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의 발전은 인간 정신과정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크게 증진시키며, 신경학적 질환이나 정신의학적 질환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ㆍ치료하는 기술과 정상인의 정신능력을 보강, 향상, 증강시킬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을 기대하게 한다. 뇌과학은 기초과학기술과의 연계뿐 아니라 정보통신, 나노, 기계, 로봇 등과의 연결의 구심점에 있어 학제적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인간의 행동 및 자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뇌의 활동과 기능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서 뇌-기계 인터페이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신경향상약물, fMRI 뇌영상기기 등의 도구들이 개발되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서 인간의 특징으로 여겨져 온 마음 또는 인지기능을 인위적으로 재구성하거나 간섭할 수 있는데, 그간 뇌기능 통제 또는 뇌의 간섭에 의한 인간의 특질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학적ㆍ인지적 변화에 대해서 도덕적으로 너무 침묵하고 있었고 너무 늦게 반응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경윤리(neuroethics)는 뇌신경과학의 발달에 따라 뇌인지기능의 강화와 삶과 죽음 등에 대한 사회 전반적 문제들을 다루기 위한 분야이다. 뇌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마음을 물리적 세계의 일부로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발생하는 주요 쟁점에는 고전적인 생명윤리의 틀 안에서 다룰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인간의 정체성이나 몸과 마음의 관계와 같이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의 근본적 변화라는 뇌과학과의 관련성 속에서만 특수하게 발견할 수 있는 윤리적 쟁점들이 상당수 있으므로, 신경윤리는 생명윤리의 하위분야를 넘어서는 그만의 독자적인 분야로서 학문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목적은 과학의 발전, 뇌과학에 관심이 있는 전문가와 일반인, 그리고 학생들이 새로운 분야인 신경윤리에 대한 기초와 심화 영역을 차근히 이해할 수 있도록 텍스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뇌과학의 발전과 그로 인한 윤리적 쟁점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을 가지고 다루는 기본서로서의 ‘신경윤리의 입문서’가 부재한 현실에서, 이 책이 뇌과학자뿐 아니라 뇌과학의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들에게 과학의 발전과 신경윤리의 현주소를 알게 하고, 윤리적 논쟁의 경과 과정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갈등이 벌어진 뇌과학 연구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독자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가는 입문서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공동집필자 모두 이러한 논쟁적 주제들을 다루는 과정에서 관심과 지원, 도움을 준 선배들, 동료들에게 감사드리며, 더욱 충실한 내용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이 책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한국연구재단 미래뇌융합사업 뇌신경윤리과제(2019M3E5D2A026450822)의 지원을 받았다. 이 책이 나올 수 있도록 출판에 수고를 아끼지 않은 도서출판 정독의 김중용 사장님께도 큰 감사의 뜻을 전한다.
2023년 12월
공동집필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