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겐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필요해요
우울증, 불안증, 공황장애, 식이장애, 수면장애를 앓고 있는 현대인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런 만큼 같은 상황에 처한 환자의 글이 그 무엇보다도 좋은 위로와 치료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는 모든 사람이 유병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을 꿈꾸고 있다. 모든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아무 거리낌없이 병원에 찾아가 치료를 받고, 또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고 있다.
에세이가 가지고 있는 정서를 군더더기 없이 표현해낸 일러스트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이 된 물고기가 헤엄치는 창문을 작가는 말없이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사랑스러운 반려견이 함께 하고 있다. 특히 2장 내지 일러스트는 어린 동생의 손을 꼭 잡은 젖어있는 작가의 모습이다. 소설을 깊숙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나올 수 없는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표지, 내지 일러스트, 그리고 스페셜로 들어가는 플립북까지 이 소설을 보다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우울하지만 씩씩하게 살아갑시다
우울은 현대인의 감기가 아니다. 감기약만 먹으면 며칠만에 낫는 가벼운 병이 아닌 것이다. 때로는 수년간 치료를 이어가야하는 중병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평생 치료를 통해 계속 관리를 해야하는 불치병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우울증은 재발율도 높아서 완치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평생 안심하며 살아갈 수 없다. 모든 병이 그렇겠지만 우울증 역시 굉장한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치료해야 하는 병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람들에게 말하곤 한다. 일찍 일어나서 산책도 좀 하고, 잘 먹고, 잘 자라고 말이다. 밖을 나가는 게, 먹는 게, 자는 게 죽기보다 힘들어서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한테 그렇게 무책임한 말이 또 있을까?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조차 하지 못해서 자신이 망가져가는 모습을 보며 더욱 무너져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그 사람의 의지가 나약해서도 아니고, 그 사람의 성격 탓도 아니다. 그들은 단지 우울증에 걸린 환자들일뿐이다. 환자는 당연히 치료를 통해서 병을 치료해야 한다. 그와 함께 병행되는 상담치료를 통해서 뿌리 깊은 곳까지 남아 있는 우울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스스로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런 이들에게 가장 힘이 되는 말은 아마도 “괜찮아. 치료 받으면 완치될 수 있을 거야.”라는 말이 아닐까? 실제로 나 역시 이런 말들이 가장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우울하지만 씩씩하게 완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