생명을 유지하려면 농촌이 있어야 하고 농민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면 유기농산물이 있어야 한다.”(25쪽)
그러나 지은이가 유기농 예찬으로 책을 채우거나 유기농산물 안 먹으면 병난다고 겁을 주고 있지는 않다. 유기농산물이냐 아니냐보다 그가 더 눈길을 주고 있는 상대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빠져들어 있는 잘못된 식습관이다. 그는 경제적 풍요의 부작용으로 너무 많이 먹는다는 사실이 특히 문제라고 여긴다. “무슨 성분이든 모자라는 것도 병이지만 지나친 것도 병이다. 모자란 성분 채우기는 간단하지만 지나친 성분 빼내기는 정말 힘들다.”(69쪽) “배고프면 먹고 배부르면 먹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아니 최상책이다. 배와 입맛과 같이 먹으면 된다.”(88쪽) 좋은 음식도 지나치면 건강에 독이 된다는 점은 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보약도 오래 먹으면 특수 체질 아니고는 견뎌낼 수가 없다. 자기 몸에 필요한 약 성분은 며칠 먹고 나면 다 보충된다. 그다음은 내 몸에 필요 없는 약 성분이 된다. 과다한 약 성분은 이제부터는 독이다.”(14쪽)
임 목사가 권하는 바람직한 식습관은 첫째, 자신의 체질에 맞게 음식을 먹는 것이다. 예컨대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고기를 덜 먹어야 하고, 몸이 찬 사람은 여름에 과일을 적게 먹어야 한다. 둘째로, 제철 음식을 먹는 일이 중요하다. 지은이에 따르면 봄에는 배추, 상추, 시금치 같은 잎채소, 여름에는 가지, 오이, 수박을 비롯한 열매채소, 가을에는 과일, 겨울에는 고구마, 당근, 무 등 뿌리채소를 먹어야 좋다. 셋째로는 자신이 살고 있는 그 지방의 식재료를 먹는 것이다. 먼 거리를 이동하느라 약품 처리를 할 필요가 없고 해당 지역의 기후와 환경에 걸맞은 식재료가 건강에 이로울 것은 당연하다.
지은이는 음식, 병, 약에 관한 해박한 지식으로 본인의 건강만 챙긴 것이 아니라 함께 또는 주변에, 또 멀리서 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건강에 관한 조언자, 상담인 역할을 해왔다. 그럴뿐더러 어긋난 뼈를 맞추는 기술이나 (지금은 손에서 놓은 지 오래지만) 침술로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들을 살리고 고쳐온 경력을 가지고 있음을 이 책에 실린 숱한 일화들이 알려준다. 의료인 면허가 없을 뿐이지 지은이를 삶의 현장에서 활인活人을 실천한 생활 의료인, 민중 속의 치료자라고 일컬어야 옳을지 모른다.
임락경 목사의 시선은 개개인들의 건강만이 아니라 그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와 생태계의 건강을 향해서도 뻗어 있다. 예를 들어 그는 대낮에도 전깃불을 환하게 켜놓고 있는 현실과 원자력발전소를 연결 짓는다. “인류가 전기만 아껴 써도 원전은 없어도 될 것 같다. 낮에 불 끄고 밤에 잠자고 좀 부지런하게 살면서 전자 제품 줄이면 간단하겠다.”(317쪽). 시궁창을 거쳐 가면 중화되는 양잿물을 원료로 세제를 만들어 수질오염을 해결하자는 주장도 그의 것이다. 근대 문명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비판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똥을 싸서 물로 내려보내고 거기다 화학물질이나 합성세제까지 섞어서 내보내 개울물 강물을 오염시키는 것이 문화인이란다. 신발 없이 맨발로 살아온 인도 사람들에게 신발을 신도록 가르친 것이 문화인이란다. 이들은 분수를 모르는 이들이다. 제 고향, 제 집도 모르는 이들이다.”(157쪽)
이 책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대목을 이루는 것은 수맥과 산맥 찾는 이야기다. 임락경 목사는 일찍부터 지하수를 찾아내고 산맥을 짚어내는 능력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어왔다. 물론 돈을 받지 않고 하는 일이다. “수맥에서는 찬 기운이 나오고 산맥에서는 더운 기운이 나온다. 이 더운 기운이 나오는 곳에 학교나 집을 지으면 건강을 찾고 유지할 수 있다. 반대로 수맥에 집을 지으면 건강을 유지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버드나무가 습한 곳에서 잘 자라고 소나무는 건조한 곳에서 잘 자라는 데서 알 수 있다. 버드나무와 소나무를 바꾸어서 옮겨 심으면 두 나무 다 죽는다.”(397-398쪽) 누군가는 비과학적이라고 깎아내릴지 모르지만, 수맥과 산맥 찾는 이야기 역시 세상 사물들의 흐름과 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의 궤도와 순리에 따라 살아야 건강하다는 저자의 일관된 건강 철학에 곧바로 맥을 대고 있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