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가 걱정되는가? 경제를 바꿔야 파국 막는다
모두 말한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것만으로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겠냐고. 그러면 달리 뭘 더 해야 할까? 속 시원한 답을 찾기 어렵다. 화려한 물질문명을 누린 대가가 기후위기라면, 기후를 진정시킬 해법 역시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해준 현대 경제에서 찾아야 한다. 기후변화를 일으킨 원인의 중심에 무한히 성장하며 막대한 자원을 추출하고 탄소를 배출해 온 경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상 고열(지구 가열)로 불안정해지는 지구와 그와 맞물려 혈압 상승(사회 불안)으로 치닫게 될 사회를 안정시키려면 최우선으로 인간의 경제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탄소중립도 가능하다.
마지막 기회의 창을 여는 1.5도 경제 해법과 라이프스타일 제안
지구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온도 상승 한계선인 1.5도를 넘기지 않아야 한다. 이 한계선은 인간의 힘으로 돌이킬 수 없는 티핑포인트를 넘어 자연의 연쇄반응이 일어나는 출발선이기도 하다. 한계선을 넘으면 경제활동에 의해 탄소가 추가로 배출되지 않아도 지구는 도미노 현상처럼 온도 상승을 증폭하게 된다. 자연은 인내하지 않고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1.5도 상승으로 이미 넘어가고 있다는 다급한 경고가 부쩍 늘고 있는 지금, 이 한계선을 지킬 수 있는 가능성이 우리에게 남아 있을까? 하지만 아직은 의심하고 주저할 때가 아니다. 마지막 기회의 창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당장 무엇을 할지 토론하고 실천함으로써 시급히 경제구조를 바꾸고, 도시를 바꾸고, 개인의 삶도 바꿔야 한다. 바로 그것이 이 책을 쓴 목적이다. 이 책은 1.5도 경제 스타일의 기초를 생태경제학의 관점에서 소개한다. 그리고 각 경제 주체들의 역할과 특히 기후시민으로서 1.5도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할 방안을 국가 정책과의 관계 아래에서 명쾌하게 풀어내며 마지막 기회의 창으로 향하는 길을 안내한다. 따라서 이 책은 기후시민을 위한 1.5도 라이프스타일 실천 가이드이기도 하다.
《기후를 위한 경제학》의 저자가 시민의 눈높이에서 들려주는 해법
이 책은 생태경제학의 불모지 한국에서 지구 생태계와 경제를 하나로 엮고 기후위기 해법을 공적 정책과 분배개혁으로 연결시킨 《기후를 위한 경제학》의 저자 김병권이 썼다. 《기후를 위한 경제학》은 사실상 국내 연구자가 집필한 첫 생태경제학 입문서이다. 그래서 2023년 출간하자마자 각계각층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그에 힘입어 ‘일곡 유인호 학술상’, 서점인들이 뽑은 ‘올해의 경제경영서’, 전국 도서관 사서들이 뽑은 ‘사서 베스트 21선’, 국립중앙도서관 ‘8월 사서추천도서’, 환경정의의 ‘올해의 환경책’, 정부 출판진흥사업인 ‘세종도서’에 잇달아 선정되었다. 그리고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 주제도서로 전시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2023년 한 해 동안 100회가 넘는 강의와 교육 프로그램에 초청되어 기후위기와 생태경제학 해법에 대해 시민, 정부 조직, 학계, 정당 등과 함께 고민을 나눴다. 그 추세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저자도 연구자로 함께한 ‘1.5도 라이프스타일 시민 실천 프로그램’을 녹색전환연구소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책 《1.5도 이코노믹 스타일》은 이러한 열띤 관심과 교감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학술적 접근에서 완전히 벗어나 시민의 눈높이에서 이해를 돕고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기후를 위한 전환의 해법과 실천 방안을 제안한다.
이 책의 주요 내용
경제사의 교훈, 무한성장 경제가 몰고 온 기후 비상사태
기후가 안전한 경계선을 넘어 위기로 치닫고 있다. 전 세계 195개국이 2015년 파리협약을 맺고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제한 목표를 1.5°C로 하자고 약속한 후, ‘1.5°C 안전 경계선’은 인류가 안전한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경계선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23년 1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이미 1.4~1.5°C까지 올라가면서 안전 경계선에 바짝 접근했다. 그 결과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며 문명을 일군 지난 1만 년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 과거의 어떤 역사적 경험도 참고가 되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에 들어가게 되었다.
