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벨로키랍토르… 어려운 공룡 이름은 알지만, 쿡소니아, 아르카이오프테리스, 레피도덴드론, 칼라미테스라는 식물 이름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40억 년 이상 지구의 생명체에게 산소와 먹을거리, 보금자리 들을 제공해 온 식물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어쩌면 동물이나 인류의 진화를 아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입니다.
《시간의 섬》은 공룡이 살았던 때보다도 아주 오래전, 지구의 생태계를 지배해 온 식물들이 어떻게 진화를 거듭하며 오늘날 지구의 환경을 이루게 되었는지, 대륙 곳곳에서 발굴되는 식물화석을 토대로 현존하는 식물의 조상을 찾아 복원해 가는 최초의 고식물학 책입니다. 이 책은 고식물학자 살사파릴리아 교수가 탐험대를 이끌고 몇 억 년 전 ‘시간의 섬’에 도착해 식물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탐험일기 형식으로 쓰여 있습니다. 어린이는 물론 모든 연령층에게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식물의 세계를 생생하게 재현해 줍니다.
식물에 잎이 없었을 때
초창기 식물들은 불필요한 것들은 전혀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거의 뼈대만 있었어요. 그래서 몸체를 똑바로 세우고 바람과 비, 햇볕의 공격에 버티며 광합성을 하고, 포자를 바람에 실려 보내며 자손을 퍼뜨렸지요. 과거의 식물들은 줄기에 기공(공기구멍)이 있었습니다. 잎이나 뿌리가 생성되기까지는 굉장히 오랜 세월이 흘러야 했습니다.
습지의 거구들
수목다람쥐꼬리 레피도덴드랄레스(Lepidodendrales)는 높이가 40미터, 몸통의 지름이 2미터가 넘었습니다. 다람쥐 꼬리 모양의 좁고 딱딱한 잎에는 잎맥이 딱 하나만 들어 있고, 길게 뻗은 큰 뿌리에는 수많은 잔뿌리들이 나 있어 나무의 몸통이 안정적으로 붙어 있을 수 있었어요. 이 식물은 석탄기(3억 5900만 년에서 2억 9900만 년까지의 지질시대) 해안 습지에 광활한 숲을 지은 위대한 건축가였습니다. 이 숲이 나중에 석탄 침전물의 주요 성분이 됩니다.
현재의 식물과 먼 친척인 식물들
다양한 화석식물의 자손에 대한 연구를 하다 보면 지금까지도 서로 어느 정도 가까운 친척 관계의 식물들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뻘이거나 손자, 혹은 사촌뻘인 식물들이지요. 이 친척 식물들의 운명은 참 묘하기도 합니다. 어떤 식물들은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작고 여린 풀이라 돋보기를 동원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람쥐꼬리와 부처손, 칼라마리아가 그런 경우인데, 이 종은 고생대 늪지를 지배하고 석탄 침전물을 만든 거대한 수목다람쥐꼬리를 생산한 자손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