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대 서양에서는 크게 2가지 인상에 기초해 인도 승가를 이해했다. 첫째는 중세 기독교 수도회와 관련해 생각했던 개념으로, 둘째는 남방상좌부 불교로 전해져온 전통과 규범적인 문헌에서 보았던 이상적 비구에 대한 환상으로 승가를 이해했다. 현대 서양에서는 이런 개념과 환상으로 승가와 관련한 학문적 연구를 진행해 왔던 것이다.
이 책은 초기 승가 관행에서 보이는 부분을 조명하여 ‘길 위의 삶’이 필연적으로 모든 가족과 관계를 끊었다는 주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인도불교 승가의 본질에 관한 몇 가지 근본적인 가설에 효과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불교 수행자가 되었을 때 반드시 가족과 모든 관계를 단절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우리가 눈을 뜰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오히려 승가는 수계 후에도 지속해서 가족이나 친족과 사회적, 정서적, 경제적, 성적 관계 등 다양한 유형으로 관계를 유지했다고 알려주고 있다.
2.
지금까지 여러 불교학자들과 일반 대중들은 비구와 비구니가 종교 생활을 위해 집을 떠날 때 가족과의 모든 인연을 끊는다는 인도불교 특유의 수도원주의에 대한 그림을 그려 왔다. 이 관점에서 비구와 비구니는 독신을 유지했고, 수도원 독신의 “서약”을 어긴 사람은 즉시 돌이킬 수 없이 불교에서 추방되었다. 이 낭만적인 이미지는 주로 「무소의 뿔경」과 같은 텍스트의 금욕적인 수사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쉐인 클라크는 인도불교 법전(비나야)에 대한 연구를 통해 「무소의 뿔경」에서와는 달리 인도불교 작가들이 가족적 인연을 포기하기는커녕, 자신의 법적 범위 안에서 비구와 비구니가 가족과 계속 연락을 유지할 것이라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산스크리트어, 티베트어, 중국어로 보존된 인도불교 율장의 여전히 미지의 영역을 조사한 클라크는 이 책을 통해 가족에 대한 불교 승려들의 태도에 대한 포괄적이고 인도 전역적인 그림을 제공하고 있다. 학자들은 종종 승려 불교가 반가족적이어야 한다고 가정했지만, 그는 이러한 가정이 인도불교 승려법의 저자나 편집자에게 분명히 공유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또한 저자는 중앙아시아, 카슈미르, 네팔, 티베트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은 후기 불교 승려주의를 부패와 쇠퇴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승려적 또는 출가적 이상의 연속성과 발전의 관점에서 재고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모든 율장(비나야) 문헌을 면밀히 탐구함으로써, 예컨대 재가자 부부는 비구와 비구니로 수계한 후에도 법적으로 결혼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고, 또한 승려는 ‘전처’였던 비구니를 돌볼 수 있었으며, 임신한 비구니는 출산과 육아를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이는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매우 가족 친화적인 인도불교 승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
이처럼 이 책은 인도불교 승가의 가족 문제에 대해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 중 일부를 혁신하는 놀라운 공헌을 한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인도불교 수행과 승가 전반에 대해 우리가 지금까지 잘못 생각해 왔던 내용을 바꾸는 데 신선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