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헌석 문학평론가)
김도희 작가의 상상력은 1권 『Rats Eye 들쥐의 눈』에서 잘 드러나고 있지만, 2권 『Everything under the Skin 피부 아래의 모든 것』에서 더 돋보입니다. 21세기에서 살아가는 그의 상상력은 22세기를 현재화하고 있습니다. 22세기의 어느 시기에 그는 UEC(지구연합도시)를 소설의 중심지로 창조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포함되어 있는 동아시아 지구대를 중심으로 북미 지구대, 남미 지구대, 유럽 지구대로 확장하면서 여러 난제들을 해결합니다.
김도희 작가가 창조한 캐릭터(인물의 성격)는 독특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두 인물은 하나의 육신과 하나의 영혼을 두고 서로 싸웁니다. 예를 들어 뇌사 상태인 타인의 몸과 자신의 머리 부분이 융합한다고 할 때, 육체의 병을 지닌 몸을 잘라내고 다른 사람의 육신을 취한다면, 머리 부분으로서의 전뇌는 내 것인데, 이는 온전한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서 쌍둥이 군주를 만들었으니, 그의 상상력은 참으로 놀라운 바가 있으며, 사뭇 철학을 담고 있음입니다.
그러므로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완전한 선과 악으로 구분하기 난해합니다. 선과 악으로 2분화하기에는 세상이 너무나 복잡합니다. 헤아릴 수 없는 유혹과 악으로부터 인류의 선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사람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선일까, 혹은 부분적으로 선과 악이 혼재되어 있을까, 작가는 이런 물음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김도희 작가의 서문(들어가기)에는 피부 아래 모든 것의 끝부분에 나오는 ‘이츠호’는 〈무기물과 유기체의 화합물, 그 이상의 생명체이며, 전함이며, 비행체〉라고 정의합니다. 그는 첫 소설인 ‘레츠 아이’에서 ‘이츠호’에 대한 이미지를 밝혔고, 2권에서는 〈‘이츠호’를 손에 넣는 자가 세상의 판도를 바꾸어 놓는 자〉라고 설정합니다.
이처럼 짐작할 수도 없을 정도의 세계를 창조해 가는 김도희 장편소설 『everything under the skin 피부 아래의 모든 것』을 경험하기 위하여 독서하기를 권합니다. 동시에 그가 확장해 가는 상상의 세계가 펼칠 3권과 4권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