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린 듯 듣는 인도 영화 덕후의 재미있는 인도 이야기
과학 유튜버 ‘궤도’ 혹은 지식 유튜버 ‘조승연’의 채널을 본 적이 있는지? 경험이 없다면 한 번 시청해보길 바란다. 분명히 관심도 없는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홀린 듯이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것이 바로 ‘덕후’의 힘이다.
혹시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덕후’는 일본말 ‘오타쿠’를 한국식 발음으로 바꿔 부른 ‘오덕후’의 줄임말이다. 일본에선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인다고 하는데, 한국에선 어떤 분야에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많이 쓰인다. 게다가 요즘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부쩍 각종 ‘덕후’들도 인기를 끌고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유튜브에서 성공하려면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하는데 ‘덕후’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미친듯이 파서 결국 잘 알게 혹은 잘 하게 된 사람들.
이 책 〈시네마 인도〉의 저자, 빠르데시도 그런 사람이다. 그는 인도 영화 덕후다. 2001년, 빠르데시는 우연히 인도 영화 〈춤추는 무뚜, 1995〉를 보게 된다. 지금은 넷플릭스만 들어가면 되지만, 당시에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구하기 어려운 인도 영화를 더 보기 위해, 그는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회원들과 함께 어렵게 영화를 구해서, 함께 상영회를 즐기곤 했다. 영화 속 마살라 장면(인도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춤추고 노래하는 부분)들을 따라 춤추고, 각종 영화제에서 헤나를 만들어 체험 시켜주며 인도 영화를 홍보했다.
20년 넘은 유서 깊은 인도 영화 덕후인 저자가 썼기 때문일까?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책장이 넘어가며 술술 읽히는 미덕을 가졌다. 읽다 보면 영화 소개서라기보다 영화를 통해, 이렇게 저렇게 알게 된 인도 문화 소개서에 가깝다고 느낄 것이다. 역시 덕후라서 그런지,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사이 홀린 듯 그의 설명을 듣게 된다. 그러는 사이 인도 영화를 보면서 궁금했던 점이나, 대표적인 인도 배우들, 그리고 인도의 신화나 고전, 종교, 스포츠, 정치에 이르기까지 꽤 쏠쏠한 지식을 얻게 된다.
‘인도 영화’나 ‘인도’ 그 자체에 관심이 많다면, 아니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재미있고 쉽게 인도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입문서다. 인도 배우나 인도 영화를 한 번이라도 보았다고? 더욱 빠져들 것이다.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면? 아마 OTT에서 이 책에 나온 인도 영화를 검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