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진화인류학 입문서
이 책은 진화인류학을 처음 읽는 이들이 전체 내용을 조망해 볼 수 있는 개론서다. 1부는 진화인류학의 기본 개념을 다룬다.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했던 당시의 이야기와 급격한 지질 변화, 빙기와 간빙기를 오가는 기후 변화 등에 적응하고 때로는 이동하며 살아남은 인류의 진화 전략, 자연선택과 성선택이라는 진화론의 굵직한 개념까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들을 담았다. 2부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까지 이어지는 인류의 진화사를 담고 있다. 다양한 인류종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지구 곳곳으로 이동하는 장대한 역사의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며,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거나 더 나은 곳을 향해 이동해 온 인류의 생존 전략을 보여준다.
3부는 진화 과정에서 변화한 인간의 몸을 다룬다. 두 발로 걷게 되면서 손의 자유를 얻고 도구를 사용하게 된 것부터 몸에 비해 큰 뇌를 갖게 되면서 언어 등 복잡한 사고를 하게 된 과정까지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추렸다. 4부는 인간의 마음과 사회, 문화의 발전을 설명한다. 사랑과 애착 등 인간의 마음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가족이라는 공동체와 도덕과 종교를 통해 유지해 나가는 인간 사회까지 다루어 인간성을 둘러싼 다양한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진화인류학을 본격적으로 다룬 대중서가 없는 상황을 고려해 청소년도 읽을 만한 책으로 풀어쓰는 데 특별히 신경을 썼다. 저자 특유의 이야기하는 듯한 어투 덕에 수백만 년의 인류 진화사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실제 수업을 듣고 있는 대학생들과 함께 수업 내용과 관련된 토론 질문을 뽑았으며, 고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난이도를 조정하는 작업까지 거쳤다. 그 결과 14개의 장 끝에 〈토론해 봅시다〉를 마련했고, 대학 수업에서 실제 활용했던 영상 자료를 QR코드로 수록했으며, 내용 이해를 돕는 다양한 이미지까지 담았다. 부록에서는 〈한국의 고고·자연사 박물관〉을 소개하고 있어 책이 아닌 현장에서 인류의 발자취를 만나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모순덩어리 인간을 이해하는 입체적 방법
진화인류학이 밝혀낸 인간성에 관한 진실은 셀 수 없이 많다. 피부색으로 인종을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사실, 이기심 대신 이타심이 생존에 유리할 수도 있다는 발견, 대체로 합리적이지만 때로는 말도 안 되게 비합리적인 존재가 인간이라는 모순까지. 이처럼 상반된 특성을 동시에 지닌 인간을 알게 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삶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혐오와 폭력, 비인간화와 젠더 갈등 등 다른 존재를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사회문제 역시 더 원활하게 풀어갈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진화인류학은 인간의 어두운 본성, 즉 나와 다른 사람을 동떨어진 존재로 폄하하고 사람의 우열을 나누고 싶어하는 본성을 깨뜨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박한선 교수가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 역시 인간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다. 인간이 지닌 복잡한 특성을 생존에 유리한 전략으로 바라보는 진화인류학적 시각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좋은 단초가 되어줄 것이다.
과학과 인문학의 교차점에서 다각적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진화인류학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이 더 나은 소통과 협력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수백만 년의 시간을 거슬러 지금에 이른 인간의 역사는 그 자체로 지혜를 가득 담은 인생 사용 설명서와 같다. 이 책을 통해 진화인류학에 관심 있는 청소년은 물론, 진화인류학을 처음 접하는 성인들까지 각자의 삶에 필요한 통찰을 얻기를 기대한다.
지은이
박한선│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진화인류학자·신경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