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질병이 있다면, 단연 ‘우울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 하더라도 많은 이들이 극심한 우울감이나 우울증에 고통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를 어떻게 치료하는 것이 성경이 가르치는 바일까요? 17세기 청교도 목사 리처드 백스터가 이런 고민을 앞서 했습니다. 그가 정리해 놓은 글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백스터 전공자 제임스 패커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마이클 런디가 시대적이고 문화적인 차이를 보완 및 현대화해 이 책을 재탄생해 내었습니다. 우울증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고 성경적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 본서는 우울증 환자와 그 주변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인사이트를 제공해 줄 것입니다. 물론 본서가 우울증과 불안증에 관한 완벽한 지식과 현대적 치료법을 명확하게 제시해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본서를 통해 우울증에 관한 성경적이고 영적인 통찰을 얻고서, 천상의 위로와 소망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수의 글
백스터는 우울증 환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정신과적’으로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우울증 환자가 겪는 ‘우울감뿐 아니라 죄책감과 불안감’ 그리고 ‘공허감과 무력감에 의해 겪게 되는 증상’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성의 끈을 놓게 되는 경우까지 언급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한 주요 우울 장애(Major depression with psychotic features)’에 관한 설명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우울증의 아형(subtype)’으로 이해되는 ‘양극성 장애(조울증, Bipolar Disorder)’에 대해서도 기록하고 있습니다.
당시는 정신과적 진단 분류가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한 시대에 이렇듯 우울증 환자가 겪게 되는 ‘모든 증상’과 그에 대한 백스터의 조언은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나게 합니다. 당연히 이때의 ‘하나님의 은혜’는 백스터와 동시대를 살던 우울증 환자를 향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동일한 ‘하나님의 은혜’를 이 시대에 동일한 아픔을 가진 분들이 나누어 가지길 기도합니다. 또한, 백스터는 우울증 환자가 겪고 있는 ‘영적 어려움’에 관해서도 많은 내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는 백스터의 기록을 보고 시대가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인류의 동질성’을 느꼈습니다. 우울증 환자가 겪는 ‘영적 어려움’에 관한 백스터의 기록은 같은 어려움으로 저를 찾아온 지체들의 ‘영적 어려움’과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지체들에게 해 준 처방과 동일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백스터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하나 된 형제애’를 느꼈습니다. 백스터의 조언을 읽는 과정에서 느낀 이 감정은 믿음의 선배들과 제가 십자가를 통해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감격에 휩싸이게 했습니다. 지역도, 인종도, 언어도, 시대도 다른 믿음의 사람들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 신비롭게 느껴졌습니다. 이 복음이 저에게 전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믿음의 선배들의 헌신이 있었을까요?
4세기 전의 신앙의 선배가 우울증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와 조언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 백스터에게 많은 것을 알려 주신 ‘하나님의 손’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좋은 책을 소개해 주신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시절, 같은 반 학우였던 최원일 목사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감수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