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넘길 때마다 떠오르는 바닷가 추억
그리고 우리가 놓친 것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 철썩철썩 파도 소리만으로도 더위가 달아날 것 같은 바다로 곧장 뛰어들고 싶어지죠. 아이도 머리를 휘날리며 바다를 향해 달립니다. 그런데 아빠가 늘 하던 말이 기억납니다. “언제나 바다를 존중해야 한단다.”
그런데 ‘바다를 존중한다.’는 게 뭘까요? 잔잔하다가도 화가 난 것처럼 높게 솟아오르는 파도에 몸을 담그면서, 가까이 다가왔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하는 바다의 리듬을 느끼면서, 모래성을 쌓거나 손가락이 쪼글쪼글해질 때까지 수영하면서, 바다를 둘러싼 전설과 바다가 품고 있는 생명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는 온종일 바다에서 뛰놀면서 질문의 답을 찾아갑니다. 아이가 찾은 답은 무엇일까요?
아빠는 왜 바다를 존중해야 한다고 할까?
엄마는 왜 바다 앞에서 겸손하라고 할까?
‘바다를 존중한다.’는 말이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아이의 시선에 따라 바다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를 듣다가 아이가 마음을 다해 “바다야, 내일 또 만나.” 하면서 인사하는 순간, 느끼게 됩니다. 결국 ‘존중’은 ‘사랑’의 또 다른 말이라는 것을.
이 책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바닷가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어떤 그림에서는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마음이 뜨끔뜨끔해질지도 모릅니다.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기 전에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충분히 알지 못했고, 대자연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선물에 고마워하지 않았으며, 대자연 위에 군림하며 욕심을 채우기에 바빴던 우리의 지난날을 떠오르게도 하거든요. 이 책이 환경 그림책 같기도 한 이유입니다.
엄마는 바다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 말래요.
“바다 앞에선 겸손해야지.” _본문 中
바다 앞에선 겸손해야 한다는 엄마의 말은, 바다를 존중하라는 아빠의 말 못지않게 큰 울림을 줍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고 세계 곳곳에서 날마다 이상 기후로 인한 재난 뉴스가 쏟아지는 지금을 살고 있다 보니 더욱 그러한가 봅니다. 더 늦기 전에 미래 세대에게 반드시 알려 줘야 할 소중한 유산. 그것은 무엇보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수 있는 눈과 대자연에 대한 경외감이어야 한다는 것을 작가는 ‘존중’과 ‘겸손’이라는 단어에 담아 전달합니다.
바다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이야기
네 살짜리 아이가 혼자 바다에 들어가고 싶다고 보채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위험해!” 혹은 “안 돼!” 한마디면 쉽게 상황이 종료될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아이에게 바다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바다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고, 그날의 추억이 이 책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밝힙니다.
그래서일까요? 《바다야, 내일 또 만나》는 내가 만난 어제의 바다의 떠올리고, 오늘의 바다를 직시하다, 내일의 바다를 기대하게 합니다. 바다를 존중하는 법을 배운 네 살 아이가 맞이할 미래의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요? 어떤 이야기를 품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