현대 자본주의는 국민경제에 더 많은 경제성장을 안겨주었고 거대한 물질적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끌어와야만 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땅속에 있었고, 인류의 조상들이 간헐적으로 사용해왔던 화석연료를 자본주의 등장과 함께 대량으로 폭식하기 시작한 이유다. 하지만 화석연료에 의지해서 풍요로운 현대문명을 이룬 대가는 너무도 컸다. 고밀도 에너지가 압축된 화석연료를 태워서 열에너지나 운동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했고 이것이 대기 중에 쌓여서 지구를 가열하고 기후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지금까지 발견된 화석연료의 84퍼센트를 더 이상 채굴해서 사용하지 말고 땅속에 그대로 두어야 한다. 화석연료를 계속 쓰면서 기후위기를 잠재울 온갖 플랜B를 고민하고 있지만 여전히 유일한 해답은 화석연료를 버리는 것이다. 특히 화석연료에 의존해온 현대 자본주의 무한 성장경제, ‘화석경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탈탄소 에너지 전환이 아무리 어려워도, 기후를 위해 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라 해도, 기후와 지구 생태계를 위해 가야 할 길이다.
이 책은 경제사의 주요 마디들을 한 개의 장(2장)을 할애해 돌이켜 본다. 인간이 행해왔던 경제활동이 사실 처음부터 지구가 제공하는 자연환경과 깊게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지금의 위기를 향해 이어져오고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농경사회의 시작, 대항해시대와 산업혁명, 그리고 1950년대 거대한 가속의 시대를 살펴보면 자연과 경제가 맺고 있는 상호 의존성을 잘 알게 된다. 또한 자연의 제약을 무시하고 생태 파괴적인 경제활동을 지속한 결과가 다시 경제와 사회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역사의 교훈을 얻게 된다.
화성 이주,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도 우리를 구할 수 없는 이유
20세기 중반 이후 경제 규모, 인구, 도시화, 에너지와 물질 처리량 등 모든 차원에서 급격한 팽창을 이룬 ‘거대한 가속’이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여전히 변함없는 지구 생태계에 비해 인간 경제 규모가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커진 결과 ‘카우보이 경제’ 시대는 전 지구적으로 막을 내린다. 카우보이들이 활동했던 대평원처럼 아직도 발견을 기다리는 드넓고 자유로운 미지의 땅이 더는 남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지구는 하나의 우주선처럼 추출할 끝없는 외부 자원은 없고 폐기물을 수용할 무한한 외부 저장고도 없다. 이제 외부에서 지속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태양에너지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에너지는 오직 태양이 공급해주는 만큼만 사용해야 하며, 물질은 외부에서 공급받을 수 없으므로 순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 바로 ‘우주인 경제’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그래도 첨단 우주공학 기술을 이용해 지구를 벗어나 우주의 자원을 채굴하거나 아예 화성 등으로 이주해서 살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미 보유한 자원의 한계 안에서 살아야 하는 우주인 경제를 뛰어넘어 첨단 우주기술의 도움을 받아 지구 밖 행성으로 탈출하려는 억만장자들의 희망은 현실 가능성이 없다. 이 불가능성은 1991년에 실행되었던 ‘바이오스피어2’라는 인공생태계 실험을 통해서 이미 30여 넌 전에 확인되었다. 따라서 인류는 지구 밖에서 살 곳을 찾지 말고, 지구를 온전히 보존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
일부에서는 인공지능이 기후위기 해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에서 보듯이 이세돌은 밥 한 끼 20와트 정도의 에너지를 소모한 반면 알파고는 5만 배인 100만 와트의 전기를 썼던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인공지능은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데이터센터와 각종 장비가 필요한데 여기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현실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은 인공지능에 투자한 탓에 반대로 배출이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인공지능은 오히려 ‘기후의 최대 빌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다양한 첨단기술에 거는 기대의 한계에 대해서 3장에서 살펴보고 있다.
기후와 경제를 모두 살리는 1.5도 경제 스타일
미래에는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얻는 탈탄소 경제로 나아갈 것이다. 탈탄소 경제를 향한 발걸음은 이미 시작되었다.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는 2022년 기준으로 신규 발전량의 83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1.5도 상승 한계선 안에 머무르기 위해 2023년 국제사회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에너지 효율화 2배’라는 목표를 제시했고 한국을 포함해서 118개국이 동의했다.
