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고고학
책의 원제는 〈아빠가 죽었고, 엄마도 그렇다〉이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이 제목이 책의 주제를 정확히 가리킨다. 저자 마렌 부어스터는 말기 암에 걸린 아버지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동시에 돌보며, 눈앞에 마주한 현실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상념을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이 과정을 상실의 고고학이라 부른다.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부모를 돌보며, 저자는 부모를 상실하는 과정을 빼곡히 묘사한다. 치매에 걸린 엄마가 목욕을 거부하거나 딸을 알아보지 못하고 허공만 응시하는 모습, 말기 암에 각종 합병증까지 걸린 아버지가 정신 착란 증세를 나타내는 모습 등 자식으로서 차마 직시하기 어려운 모습들을 덤덤히 서술한다. 그리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죽음의 과정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잃어버리고 중인지, 먼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부모와 함께했던 기억을 상기한다.
저자의 부모는 그렇게 헌신적이거나 다정하기만 한 부모는 아니었다. 알코올 중독이었던 아버지는 오랫동안 깊은 상처였고, 엄마는 딸을 호텔에 홀로 두고 외출하기도 했다. 죽음 앞에서 과거는 마냥 미화되지 않고, 그저 떠올려지며, 저자는 기억을 가감 없이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역설적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중이다. 슬픔조차 죽음 앞에서는 그저 상실의 대상일 뿐이다.
완화 의료 병동, 요양원 등에서 벌어지는 풍경이 그린 듯 생생하고, 그만큼 저자의 고통도 묵직하게 다가와서 읽는 내내 마음이 가라앉는다. 저자에게 이 책이 상실의 고고학이라면, 독자에게 이 책은 죽음의 고고학일 수 있다. 현대 의료 시스템과 복지 시스템 아래에서는 사람이 어떤 과정을 거쳐 죽음에 이르게 되는지, 그 적나라한 과정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해, 죽음의 과정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