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마존은 수년 동안 영업 손실을 감수했을까?
최저가 보장은 고객을 위한 걸까?
주 35시간 근무제는 실업 해소에 영향을 미칠까?
우리가 계속 스크롤을 내리는 이유는 뭘까?
자유 시장은 얼마나 자유로울까?
돈과 시장을 따라 요동치는 세상
경제학은 수 세기에 걸쳐 돈과 시장에 접근하는 관점에 따라 쉼 없이 변화했다. 거시 경제라는 거대한 파도를 타고 훌륭한 사상가들은 시대를 진단하고 다가올 앞날을 예측했다. 국가와 기업, 개인 역시 그 흐름 속에서 격렬히 맞서거나 순응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경제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런데 왜 모두 돈과 시장에 무력하게 매혹당하고 마는 걸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과 시장의 구조에서 벗어나 살 수 없고, 무엇보다 인간에겐 욕망이 있다. 국가가 더 막강해지기를, 기업에 독점력이 생기길, 자신이 좀 더 이득을 취하길 바라는 마음 말이다. 이는 곧 자유 시장과 연결된다. 자유 시장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결국 공익을 증진한다는 장점이 있다. 애덤 스미스의 저서 《국부론》에도 이에 대한 서술이 보인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하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업자, 제빵사가 자비롭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은 인류에게 축복이라 부를 수 있는 경제 성장을 일으켜, 대다수의 인구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동시에 환경오염 문제가 따라왔고, 때로 인간은 도덕적 해이를 저질러 경제를 추락시키기도 했다.
현실 그 자체의 학문, 경제학
경제학은 지금 여기, 인간이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당장 오늘의 환율로 경제 흐름이 바뀌고 유가 변동으로 주식 창의 색이 달라지며 디플레이션으로 지갑은 꾹 닫혀버린다. 때론 생존의 불안도 동반된다. 기업이 파산하거나 신기술의 등장으로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 것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니다. 이 책의 50가지 챕터 중 특히 실업, 러다이트 오류, 최저임금제, 디플레이션, 경기 침체 등을 살펴보면 경제가 얼마나 개인의 삶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또한 세계화, 분업, 관세와 자유무역, 국제수지, 대외 원조, 비교우위 챕터를 통해 많은 국가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그리고 행동경제학과 행복경제학 챕터를 보며 인간 심리와 경제학의 밀접한 관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은 이상적인 말 대신 숫자와 그래프를 제시한다. 이러한 방식이 온기 없게 느껴질지라도 수치로 현실을 들여다보는 행동에서 오는 안정감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하는 현대인일수록 경제학은 꼭 가까이해야 하는 학문이다.
7명의 경제학자에게 질문을 던지면 8개의 답이 돌아온다
경제학자들은 합리적인 의견을 내놓지만, 그렇다고 해당 의견을 완전히 신뢰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1798년《인구론》을 쓴 토머스 맬서스는, 식량 공급량을 늘려도 굶주릴 인구는 더 빨리 늘어나서 식량난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생산성 향상과 기술 발전 덕분에 인구와 1인당 국민 소득이 증가하면서 맬서스의 이론은 오류임이 밝혀졌다. 또한 경제학자들은 같은 문제를 놓고 정반대의 관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전쟁과 경제 위기를 통해 붕괴되기 쉽다고 했지만, 조지프 슘페터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그러한 위기는 경제를 성장시키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탄생하는 유인을 일으킨다고 보았다.
이처럼 경제학은 명확한 답이 없는 학문이기에 7명의 경제학자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면, 8개의 답이 돌아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하지만 답이 없다고 실망하기보다 다양한 이론을 파악하여 경제학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는 기회로 삼는 게 좋다.
온갖 변수와 복잡한 개념, 그럼에도 흥미로운 경제학
경제학에서 튀어나오는 온갖 변수는 통제할 수 없는 골칫덩어리이지만,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다가오는 때도 있다. 콩코드 여객기 일화가 그렇다. 여객기를 완성하면 경제적 손실이 불 보듯 뻔한데 이미 너무 많이 진행되었고 영국과 프랑스의 합작 프로젝트라는 상징성 때문에 끝까지 추진해 버렸다. 이는 대표적인 ‘매몰비용 오류’로 불린다. 하지만 경제적 손실을 보았을지라도 콩코드 여객기는 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객기로 남았다. 이처럼 때로는 돈만으로 그 가치가 환산될 수 없는 일도 있다.
이 책에는 채권 시장, 현대통화이론, 국제수지, 관세와 자유무역, 승수 효과 등 다소 복잡한 개념들도 있다. 경제학 입문자들에게 이런 개념들이 지루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이 책의 순서에 따라 조금만 인내심을 발휘하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경제학 상식 사전》은 독자들을 위해 다채로운 사진과 그림, 여러 도표를 적절히 배치해 두었다. 독자들은 이를 활용하여 순조로운 경제학 입문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