하지만 탈탄소 경제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재생에너지 생산에 소요되는 자원은 물론 전기자동차, 스마트폰 등 일상의 재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자원, 비행기나 선박 등 운송에 필요한 연료 등은 점점 더 커지는 경제에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구 생태계가 감당할 정도의 물질 처리량만을 투입하여 작동하는 탈성장 경제로도 나아가야 한다. 탈성장은 닥쳐올 재앙을 피하자는 것이지, 재앙을 자초하자는 것은 아니다. 탈성장이 아니라 무한성장의 경제가 위기를 몰고 오기 때문이다. 성장에 의존하는 경제가 경제성장에 실패하여 발생하는 혼란과 사회적 불안정, 즉 경기침체와 달리 탈성장은 경제를 안정시키고, 사회와 생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의도적 전략이다. 세계의 과잉 개발된 경제 국가들은 이미 자원과 인구의 한계, 블록화되는 세계 등 성장이 불가능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복지도 이제는 경제성장이 아니라 생태전환과 손잡고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미래의 복지 역시 지구 생태계의 재생 능력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경제성장과 무관하게 시민들에게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복지정책과 기후위기를 완화하는 생태정책을 동시에 추진함으로써, 시민의 삶을 사회적으로 정의롭고 생태적으로 안전한 공간에 머물도록 하는 현실의 경제 모델도 있다. 바로 생태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창안한 ‘도넛 경제’다. 도넛 경제는 이미 암스테르담을 필두로 세계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노원과 보령에서 모색의 움직임이 움트고 있다.
기후시민을 위한 1.5도 라이프스타일 실천 가이드
기후 대응을 위해 탈탄소 경제와 탈성장 경제를 향해 나가려면 주요 주체인 시장의 기업, 국가, 공동체, 그리고 시민들은 각각 무엇을 해야 할까? 미래로 향하는 길에서는 시장의 활동, 산업정책을 통한 국가의 산업전환, 거시경제의 방향전환을 통한 경제 시스템의 변화, 물질적 소비에 복지를 의존하지 않는 삶의 전환 등을 입체적으로 모두 고려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5장에서 하나씩 살펴보고 있다.
특히 5장에서는 최종 소비의 관점에서 배출의 2/3 이상을 차지하는 가정의 소비에 주목하고, 이를 시민 실천과 연계하는 ‘1.5도 라이프스타일 실천’을 큰 비중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민 실천 과정에서 직면하는 장애들이 어떻게 기업과 정부의 무책임과 연결되는지 시민들이 직접 체감하며 찾아보는 데 목적이 있다. 이는 텀블러와 분리수거의 실천 담론을 넘어 최종적으로는 시민들이 자신도 모르게 20세기 탄소문명에 젖어 있음을 스스로 자각하고 생태문명을 향한 열망을 만들어내자는 전략이기도 하다.
1.5도 라이프스타일 시민 실천은 일본의 지구환경전략연구기관(IGES), 핀란드의 알토대학, 환경컨설팅 등을 수행하는 기업인 디매트(D-mat)가 2019년 공동으로 작업하여 출간한 관련 보고서(“1.5 Degree Lifestyle”)와 2021년 독일의 ‘핫오어쿨(Hot or Cool)’ 같은 연구소들이 가세하여 제안한 캠페인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 실천은 직접적인 시스템 변화뿐 아니라 동시에 소비 패턴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추구함으로써 둘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연간 2.5톤의 탄소배출로 살아가는 1.5도 라이프스타일 실천을 하고 그 결과를 《1.5도 라이프스타일로 살아가기(Living the 1.5 Degree Lifestyle)》로 정리한 캐나다 건축가 로이드 알터의 경험에 기초하고 있다. 이 실천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고 실천 프로그램으로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후위기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시민 개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될 뿐 아니라 시스템과 라이프스타일 모두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책임이 부유층에 있고 서민 대부분은 오히려 복지의 사회적 기초 위로 올라오기 위해 ‘공정한 소비의 공간’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기후 불평등의 문제도 놓치지 않고 짚는다.
이처럼 기후시민의 실천을 위해 당장 필요한 내용들을 생생히 담고 있기에 《탄소 사회의 종말》의 저자인 성공회대 조효제 교수는 “생태경제학의 통찰과 시민행동의 다이내믹을 결합한 자상하고 매력적인 이 책은 모든 기후시민의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고 추천했고, 녹색전환연구소의 이유진 소장은 “생태경제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소개서이자 지침서가 될 것이고, 저자의 전작《기후를 위한 경제학 》을 읽은 독자들에게도 놓쳐서는 안 될 새롭고 실천적인 내용을 전하고 있다”고 추천했다.