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모태에 짓기 전에 너를 알았고 네가 배에서 나오기 전에
너를 성별하였고 너를 여러 나라의 선지자로 세웠노라 하시기로
(예레미야 1:5)
살아계신 하나님께서 죄와 사망과 어둠의 권세 가운데 비참한 종의 모습으로, 노예의 삶으로 고아처럼 살아가는 제 인생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으로, 보혈의 능력으로, 용서의 기적으로 말미암아 양자의 영을 보내주셔서 그분의 자녀, 곧 상속자로 삼아 주셨습니다. 세상이 저를 속이고 삶이 저를 힘겹게 할지라도 저는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참 평강이, 샬롬의 은혜가 제 속에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이 놀라운 선물을 저 혼자만 누리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보내신 곳곳에 서 나누는 삶을 살게 하시니 그것이 바로 하나님 아빠 아버지의 완벽하고도 놀라운 계획이 아닐까요?
_ 〈재출간하며〉 중에서
38년 만의 고백
오랜 잠에서 깨어나 삶의 여정을 되짚어간다. 길고 긴 잠에서 깨어난 기분입니다. 의식의 망각 속에 오랜시간 갇혀 있었던 기분, 아니 어쩌면 그 반대인 의식적으로 나의 존재, 나의 정체성을 고정시킨 채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출생의 비밀을 깊이 간직한 채 말이지요.
저는 1976년 11월 어느 겨울날 대한민국 서울에서 입양되어 38년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왜 그 기나긴 침묵을 깨고 38년이 지난 지금, 이 고백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가려 합니다.
15 여는먼저 제 자신에게 이 질문을 던져 봅니다.
‘나는 왜 이제야 그 침묵을 깨려고 하는 것일까?’
그런데 대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그것은 바로 저를 만드신 주님이 저를 알고 계획하고 또 가슴으로 품어 주셨기 때문에 그 예수님의 사랑으로 길러 주실 양부모를 만나, 이렇게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었다는 것을 고백하기 위해서입니다. 더 나아가 하나님은 저에게 ‘축복의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허락하셨고,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축복의 통로로 저를 사용하신다는 놀라운 사실을 고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하나님은 이 특별한 은혜를 고백하지 않고는 저를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귀한 동역자들을 만나게 하셨습니다. 자신의 숨기고 싶은 과거를 철저히 드러내고 진정 자신을 버리고 복음을 증거하며 목숨을 다하는 사역자들을 만나게 하셔서, 어느 순간 제 삶에 안주하며 만족하고 살았던 가식의 탈을 발견하게 하셨습니다. 그 모습은 제 삶에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의 척도를 스스로 판단하고 자위하며 만족해 하던 사역자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나니 너무나 큰 부끄러움에 어디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나를 건져 주신 주님의 놀라운 은혜에 대한 감격과 감사를 잊어버리고 나에게 마땅히 주어진 삶이라 여겨 왔던 인생을 회개하며 이글을 적어 내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